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코리아, 파트너 생존 지원에 팔 걷다

일반입력 :2012/10/30 15:22

최근 몇년 사이 대형 벤더들은 채널 파트너에 대한 지원방식을 바꾸는 작업을 쉼없이 진행하고 있다. 시스코 역시 채널 파트너 정책을 개편해가며 유통 생태계 재활에 팔을 걷어붙였다.

굴러다니는 게 돈이라던 네트워크 장비시장도 옛말이다. 오늘날 네트워크 장비를 유통하는 중견, 중소업체가 장비 수십대, 수백대를 납품해도 떨어지는 수입은 적다. 프로젝트는 줄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는 장사’ 하기 힘들다.

외국계 IT기업의 어느 파트너사나 같은 고민을 한다. 예전처럼 하드웨어만 팔아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를 감싼다. 채널사가 하나둘 문을 닫고, 더 좋은 조건의 경쟁사와 계약하고, 외국계 IT기업의 촘촘한 유통생태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듬성듬성 성겨있다.

이동춘 시스코코리아 채널사업본부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파트너사가 솔루션 중심의 사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워하겠다”라고 강조했다.

3개월 전 시스코코리아에 합류한 이 부사장은 시스템통합(SI) 파트너와, 총판, 매니지드 서비스 사업자 등을 관리한다. 시스코코리아 채널사업본부는 올해부터 커머셜사업부에서 떨어져나와 단독 조직으로 꾸려졌다. 이 부사장은 지난 8월 시작된 시스코의 회계연도 2013년의 채널정책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내용에 과거 얼마의 물량을 어느 가격에 넘기고, 얼마의 부가 인센티브를 챙겨주면 그만이던 채널정책은 없었다. 국내 IT시장의 급변을 다수 반영했다.

현재 국내 IT시장엔 단순 SI사업자나 유통사업자로 묶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가 등장했으며, 기존 파트너들의 사업모델 변화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하다. 파트너들은 벤더를 향해 “대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시스코의 채널정책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총판 시스템이다. 단순히 시스코코리아와 채널사의 장비 유통에 가교역할만 하는 총판과 별도로, 가상화, 보안, 협업(UC) 등 특정 솔루션 공급역량을 보유한 파트너에 해당 솔루션의 총판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VAD(Value Added Distributor)라 불리는 이 파트너는 장비 유통과 프로젝트 사업 모두를 진행할 수 있다. 가령 채널사가 UC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할 때 VAD로부터 솔루션을 구매하게 된다.

VAD 정책은 파트너를 솔루션 사업자로 변신시키려는 시스코코리아의 의도를 반영하는 일부이자 주요 요소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시장에 파트너가 적절히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시스코코리아의 VAD는 비디오(아이넷뱅크) 분야에 시범운영 중이고 보안 분야의 VAD 선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시스코 분석결과 새로운 소비모델에서 형성되는 시장규모가 약 1조원에 달한다”라며 “신규 시장에서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데 파트너의 역할, 지원정책 및 체계 변화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한편, 파트너 세일즈의 아키텍처 영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라며 “파트너 로열티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신규 리셀러도 계속 영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스코는 클라우드 파트너 프로그램이란 제도를 운영하며 데이터센터/가상화 및 협업 등에 대한 파트너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파트너에 대한 여신 지원 프로그램을 티어2 채널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파트너의 영업인력 확보와 교육프로그램도 강화됏다. 시스코 파트너 탤런트 네트워크(CPTN)란 포털 사이트로 각 파트너사가 필요한 인력에 대한 요구조건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시스코코리아는 HR 회사로서 파트너사와 외부 인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늘어난 아군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현상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파트너사의 역할을 구분해 영역을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하나의 딜을 두고 파트너끼리 경합하는 경우 많았다”라며 “100%는 아니라도 한 딜에는 한 파트너만 참여하도록 해 파트너끼리 부딪치는 일은 없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파트너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커머스 툴의 보급에도 가속도를 붙인다. 시스코 커머스 워크스페이스(CCW)란 새로운 주문처리시스템이다. 이 부사장은 “CCW는 주문 외에 시스코와 파트너, 파트너와 파트너 간 협업공간을 제공하는 포털기능까지 한다”라며 “현재 기존 툴의 CCW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진행중이고, 내년 8월 기존 툴은 삭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스코의 특정 파트너 자격을 획득하는 일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더구나 부여받은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이 부사장은 파트너의 자격 검증 절차를 단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스코 골드 파트너가 해마다 리뉴얼되며 매년 검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파트너 입장에서 준비 부담도 있고, 절차를 간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파트너에 뿌리박힌 영업 마인드를 솔루션 방향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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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엔 제품, 기술 교육에 집중했다면, 솔루션과 SW에 대한 영업인력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라며 “시스코코리아로 부족하면 외국 시스코 파트너사 기술인력의 원격지원을 동원하고, 파트너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파트너보다 시스코가 부담을 더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떻게 하면 시스코와 일하기 편하게 할까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