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딱딱한’ 채용 문화도 바꾼다

일반입력 :2012/10/23 16:34    수정: 2012/10/24 10:15

전하나 기자

지난해부터 미국 채용 시장에선 종이 이력서 한 장보다 온라인에 정리된 프로필 한 줄이 더 인정받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기업 채용담당자 상당수가 구직자의 SNS 계정 프로필을 채용 결정에 참고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미국 내 취업전문사이트들과 공동으로 취업중개기능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국내 채용 시장서도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기업들은 SNS를 활용해 구인공고를 내고 구직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는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SNS가 학력, 학벌 중심 구조의 다소 보수적인 국내 채용 문화까지 바꿔 놓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소셜네트워크리크루팅(SNR)’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쓰기도 한다.

변화는 전통 취업포털 사이트도 움직였다. 사람인은 지난 16일 구직자의 페이스북 인맥과 채용기업의 정보를 인맥그래프로 연결해주는 ‘거기어때’ 웹사이트를 선보였다.

이를 이용하면 구직자는 페이스북 계정 로그인 한번으로 페이스북 친구(1촌)의 친구인 ‘2촌’까지 인맥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채용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학력, 경력, 관심사, 보유 기술 등 자신의 프로필을 직접 편집하고 관심 있는 친구, 기업 및 채용정보도 관리 가능하다. 또 직종, 지역 등 원하는 조건에 따른 맞춤 정보를 알림으로 전달받거나 1천대 기업, 30대 그룹, 코스피 등 분류별 기업의 채용공고와 공식 SNS 계정 등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해당 사이트를 개발한 임석영 마이후 대표는 “사실 기존 취업, 헤드헌팅 시장에선 ‘지인’이라는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거기어때에선 파급력 높은 SNS인맥을 기준점으로 채용과 관련한 생생한 정보가 오간다”고 강조했다.

국내 론칭을 앞둔 피플링의 ‘피큐(piqqu)’도 개인이 페이스북에 남긴 프로필과 관심사, 인맥 네트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일종의 이력서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고용주나 구직자가 직접 구인 구직 정보를 알릴 수 있는 SNS 광고판도 있다. 아블라컴퍼니가 22일 출시한 소셜 광고판 앱 ‘불레틴(Bulletin)’이 그 것. 불레틴은 앱 내 글을 작성해 올리면 휴대폰 주소록 기반의 지인들에게 바로 전파된다. 또 트위터의 리트윗(RT)처럼 다른 지인들의 글을 자신의 광고판에 복사할 수도 있다.

이 앱을 고안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의 대표는 “늘 함께 일할 동업자나 개발자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 동료 창업자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보고자 만들었다”고 말했다.

벤처 붐과 맞물려 벤처전문 리크루팅 SNS도 등장했다. ‘벤스터’는 최근 가장 뜨고 있는 벤처를 선정해 일주일 동안 소개한다. 정보가 없어 입사를 망설인다는 구직자들을 위해 벤처기업을 위한 홍보채널이 돼주는 셈이다. 벤스터는 벤처(Venture)와 부스터(Booster)의 합성어로 성장가능성 있는 벤처와 이를 촉진시킬 인재 간 최적의 조합을 찾아준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김범섭 벤스터 대표는 “벤처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늘 부족하고 벤처기업 역시 늘 사람에 목말라 하지만 어떤 인재가 조직의 시너지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타파하고자 벤스터를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6년 위자드웍스로 벤처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코리아, IT벤처 인큐베이팅사 패스트트랙아시아를 거쳐 벤스터를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