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FPS 게임 시장, 신작으로 ‘뻥’ 뚫릴까?

‘워페이스’, ‘메트로컨플릭트’ 등 새로운 총싸움 게임의 오픈이 다가오는 가운데,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로 대표되는 1인칭슈팅(FPS) 게임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게임사들이 국내의 서든어택, 중국의 크로스파이어를 꿈꾸며 신작을 내놓지만 업계는 이 게임들의 성공 가능성을 보수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든어택은 지난 2005년 CJ E&M 넷마블(구 CJ인터넷)을 통해 공개 서비스가 시작됐다. 당시 이 게임은 서비스 오픈 닷새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만5천 명을 돌파하는 등 스페셜포스 인기를 뛰어 넘으며 현재까지도 국내 대표 FPS 게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이 게임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 기록은 거의 27만에 육박할 정도였다.

서든어택이 현재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존 같은 장르의 게임에 비해 비교적 조작이 쉽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개발사인 게임하이 측은 그 동안 가수 비, 2NE1, 빅뱅, 수지 등 당대 최고의 아이돌 가수들의 캐릭터 뿐 아니라 다양한 모드와 무기, 맵 등을 선보이며 대중성을 넓혀 왔다. 넷마블과 넥슨이라는 퍼블리셔의 힘도 컸다.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하고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아 현재 국내 FPS 게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페셜포스의 공개 서비스는 지난 2004년 시작됐다. 이 게임은 약 1천500만 명의 회원 수,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3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서든어택에 앞서 국내 FPS 게임의 저변을 넓힌 작품이다.

스페셜포스의 성공 비결은 밀리터리 FPS 게임의 기본기를 충실히 살리면서, 보다 사실적인 총싸움 게임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다. 또 다양한 리그 개최를 통해 게임의 보는 맛까지 살려 이용자층을 확대시켰고, 꾸준한 업데이트와 매년 대규모 랜파티를 통해 이용자들을 결집 시켰다.

하지만 포스트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를 꿈꾸며 등장한 차기 FPS 게임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투워’ ‘울프팀’ ‘오퍼레이션7’ ‘블랙샷’ ‘포인트블랭크’ ‘어나더데이’ ‘퀘이크워즈 온라인’ ‘솔저오브포춘 온라인’ 등 수십 종의 게임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일부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아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스페셜포스2’ 정도만 ‘중박’을 친 게임으로 손꼽힐 정도다.

이 게임들의 흥행 실패 원인은 각 게임마다 다르지만 기존 게임과의 차별성이 너무 없거나, 또는 너무 낯선 게임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 게임과 너무 비슷해서 이용자들이 쉽게 매력을 못 느낀 경우도 많았고, 또 반대로 너무 새로운 요소들이 많아 이전 게임으로 되돌아간 이용자도 많았다. 미세하게 게임마다 다른 조작감과 손맛도 새로운 게임을 선택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또 업계 일각에는 새로운 FPS 게임들의 재미요소나 게임성이 부족했던 이유보다 이 장르의 파이가 작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로운 FPS 게임에 대한 필요성이 본래 적기 때문에 신작의 인기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쉽게 말해 새로운 FPS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이 현저히 줄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총싸움을 소재로 한 슈팅 게임은 이후에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콘셉트도 정통 밀리터리 방식부터 2차 세계 대전을 다루거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까지 다양하게 선보여져 왔다.

가장 최근에는 넥슨이 크라이텍 개발의 ‘워페이스’를, NHN 한게임이 레드덕 개발의 ‘메트로 컨플릭트’를 통해 굳게 닫혀 있는 FPS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두 게임 모두 내년 초 오픈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중 워페이스는 크라이엔진3를 기반으로 한 높은 품질의 그래픽을, 메트로컨플릭트는 FPS 게임 개발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스템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FPS 게임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모드와 맵, 타격감 넘치는 무기 등은 기본적으로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기대감은 생각만큼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FPS 게임들이 더 높아진 품질, 새로워진 콘텐츠로 무장한 것은 많지만 시장 특성상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AOS 장르 게임의 인기가 기존 온라인 게임 이용자를 상당히 흡수했고, 가벼운 게임을 즐겨하는 이용자들의 경우도 모바일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간 더 잘 만들어진 신작들이 나왔음에도 서든어택의 장벽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건 단순히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힘든 것 아니겠냐”며 “FPS 장르의 게임을 일부러 찾는 이용자들은 줄고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 게임 자체를 즐기려는 이용자들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FPS 장르 게임 시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한계와 침체를 뛰어넘을 게임이 등장한다면 시장 환경은 또 다시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며 “높아진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FPS 게임들이 출시를 기다리는 만큼 향후 시장의 반응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