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실명제, 급했다”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수석 부사장

일반입력 :2012/10/09 10:42    수정: 2012/10/11 08:33

전하나 기자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정부 차원서 급하게 규제를 설정하는 것은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법률 책임자(CLO)가 우리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우회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인터넷 개방을 지향해 온 구글은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서 인터넷 규제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국내에선 인터넷 실명제가 구글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혀왔다.

드러먼드 CLO는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빌라드 베일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우리나라 인터넷 규제와 궁금했던 구글 내부 사정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선 그는 우리나라 정부가 인터넷 규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성 콘텐츠 제한 취지에는 동의함을 전제로 한 설명이다.

드러먼드 CLO는 “한국은 불법복제, 아동보호 등 인터넷과 관련한 여러 부작용들로 인해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정부 단위에서 급하게 규제를 설정하는 경우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인터넷 산업이 발전했던 것도 미국의 규제 환경과 맞물려 있다”며 “구글은 각 나라의 규제법을 준수하고 존중하지만 개방성이라는 전제 아래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한국서 직접 대면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관들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할 뜻을 보였다.

그는 “한국 정부와 만나 규제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 발전을 위해 구글이 어떤 식으로 지원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배경도 간담회 주요 의제였다. 구글은 하드웨어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부문, 모토로라모빌리티의 지분 100%를 125억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휴대폰 직접 제조를 본격화하면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타격이 예상되지만 아직 큰 파장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드러먼드 CLO는 “모토로라를 인수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드로이드 생태계 보호”라며 “더 많은 제조사와 통신사에게 안드로이드 참여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 인수가 개방성이라는 구글의 기업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나 구체적인 향후 전략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공방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만 나타냈다. 그는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의 남용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제약하고 혁신을 방해한다”면서 “업계가 혁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드러먼드는 구글 초대 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초기 구글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2002년 기업 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구글에 합류, 현재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법률 책임자(CLO)로서 법률·대정부 관계·기업 개발(M&A 및 투자 프로젝트)·신규 사업 개발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