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지 5년째인 네이버 공개서체 '나눔글꼴'이 애플과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업체 플랫폼에 쓰여, 윈도 '굴림체'같은 입지를 모바일 영역에 굳힐 전망이다.
현재 나눔글꼴은 애플과 구글이 출시했거나 오픈소스 진영에서 개발한 모바일용 운영체제(OS)와 관련 서비스에 한글 표시 용도로 적용됐다. 나눔글꼴이 오픈소스나 상용서비스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오픈폰트라이선스(OFL) 기반이라, 글로벌 업체들이 손쉽게 모바일 제품의 한글서체 품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나눔글꼴은 화면용으로 일반 사용자를 위한 '나눔고딕(돋움)', '나눔명조', '나눔손글씨', 3가지와 개발자를 위한 '나눔고딕 코딩글꼴', 인쇄용으로 잉크나 토너를 아낄 수 있는 '나눔글꼴에코'를 포함한다. 이가운데 나눔고딕과 나눔명조가 주로 모바일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돼 한국어 콘텐츠의 본문용 글꼴로 표시된다.
나눔글꼴의 이력을 보면 우선 지난 2008년10월9일 한글날을 맞아 현행 한글조합방식 1만1천172자를 모두 지원하는 무료 유니코드 글꼴로 나눔고딕과 나눔명조가 배포됐다. 이어 2009년1월23일에는 개발자용 나눔고딕 코딩글꼴도 풀렸다. 이후 2010년6월14일, 네이버가 나눔글꼴 라이선스를 OLF1.1로 바꿨다. 그해 한글날 추가된 나눔손글씨는 2천350자 조합을 완성형 글꼴로, 8천822자는 조합형으로 제작됐다. 나눔글꼴에코는 지난해 한글날 나왔다.
커뮤니티와 글로벌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나눔글꼴에 눈을 돌린 것은 그 1년뒤부터다.
■네이버 나눔글꼴, 어디에 얼마나 쓰였나
나눔글꼴은 지난해 6월, 구글의 데스크톱 운영체제(OS) '크롬OS'와 오픈소스 커뮤니티버전 '크로뮴OS' 한글 기본서체가 됐다. 삼성전자, 에이수스, HTC가 지난해 크롬OS 기반 노트북 '크롬북'을 만들었고 올해는 삼성만 맥미니같은 소형데스크톱 '크롬박스'도 출시했다.
또 지난달 스마트폰OS 안드로이드4.1을 강화한 4.2버전 '젤리빈'을 선보이며 나눔글꼴을 적용했다. 기존 표준폰트 '드로이드산스(droid sans)'의 한글 서체 대신 나눔고딕체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콘텐츠에 표시돼 관심을 모았다. 다만 갤럭시 시리즈의 '삼성고딕'처럼 제조사 자체 글꼴을 쓰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나온 캐노니컬의 리눅스 배포판 '우분투' 12.04버전에도 나눔글꼴이 한글 기본서체로 쓰였다. 이는 우분투가 지난 2007년부터 다른 리눅스 배포판에도 많이 쓰여온 '은글꼴'을 써온지 5년만에 대체한 사례다. 현재 나눔글꼴은 우분투의 뼈대 역할인 '데비안' 배포판에도 한글 기본서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해 7월 출시한 맥OS X 10.7버전 '라이언'에 나눔글꼴을 담았다. 다만 이는 앞서 제시한 다른 사례들과 달리 문서편집과 콘텐츠표시 용도로 추가 제공되는 것이었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 전반에 적용되는 시스템폰트로 쓰이지 않았단 얘기다.
당시 애플은 기존 '애플고딕'을 시스템폰트로 유지하다가 1년 뒤인 올7월 '애플SD고딕네오'라는 서체를 시스템폰트로 적용한 OS X 10.8버전 '마운틴라이언'을 출시했다. 애플SD고딕네오는 나눔글꼴과 달리 상용글꼴로 개발된 유료 서체다. 애플SD고딕네오는 마운틴라이언을 통해 맥에 도입되기 전에 지난해 iOS5.1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먼저 한글 기본서체로 들어왔다.
