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도 에이전트…만화 한류 리드할 것”

일반입력 :2012/12/21 12:45    수정: 2012/12/21 13:18

전하나 기자

“포털 웹툰 등으로 만화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양질의 콘텐츠 해외 진출, 작가들의 권익 신장을 도모할 전문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일랜드’, ‘신암행어사’로 유명한 윤인완 작가는 이런 생각에서 지난 2010년 와이랩(Ylab)을 세웠다. 와이랩은 작가들의 작품 및 판권 관리,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만화 전문 에이전트사다.

국내에 만화 에이전트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건 불과 몇 해 전부터다. 그 중에서도 출판사업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제작과 작가 에이전시만 맡고 있는 곳은 와이랩과 누룩미디어 두 군데 뿐이다.

강풀, 윤태호 작가가 소속된 것으로 잘 알려진 누룩미디어와 달리 와이랩은 신진 작가 양성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인다. 물론 회사 창립자인 윤인완 작가를 포함해 강은영, 김희민(기안84) 등의 유명 기성 작가도 활동 중이다.

윤 작가는 “제작과 에이전시 회사로만 존립하면서 작가와 매체 안에서 이익을 내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가 와이랩을 만든 이유는 “다년간 쌓아온 해외 진출 노하우를 통해 한류 만화의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윤인완 작가는 만화 스토리 작가가 그림 작가의 고용인 정도로 여겨지던 시절, 여러 그림 작가와 협업해 완성한 만화 ‘데자부’로 만화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또 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만화계에 진출해 ‘만화 한류’ 열풍의 씨앗을 뿌린 주역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 ‘신암행어사’는 한국 만화사상 최대 일본 판매 부수인 400만부가 팔려 나갔고, 이후 나온 ‘디펜스데빌’은 한국인 만화작가 최초로 일본의 주간 소년지에 연재돼 ‘명탐정 코난’, ‘이누야샤’ 등 일본 당대 최고 인기 만화와 어깨를 나란히 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제가 일본서 데뷔할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국 작가들이 받는 대우는 열악합니다. 특히 그림 작가들은 글의 전문 번역을 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한국 작가 원고료를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기성 작가도 버거운데 신인들은 그냥 포기할 수밖에요. 제가 앞서 경험한 것들을 통해 후배 작가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와이랩 소속 작가들은 일본 내 신인 작가가 받는 수준(5~6천엔)보다 높은 고료(8~9천엔)를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와이랩 소속 작가의 80%가 모두 일본에 진출한 상태다.

이들 작품에 대한 라이선스가 한국에 남는다는 점도 와이랩이 내세우고 있는 경쟁력이다. 윤 작가는 “현지 출판사와 외국 작가가 개별적으로 계약하면 판권이 현지 출판사에 귀속돼 이후 이뤄지는 사업에 대해 작가조차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며 “반면 와이랩이 제작하는 만화는 와이랩과 한국 작가가 공동으로 판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서나 독자적으로 다양한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 와이랩은 라이선싱 사업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기안84의 ‘패션왕’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연출한 전기상 감독의 차기작 ‘강남스타일’로 제작되고 있으며, 윤인완·임광묵 작가의 공동작인 ‘바람의 색’은 곽재용 감독이 원안을 쓴 한일 합작 영화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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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와 함께 스핀오프 전략을 추진,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를 개척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제작한 웹툰 ‘ENT.’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이 대거 주인공으로 나와 화제를 모았으며 일본 대형 출판사 소학관이 운영하는 디지털 만화 커뮤니티 ‘클럽선데이’에 절찬리 연재 중이다.

이 작품은 최근 중국어판 앱북으로도 선보였다. 국내 단일 만화작품으로 중국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앱북으로 나온 것은 ENT.가 처음. 윤 작가는 “디지털 만화가 당장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우리 만화 콘텐츠를 세계화한다는 일념 하에 지속적으로 앱북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외에도 영미, 유럽권을 공략해 성공하는 사례를 계속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