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인터넷, 승자는 계속 바뀐다

일반입력 :2012/12/22 07:30    수정: 2012/12/22 15:10

전하나 기자

IT업계에 영원한 승자란 없다. 지난 1970년대 IBM이 가졌던 절대권력은 8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로 단숨에 이동했다. MS의 지배는 90년대 한동안 지속됐지만 월드와이드웹(WWW) 시대에 이르러 혜성처럼 나타난 구글로 인해 끝났다. 2000년대 구글은 애플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지배 사업자, 페이스북이라는 신생 인터넷 사업자를 경쟁 상대로 맞닥뜨리게 됐다.

■카카오, 포털의 아성을 무너뜨리다

이처럼 승자의 자리는 언제나 전에 없던 것, 새로운 혁신에 의해 뒤바뀌어 왔다. 국내 인터넷산업의 현 상황에서도 이 같은 IT업계의 룰이 읽힌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터넷을 도입하고, 그 인프라 위에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을 만든 우리나라에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선 게 2002년이다. 이후 최근 10년 동안 포털은 승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급격한 모바일로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늙은 공룡’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 위기론’은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포털 1위 사업자 네이버는 PC 뿐 아니라 모바일 웹에서도 70%를 웃도는 검색 점유율을 보이지만, 모바일 앱 이용 순위에선 10위권 내 간신히 들 정도로 위상이 떨어졌다.

포털을 위협하는 주자는 국내 3천만 스마트폰 열풍의 선봉장, 카카오다. 카카오가 만든 모바일 앱 ‘카카오톡’은 최근 전세계 가입자수 7천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모바일 시대 포털이다. 인터넷 성장성 한계에 갇혔던 커뮤니티, 게임, 광고, 쇼핑 등 부가서비스들은 ‘카카오스토리’, ‘게임하기’, ‘플러스친구’, ‘카카오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위에 얹히며 다시 날개를 달았다.

카카오는 다른 중소업체들의 서비스를 흡수하면서 몸집을 불려온 포털을 답습하지는 않는다는 방향성을 내세웠다. ‘먹이사슬’이 아닌 ‘생태계’를 만들어 공존을 통한 성공방정식을 도출해내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넘어 통신산업까지 위협

카카오톡은 포털 뿐 아니라 전통 통신산업 분야에서도 논란의 불을 댕겼다. 통신사는 그간 부가서비스 사업자를 ‘이너서클’에서 관리하며 네트워크에 기반한 승자의 자리를 점유해왔다.

이전까지 망중립성 논란은 콘텐츠 수급력을 힘에 업은 포털사업자들과 통신사간 대립일 뿐이었다. 카카오톡의 부가서비스 중 하나에 불과했던 mVoIP ‘보이스톡’은 포털보다 더 뜨거운 망중림성 논란을 불렀다.

‘통신비 인하’라는 소비자 권익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치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통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여론은 어쨌든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규제와 견제, 또 다른 혁신이 카카오에 도전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되면서 방통위가 기간통신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통화량, 이용약관 변경 등에 관한 자료 요구 대상을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적용할 예정이다. 데이터 이용량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주요 타깃이 카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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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향후 들어설 정권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 내다본다.

정치적 상황, 기존 패권을 가졌던 업체들의 견제만이 카카오의 위협 대상은 아니다. 카카오를 승자의 자리에서 끌어낼 새로운 서비스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바일 세상에서 승자는 계속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