대신 애플은 지난 10월23일 아이튠스 앱스토어에 iOS용 아이북스(iBooks) 새 버전을 내놓으며 그 전자책 콘텐츠 본문용 서체로 나눔글꼴을 추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미지원이던 한국어서비스가 허용되면서 한글 전자책을 열람시 애플SD고딕네오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돌고딕네오'를 기본으로, 나눔고딕과 나눔명조를 추가 다운로드 글꼴로 쓸 수 있게 됐다.
■윈도PC '굴림체' 시대 저문다?
당초 네이버는 윈도용 나눔글꼴 설치 파일도 제공해왔다. 나눔글꼴을 기본 탑재한 리눅스 배포판과 맥OS X 뿐아니라 다른 윈도와 리눅스 데스크톱OS 사용자들도 원한다면 각자 시스템에 나눔글꼴을 적용해 주요 콘텐츠와 프로그램 실행 환경에서 이를 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XP 이전까지 기본 서체로 제공했던 굴림체와 바탕체 등은 점차 사용 비중이 감소 추세다. 모바일 영역에선 타사 제품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다 PC에선 윈도비스타 이후부터 '맑은고딕' 글꼴이 데스크톱과 오피스 프로그램에 쓰이는 중이라서다. 물론 새 윈도 OS에도 기존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때문에 보조 서체로 여전히 굴림체 등 4종의 한글 글꼴이 들어 있다. 그런데 페이스북과 트위터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사이트 기본 글꼴로 굴림체를 쓰다가 개편을 통해 맑은고딕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그리고 나눔글꼴이 한국어 전자책용 정식 서체로 채택된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스템서체로 탑재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이 현재 모바일 앱과 웹기반 콘텐츠 사용환경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은 나눔글꼴로 된 한국어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이미 적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모바일기기와 서비스에 기본 제공되는 한글 서체로 나눔글꼴이 각광받는 배경은 개인이든 사업자든 무료로 쓸 수 있다는 라이선스가 큰 몫을 하는 모습이다. 제품공급자 입장에서 추가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수준이 높아진 사용자들의 요구를 일정부분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장점이란 얘기다. 네이버는 폰트 저작권 안내와 라이선스를 함께 제시하면 나눔글꼴을 다른 소프트웨어에 포함시켜 재배포하거나 판매하는 것도 허용한다.
네이버가 나눔글꼴을 일반 사용자와 영리 목적의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쓰도록 제공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존 한글서체 시장의 잠재수요를 잠식해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사용자들이 기업들에게 가독성과 조형적 차별성이라는 서체의 가치를 더 요구할 수 있다면 OFL로 존재하는 글꼴 하나가 서체 시장에 해악을 끼친다고 단정킨 어렵다.
그러나 글꼴이 일반인뿐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전문가 개인과 기업들에게도 패키지SW처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퍼뜨리는 게 숙제다. 현재 한양정보통신, 모빌리스, 타이포링크 등이 온라인으로 사용자 장치에 없는 서체도 전달해 표시해주는 '웹폰트' 서비스를 제공중인데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사용량이나 기간당 과금체계를 통해 서체디자인 업계의 수익모델로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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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체 디자인 개발과 라이선스 공급을 주업으로 해온 국내 한 전문업체 관계자는 나눔글꼴같은 OFL 서체가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고 애플, 구글, 오픈소스 진영에서 그 활용사례도 많아지는 추세인데 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용자들이 다른 글꼴을 쓰면 콘텐츠를 즐기는 경험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향후 시장수요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 본다며 다만 디자인 전문가나 일반 회사처럼 영리추구 목적으로 서체를 쓰는 사례에는 기본적으로 대가를 받아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