삼성판 카톡 성적 부진…내년 반격?

일반입력 :2012/12/26 11:22    수정: 2012/12/26 13:57

김태정 기자

‘챗온, 어쩌나’

삼성전자의 올해 모바일 메신저 사업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카카오톡에 이어 이동통신3사가 연합해 내놓은 '조인(JOYN)'까지 등장한 터라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사업 선봉인 미디어솔루션센터(MSC)는 메신저 전략 재정비에 분주하지만, 카카오톡 등을 넘어설 만한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 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 메신저 ‘챗온’은 지난 5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국내 가입자 수도 밝히지 못할 만큼의 성적표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챗온은 사업 초기부터 외부 평가가 냉담했다. 공룡 삼성전자가 중소 기업들의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문제는 차치, 시장 선점 메신저를 사용자들이 버릴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PC 메신저 부문서 네이트온의 아성이 몇 년째 이어지듯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도전자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수 차례 증명됐다.

카카오톡 이전에는 모바일 네이트온과 MSN이 경쟁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첫 상품이며, 여전히 입지가 견고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믿은 카드는 단말기 지원사격이다.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에 챗온을 기본 탑재, 이용자가 삭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두 제품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핵심 전력이다. 챗온이 그만큼 유리한 위치서 경쟁했다는 뜻이다.

외부에서의 챗온 마케팅도 열성적이었다. 지난 6월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해 외부 개발자들의 챗온용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지원했고 때마다 각종 공모전을 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 등도 챗온 사용자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이름 값과 단말기 경쟁력, 각종 마케팅만으로는 메신저 시장의 주도권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다른 메신저 업체 관계자는 “사용자가 많은 상품에 다른 사용자들도 몰리는 메신저의 특성상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며 “챗온은 메신저 후발주자의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당장 삼성전자 MSC의 내년 전략 구상도 난관에 봉착했다. 챗온으로 수익을 낼 방안 도출이 큰 숙제다.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챗온 관련 전략을 다시 제시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도 카카오톡을 잡겠다며 새로운 메신저 ‘조인’을 내놨다. 조인의 흥행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챗온 활성화에는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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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측은 “챗온으로 다른 메신저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년에 걸쳐 면밀히 개발했기에 가입자를 계속 늘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챗온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 3월부터 기획한 야심작이다. 62개 언어를 지원하며 손글씨와 애니메이션 효과, 그룹채팅 등 기존 모바일 메신저에 없던 기능들로 중무장했다. 애플 ‘아이메시지’에 대항한다는 의미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