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 추석보너스?...체불에 감원 걱정

열악한 지원 수준...개발자 사이트서 성토

일반입력 :2012/09/29 07:58    수정: 2012/09/29 09:48

이번 추석 보너스는 다들 받으십니까. 뉴스에선 대기업 명절보너스 평균 150(만원)안팎, 중소기업 85안팎, 이딴식으로 나오는데…수긍하십니까

추석을 앞두고 유명 개발자 커뮤니티에 한 회원이 '명절 상여금'을 화두로 던졌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익명으로 줄줄이 달린 댓글이 각 회사의 열악한 지원수준을 언급하며 성토의 장을 벌였다.

우울한 내용 가운데 극소수는 부러움을 살만한 월등한 혜택을 제시하며 오히려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는 시기만 다를 뿐 상반기 관심을 모았던 '개발자들의 설 선물' 이야기와 판박이다. 지난 1월 하순 설 연휴를 앞두고 개발자커뮤니티 'OKJSP'에도 명절 선물, 상여금, 휴가 등 여건을 조사한 글이 게재돼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 종사자의 현실을 드러낸 바 있다.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더 나빠진 모습이다. 대기업 계열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개발자조차 보도된 상여금 수준은 체감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여금은 커녕 월급이 제대로 나올 지 걱정스럽거나 연휴 직후 구조조정을 예고한 직장도 있었다.

발단은 최근 소프트웨어(SW)개발자 사이트 데브피아의 '개발자 고충상담' 게시판에 닉네임 'join'이란 사용자가 회원 개발자들에게 명절 상여금을 어떻게 받느냐고 묻는 글이었다. 일부 언론사가 국내 일부 사례를 부각시켜 업계 전반의 혜택인양 전달한 보도를 못마땅해한 뉘앙스다.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우선 첫 댓글을 쓴 사람이 대기업 평균 150만원이라는 금액에 대해 그냥 '대기업개발자'가 아니라 '대기업 정직원 개발자'(몫)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이는 안 주는 데는 계산 안 했을 것이라며 주는 데만 계산하면 그정도 나올듯하다고 추측했다.

또 다른 이는 최악의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저런 조사결과는 별로 신빙성이 없어보인다고 질타하며 (내게) 400 좀 안되게 나왔는데 추석때 조카, 사촌동생들 용돈은 줄수 있을 듯하다고 언급했다.

■받아서 다행스러운데 왠지 미안한 이 느낌

전반적으로 회사가 상여금을 의미있게 준다면 선물 자체에 비중을 두진 않는 분위기다. 다만 선물이 없을 경우 상여금의 내용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앞서 글쓴 이들의 상황이 워낙 열악하게 비치자 후반부 어떤 이는 그래도 안 주는데 많은가 보다라며 우리는 삼십이라고 썼다. 간단히 '현금 100'이라 밝힌 경우도 있고 상여금 월급 50%랑 멜론 한 박스를 받은 이도 있었다. 자신의 상여금 액수에서 '0이 빠진 건가'싶다는 반응도 보였다.

물론 누군가 월급만 14% 인상됐다며 5만원 채워서 주지 그걸 깎는다고 아쉬워한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이는 5만원짜리 지폐로 90만원을 받았다며 왜 입금시켜주지 번거롭게…라고 썼다.

이가운데 자신을 '중소기업에 있는 개발자'라 소개한 이는 상여금 100%와 참치세트 선물을 받는다면서도 아 뭔가 죄송하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상여금과 선물은 고사하고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연휴가 끝난 다음달초 구조조정을 예고한 회사마저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33개 댓글가운데 1개가 올추석에는 월급이 안나올 듯하다는 예상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다음달 4일 구조조정 발표한다니 추석이 추석이 아니다라며 상여는 바라지도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질문을 던진 게시물 작성자 join은 반응이 뜨거워진 댓글란에 우리는 나오는 월급에서 적당량을 현금으로 찾아 봉투로 주고 나머지는 이체한다며 내 월급 찾아서 준다는 게 (대체) 뭐냐며 황당해 했다.

■명절 상여금, 일단 내 이야기는 아니네

초반 달린 댓글엔 이직 시기와 임금체계, 회사 상황 때문에 처음부터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이들의 자조섞인 내용도 눈에 띄었다. 사례를 모아 봤다.

A는 대기업에서 400 주고 중소기업에 안주면 (양 사례수 같을 경우) 평균치가 200이라며 우리 회사에선 인원늘어났다고 안준다고 썼다.

B는 지금 회사가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있는 상황인지라 (기대 못한다)고 언급했고 C는 이직을 해서 그런거 없고 힘들다며 (고향)내려가서 난 백수라고 할까 고민스러워했다.

D가 상여금은 연봉에 포함이라고 밝히자 자신을 신입개발자라 표현한 E는 상여가 연봉에 포함되는데다 '수습'이라고 (회사가) 쉬쉬하면서 연봉을 깎아버린다고 말했다.

F는 교과부에서 명절 상여금을 1/12로 급여에 포함해서 지급하라는 쥐같은 방침이 내려와 상여금 혜택이 없다며 아니꼬우면 '최상위 갑'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H가 (회사에서) 아직 애기도 없다며 푸념했고 I는 상여금이 뭐냐, J는 상여금이 먹는 거냐고 농담했다.

K는 땡전 한 푼, 참치캔 하나 없다며 무늬만 사원수 1천명이상 대기업인듯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회사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많이 받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거라도 받았으니 웃어야 하나

기대도 못하는 상황보다 낫겠지만 어정쩡한 경우도 있었다. 상여금만 받은 경우, 선물을 함께 받은 경우, 선물만 받은 경우 등 제각각이었다. 그 내용도 차이가 컸다. 뭘 받긴 했는데 당사자가 기뻐해야 할지, 실망스러운 건지 헷갈리는 거다.

일례로 돈 없이 선물만 받은 한 사람은 '김 한박스'를, 또는 '스팸세트'를, 어떤 사람은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그런데 또다른 사람은 고가에 속하는 '한우세트'를 받아 대조됐다.

L도 이번엔 소고기세트 15만원짜리 선물받고 인센티브는 없는 듯하다며 (입사) 2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바라긴 좀(이른 감이 있고 본인은) 별 기대 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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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은 그런거 안나와도 분위기랑 개발자 업무 환경 지원 이런걸로 만족이라며 매번 20은 나오는데 10 내돈 보태서 집에나 줘야겠다고 언급했다.

N은 아직 받지 못한 시점에서 사장님이 준다고 했으니 차비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라며 참치세트는 덤으로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