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앱장터 생태계 '같은듯 다른꿈'

일반입력 :2012/10/17 08:31    수정: 2012/10/17 08:46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개인을 넘어 기업 생산성도 높일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전문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자체 기술을 활용한 '앱 장터' 활용 시나리오에 관심이 높아가는 추세다.

17일 현재 국내서도 글로벌 SW업체 SAP와 국내 중견기업 원더풀소프트, 2곳이 업무에 활용 가능한 모바일앱을 사고 팔 수 있는 일명 기업용 '앱스토어'를 내놨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업무용 모바일앱을 공급할 개발자 확보와 협력채널 확대 등 생태계 마련에 분주하다. 같은 시장을 바라보며 사뭇 다른 접근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우선 SAP는 '모바일앱용 SAP스토어'라는 기업용 모바일앱 장터를 운영한다. SAP와 사이베이스 기술을 써온 엔터프라이즈급 규모 환경에 모바일로의 확장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개발자들은 사이베이스언와이어드플랫폼(SUP) 기반이거나 SAP 애플리케이션 서버에 연결되는 앱을 올려 팔 수 있다. 회사는 앱당 매출가운데 수수료 15%를 제외한 개발자 85% 이익을 보장한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SAP스토어를 소개하며 등록된 앱이 세계 20만기업에 달하는 SAP 고객들에게 노출되고 그중 0.1%에서 매출을 내도 수십억원어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국내SW개발자들이 SAP앱스토어로 세계 기업용 앱시장을 선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SAP코리아도 지난 4월 기업용 앱스토어 생태계 구축을 선언하고 자사 플랫폼 개발자 10만명 양성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7월께 모바일앱 시나리오 공모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기존 서버 애플리케이션 플랫폼과 업무솔루션을 모바일로도 연결하는 구상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등 전통적인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 강자로 이름을 알려왔다. 추가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환으로 지난 2008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에코허브(Ecohub)'를 내놓고 파트너의 솔루션과 SW를 유통시켜왔다.

에코허브 생태계를 바탕으로 기업용 모바일앱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 사이베이스를 인수한 뒤부터다. 그 전사 모바일앱 플랫폼(MEAP)과 모바일기기관리(MDM) 기술로 통일되지 않은 단말기 환경에서 앱 개발과 배포를 간소화하고 기기 관리와 정책기반 통제를 실현하는 전략도 가속하기 시작했다.

SAP코리아는 '코이노베이션랩(COIL)'이라는 파트너 기술지원조직을 통해 모바일앱을 선보인 국내업체 비즈테크앤엑티모(BnE)와 JBT 사례를 최근 소개했다. BnE는 대학생 수강계획과 일정관리를 돕는 앱을 만들었고 JBT는 영업담당자 현장업무 지원과 위치관리용 앱을 내놨다.

국내 SW업체 원더풀소프트도 자사 플랫폼과 맞물리는 모바일앱장터, 공급과 수요의 선순환, 파트너십 기반 전략을 강조한다. 그런데 서버 애플리케이션과 연계되는 전문 기업솔루션 개발자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원더풀소프트는 지난 8월 '엠비즈스토어'라는 업무용 모바일앱 장터를 열고 누구나 앱을 올려 팔고 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표방했다. 일반 기업 말고도 관공서, 학교, 자영업체 등 소규모 조직 환경을 함께 언급해 대기업시장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님을 암시했다.

회사는 SAP같은 글로벌 파트너 지원이 어려운 대신 국내 통신사 LG유플러스와의 협력으로 생태계 확장도 추진중이다. 엠비즈스토어에 올라오는 앱을 '유플러스앱마켓(오즈스토어)'에 연동시켜 양사 앱생태계 수요공급기반에 시너지를 더한다는 구상이다.

엠비즈스토어에 올라가는 앱은 '엠비즈메이커'라는 그래픽기반 앱 저작도구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코딩작업이나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 여러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돌아가는 앱을 한 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로 묘사된다.

즉 회사측에 따르면 엠비즈스토어는 전문지식을 갖춘 현업 개발자와 비즈니스솔루션 업체에 의존하지 않아도 사고팔 앱을 확보해나갈 수 있는 생태계라 볼 수 있다. 현업에 필요한 앱을 개발자보다 더 잘 알만한 실무자가 직접 만들고 유통시키도록 장려하는 게 원더풀소프트의 지상과제다.

김길웅 원더풀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경험이 풍부한 프로젝트리더가 기업용 SW 개발을 주도할 수는 있어도 업계 요구를 혼자 깨우칠 순 없다며 개발과정을 생략한다면 산업지식을 갖추고 현장 상황을 개선할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 문제 해결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엠비즈스토어는 올해 열렸지만 그 앱제작을 위한 도구는 지난해 등장한 것이다. 결과물을 내기까지 30배 빠른 개발 속도, 10분의1에 불과한 비용, 워드와 엑셀 등 오피스를 다루는 정도의 역량으로 2시간만 배우면 될 정도로 낮은 학습부담이 원더풀소프트가 내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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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방식이 철저한 개방형이거나 완전 공짜는 아니다. 엠비즈메이커로 앱개발만 할 경우 툴이 무료로 제공되지만, 개발된 앱이 기업 인프라와 연결돼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환경일 경우 그 기업은 DB연동을 위한 '엠비즈서버' 기술의 라이선스를 도입해야한다.

SAP스토어가 SAP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사이베이스DB, 모바일 솔루션 고객사를 겨냥해 나왔듯, 엠비즈스토어도 엠비즈메이커와 그 사용에 필요한 인프라 기술 도입을 수반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