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없었던 4분기 신제품 대거 출시와 반도체업계의 물량 조정이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반도체 메모리시장가격에 상승세 전환움직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4분기를 기점으로 거대한 물량 구매력을 앞세워 부품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입김까지도 잠재울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는 4분기에 들어서면서 ▲예년에 없었던 스마트폰과 태플릿 신제품 대거 출시 ▲일부 업체의 감산 효과 등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올랐다. 이는 통상 4분기 말을 계절적 비수기로 보던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현상이다. 신제품 특수 속에 비수기가 사라진 것은 모바일 메모리 시장의 재편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시바 등 한 업체의 감산이 시장 가격을 출렁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메모리 시장이 3~4개 업체 중심으로 재편됐다. 반도체 엄계는 이제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올 연말부터 낸드플래시 등 일부 품목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애플의 메모리 가격 인하 압력도 한층 누그러진 징후가 업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심지어는 한때 특허분쟁으로 줄이거나 없앨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일부 메모리의 비중확대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재편...“이제는 적자 안봐도”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제 일부 PC 비중이 높은 업체를 제외하고는 메모리업체가 적자보고 안 팔아도 되는 시대가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수요업체에 휘둘리며 제살 깎아내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장이 재편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가운데 최근 애플이 다시 삼성전자 메모리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는 물량 확대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사이의 공급계약이 이전에 비해 유리하게 체결되면서 삼성전자가 애플 에 메모리 공급을 재개했다는 내용이다.
애플 역시 세계 1등 업체의 물량을 포기하고는 모바일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과 공급계약서를 다시 쓴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역시 애플이 공급업체에 유리한 계약조건들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앞서 아이폰5에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비중이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진 가운데 아이폰5에서 삼성전자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비중이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는 아이폰5 분해 결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 대신 그동안 공급업체가 아니었던 샌디스크가 새로 들어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 삼성전자 비중 확대설까지 등장
최근 애플의 분위기가 아이폰5 초기 물량 생산 때와는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샌디스크 등 새로운 업체를 추가해도 세계 시장 40%의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삼성전자를 배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연말부터 메모리 업계의 제품 공급량 제한으로 더 이상 적자 내고는 팔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애플의 힘도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결정 주도권이 수요업체에서 공급업체로 넘어가면서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조차 힘든 현상이었다. 올해 상반기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던 애플이 하반기 들어서는 이전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가격에 반영된 낸드플래시 가격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관련업계에서는 초기 아이폰5 공급부족의 이유로 삼성전자 비중이 줄어든 것을 지목하기도 한다. 메모리 업계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애플 자체적인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추정이다.
최근들어서는 모바일D램에서도 엘피다 비중을 높였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업체와의 공급협상에도 적극적이라는 업계관계자의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엘피다는 애플의 부품 가격 인하 압박 속에서도 지난 1분기까지 애플에 꾸준히 많은 양을 납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 가격 최근들어 수직상승
애플의 가격 영향력 약화 가능성이 이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작 가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3분기말부터 상반기와 다른 상승세로 접어들며 이같은 추정에 힘을 싣고 있다.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 상반월 64Gb 낸드플래시 가격은 17.1% 수직상승하며 지난달 하반월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4개 업체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등이다. 반면 낸드플래시 수요처는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SSD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D램의 경우도 PC용 D램 시장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모바일D램은 업체가 한정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모바일 D램 시장은 삼성전자가 61%, SK하이닉스 20%, 엘피다가 13% 시장을 점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소수 업체가 포진해 있는 낸드플래시는 도시바 감산 이후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컸다”며 “이제는 적자 나도 파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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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제한된 공급업체의 개수, 보수적인 투자 등이 애플의 ‘구매 파워’를 이용한 가격 인하 압박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윈도8 RT 등 신제품 등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애플이 이전과 같은 구매 파워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