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태국)=김희연 기자>‘한류 바람, 케이팝 열풍’은 뉴스에서나 말로 들었지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다.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면서 그제서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이 역시도 대중문화에만 국한된 것일 뿐이었다.
한류 바람이 최근 대중문화를 넘어 홈쇼핑 업계에도 불고 있다. 최근 동남아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로 떠오른 태국에서다. 무심코 TV만 켜도 심심치 않게 한국 제품이 팔리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됐다. 홈쇼핑 진행 방식도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오리지널 한국형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해외 진출 전략으로 태국 홈쇼핑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태국에 진출한 업체는 GS샵과 CJ오쇼핑이다. GS샵은 진출 1년, 그리고 CJ오쇼핑은 지난 6월 첫 방송 전파를 타면서 진출 6개월에 접어들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회사 모두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구매력이 있는 계층에서는 대다수가 TV시청을 위해 유료방송을 이용하고 있다. 월 1천~2천바트의 시청료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평균 이상의 소득 수준을 가진 구매력있는 현지인들이 주로 홈쇼핑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태국 홈쇼핑 시장은 연간 2.1억달러 규모로 매년 30%의 높은 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국 내 24시간 홈쇼핑 채널은 트루비전 소유의 ‘쇼핑네트워크’뿐이었다. 여기에 결제 수단이 현금에서 신용카드 결제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홈쇼핑 업계에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현지 소비자들은 기존 태국 홈쇼핑 기업인 TV다이렉트 등의 홈쇼핑들이 인포머셜 중심으로 상품을 편성하면서 싫증을 내기 시작해 이용이 줄어들었다. 이 때 한국 홈쇼핑업체들이 태국 홈쇼핑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국내업체들의 진출로 태국 홈쇼핑 시장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교민들이 보는 한국 홈쇼핑 인기 비결은 기존 현지 홈쇼핑에서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방송 연출을 첫 번째로 꼽았다. 여기에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한국 제품 자체에 대한 이미지도 좋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실제로 현지인들에게 홈쇼핑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 지난 태국 내 소비 계층이 주로 찾는다는 방콕 스쿰빗에 위치한 엠포리오 백화점에 방문했다. 그 곳에서 쇼핑을 즐기는 여성들에게 한국 홈쇼핑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주부 와랑카나㉝는 “TV를 보다가 우연히 직접 시연까지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해서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면서 “특히 주변에서 한국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주방용품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실제로 해피콜 제품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완㉙은 “태국 여성들은 한국 여성들의 깨끗하고 하얀 피부를 가지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한국 화장품은 매장에서 구입하기도 어렵고 비싸지만 홈쇼핑을 통해서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면서 “특히 직접 시연해주는 장면이 새로워서 방송도 즐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지 소비자들은 국내 진출 홈쇼핑을 중심으로 불어온 ‘K뷰티’에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아니 그보다 아예 한국 제품 자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태국 내 확산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는 백화점 내에 입점한 삼성과 LG의 단독 매장만 봐도 그렇다. 주변 다른 매장과 비교해 북적이는 사람들만 보더라도 다양한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태국에 진출한 GS샵은 한국 홈쇼핑 노하우가 담긴 다양한 연출력을 방송에 녹여내면서 판매가 늘어 개국 이후 1년간 5억바트(약 18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태국 미디어기업 트루비전, 유통기업 더몰그룹, 편의점 기업 CP올과 같은 현지 기업들과 손잡고 ‘트루GS’를 개국했다.
트루GS는 벌써 개국 1주년을 맞았다. 전국 무료배송 및 15일내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해 백화접급 홈쇼핑 전략을 꾸준히 펼쳐 나가고 있다. 개국 초기에는 주방용품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화장품이 태국 홈쇼핑 효자 상품이 됐다.
CJ오쇼핑은 지난 6월 태국 미디어 그룹 GMM그래미와 손잡고 태국 합자법인 ‘GCJ오쇼핑’을 개국했다. 단순 상품 소개만이 아닌 한국 홈쇼핑 특유 운영 전략을 그대로 살려 ‘홈쇼핑 한류’를 꿈꾸고 있다. 실제 현지 홈쇼핑 방송을 살펴보면 강점인 패션과 이미용 분야에 주력 편성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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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J오쇼핑은 다양한 상품 공급을 위채 자사 글로벌 상품 소싱 전문 자회사인 CJ IMC와도 아예 초기단계부터 협업체제를 갖추고 있다. 아직 개국 초기 단계지만 10월 현재 초기 대비 4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홈쇼핑업체들의 동남아 진출의 꿈이 거품은 아닌 듯 하다. 태국은 동남아 가운데서도 가장 개방적인 국가이기도 하지만 실제 한국 홈쇼핑에 대한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평가 자체는 시장 안에서 냉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홈쇼핑의 한류 바람이 태국에서 솔솔 불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