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SW) 기술자 등급제 폐지로 각자 더 나은 '살림살이'를 하게될 것인지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지식경제부는 24일부터 SW산업진흥법개정안에 따라 정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5월 공포된 개정안은 앞서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 후속조치다.
개정내용은 공공기관이 'SW기술자'라 칭하는 개발자의 경력을 근무연수에 따라 초·중·고·특급으로 매겼던 '등급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당초 등급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정보화사업에 참여하는 개발자에게 지급할 임금을 산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초 취지는 'SW기술자신고제' 범주의 일부분으로, 개발자의 경력을 구간별로 관리하고 능력에 알맞은 소득을 보장하자는 것이었지만 시장을 왜곡해 부작용만 양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례로 경력이 짧은 신입 개발자들은 등급이 요구하는 자격증이나 학력 등 행정사항만 충족하면 상대적으로 등급을 높여 받을 수 있었다. 비슷한 경력에 단순히 행정요건을 못 맞춘 경우 더 개발능력이 뛰어나도 소득의 기준이 되는 등급을 낮게 평가받은 셈이다. 경력이 긴 중견 개발자들의 경우 실력과 등급이 무관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 제도는 정보화사업 예산을 책정해 승인을 받을 때 관련근거가 필요한 공공기관과 정부조직에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민간사업자들이 발주하는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에도 폭넓게 쓰였다. 발주처 담당 공무원이나 주관사 프로젝트 매니저, 사업에 실제 인력을 동원하는 수주업체와 그 하청사에게 각 기술인력의 역량을 파악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SW기술자등급제 덕분에 IT서비스 사용자들은 현장에 필요한 능력과 개발자의 경력이 서로 들어맞는지 검증할 능력을 키우지 않아도 사업비용을 편리하게 계량해왔다. 등급제에 따른 '등급별 노임단가'는 일종의 기준하한선이었지만 시장의 계량과정에선 마치 상한선처럼 작동했다. 그 결과 발주처를 상대로한 수주업체와 하청사의 적정선을 넘어선 사업단가 낮추기와 기간단축 경쟁으로 비현실적 임금과 업무일정을 감수해온 개발자들만 양산했다.
그러나 등급제가 근본 문제였는지, 폐지에 따라 기존 폐해가 사라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SI업계 몸담아온 개발자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일단 등급제로 숱하게 겪어온 손해를 줄일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있는가하면, 등급제는 폐지돼도 경력증명을 위한 신고제가 남아있는 한 또다른 문제만 만들어낼 것이란 불만도 있다.
지난주 한 프리랜서 개발자는 등급제 폐지되면 오히려 사용자들이 학력, 자격증을 구실삼아 기존 경력증빙서류에 표기됐던 내 등급보다 낮게 책정한 (노임)단가를 강요할 수 있다며 등급에 맞춰 프로젝트 계약할 땐 얼마는 받아야 된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폐지되면 업체들 마음대로 할지도 모르니 등급 표시된 상태로 증빙서류 뽑아놓을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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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다른 프리랜서 개발자는 인건비는 어차피 지금도 바닥인데, 등급제 있었을 때는 노임단가 낮게 책정받아 강요당하지 않았느냐며 철야, 휴일 근무 밥먹듯 하면서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 시급 4천~8천원짜리 '노예'들이 뭘 걱정하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개정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는 공공SW사업에 뛰어든 기업과 발주처간 발주관리를 투명화하는 내용도 담긴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행한 시범적용사업 15건을 통해 공공사업기준을 마련,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과거 SW기업들의 공공사업 제안요청서(RFP)에 해당 발주처가 세부내용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행사업자가 불편을 겪어왔다는 지적에 대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