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적용 여부에 게임 업계 전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한 산업이 이례적인 규제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20일,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청소년 심야시간 게임제한제도)를 시행한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초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게임 이용 시간을 법으로 제한한다며 우선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PC 온라인 게임류의 접속을 막았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성장성을 고려해 2년간 제도 적용을 유예했다. 유예기간은 내년 5월까지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제정안’을 선보이면서 모바일 게임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를 두고 업계서는 여성가족부가 모바일 게임도 셧다운제 적용을 관철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공청회나 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다지만 업계 의견 반영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니팡의 인기가 한창 높을 때 컴퓨터와 상대하기 때문에 괜찮다며 업계 전문가들도 이해 못할 설명으로 비난 여론을 피한게 전부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평가안 초안을 내놓았을 당시 여성가족부는 애니팡도 셧다운제 대상이냐는 비난이 빗발치자 보도자료를 통해 예외적으로 한 게임을 직접 언급하며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중소 개발사 죽이기에 지나지 않는다”
셧다운제 관련 한 토론회에 참가한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는 “셧다운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나이를 파악하고 게임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중소 게임업체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작되는 모바일 게임에 이러한 시스템 요소를 구축하는 것은 규모가 큰 게임사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사는 10명 내외의 스타트업이 90%에 가깝다. 현재 여성가족부가 도입하려는 모바일 셧다운제는 온라인 게임을 기준으로 작성된 방안을 그대로 모바일 게임에 적용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면 여성가족부 측은 시스템 구현은 게임사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위헌 판결을 받은 가운데 다른 개인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정웅 대표는 “산업 초기인데 규제 틀만 만들어진다면 이후 대기업 쏠림현상이 나오고 외산 게임 위주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회사 등 돌리고, 외산 게임 환영한다?”
이미 PC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셧다운제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국내 회사는 국내법 적용을 따라야 하지만 외국 회사는 제도 밖에 있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논란이 됐다. 민주통합당 소속 전병헌 의원은 NHN의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와 글로벌 서비스인 ‘스팀’을 비교하며, 둘 다 국내에서 이용이 가능한데 한 쪽만 규제를 받는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스팀뿐만 아니라 미국에 본사를 둔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게임 서비스 역시 국내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에 전병헌 의원은 “청소년 보호의 실효성은 없으면서 국내 게임 산업을 망치는 규제로 작용한다”며 “역차별 하는 제도의 상황을 조속히 해소하고 청소년을 보호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는 비단 역차별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게임 개발이 주된 밥벌이인 이들을 해외로 내쫓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사 대표는 “외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해외 법인으로 만든 뒤 국내서 스튜디오 역할만 한다면 말도 안 되는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며 “이런 생각을 하는게 나뿐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에 사용 시간 규제를 두려는 국가는 한국뿐이니 다른 나라에 세금을 내고 일을 계속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말했던 세계화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낼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셧다운이 최선이고 우선입니까?”
최근 국감 현장에서 공개된 여성가족부의 한 보고서가 눈길을 끌었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시행 평가를 위해 위탁 수행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 이용제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전부터 실제 심야시간의 청소년 게임 이용은 0.3% 감소했다.
이는 전체 게임 이용에서 무의미한 수치에 가까운 감소세라고 업계서는 분석했다. 결국 전체 게임 이용은 변화가 없고 오히려 청소년들이 부모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거나 부모의 허락에 따라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셧다운제에 앞서 청소년 게임 문화 조성이 순서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규제부터 내놓기 바쁘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는 특히 온라인 게임을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편인데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청소년에게 정부 차원의 교육이나 문화활동은 없었고, 규제 적용 이야기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24시간 중에 6시간을 막아 18시간은 게임을 해도 된다는 발상부터 청소년 보호와는 거리가 먼 제도였다”며 “PC 게임을 기반으로 짜맞춘 제도를 그대로 모바일 환경에 이식하겠다는 것부터 엄청난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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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유통구조의 특수성도 언급했다. 모바일 게임은 오픈마켓을 통해 이용자가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오픈마켓은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로 법 적용 여부를 알 수 없다. 다만 게임 카테고리를 다시 닫혀 소비자 피해만 일어날 수 있다.
그는 “모바일 게임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주 목적을 이루겠다면 현실부터 다시 짚어보고 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