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는 최근 국내 데이터베이스(DB)시장 2위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2015년까지 DB업계 '넘버3'로 자리잡겠다고 공언한 지난해 9월 목표를 1년만에 상향 조정한 것이다. 달성 시기도 '3년뒤'에서 당장 '내년'으로 앞당겨 귀추가 주목된다. 회사의 셈법은 조만간 국내 DB시장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을 '가볍게 제치고' 오라클을 추격한단 얘기다. 현재 오라클이 오랜 1위를 지켜온 가운데 SAP에 인수된 사이베이스가 4위, MS SQL서버와 IBM의 DB2는 2~3위다.
SAP DB 기술은 지난해 4월 출시한 인메모리 기반 고성능분석어플라이언스(HANA)와 더불어 앞서 지난 2010년 사이베이스 인수로 확보한 '사이베이스ASE'와 '사이베이스IQ'를 포함한다. 회사는 해외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부문에 지분이 큰 SAP는 이를 DB 시장 확대 전략에 지렛대로 쓸 셈이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최근 DB 및 테크놀로지부문 담당자인 앤서니 맥마흔 SAP 아태일본지역 수석부사장을 만나 세부 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오라클을 비롯해 다른 시장 점유율로 앞서온 경쟁사에 혁신이 부족했음을 질타했다. DB시장 관점에서 성장가능성이 지역내 최대치인 한국 시장의 가치를 역설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의 특수성과 함께 사이베이스와 SAP 기술의 통합 전략을 기업별 상황에 맞춰 제안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다음은 그와의 1문1답이다.
-SAP DB 담당 임원이라 소개됐는데 다른 역할은 없는지, 이번 방한 목적이 뭔지
'DB와 테크놀로지(D&T)'라는 직함에서 나타나듯 2개 부문을 아우른다. 데이터 이동과 실시간DB HANA 관련 전략을 다루는 게 DB부문이고, SAP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다루는 게 테크놀로지부문이다. 업무의 초점은 협업, 최적화, 데이터 거버넌스와 접근, 다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과의 통합, 4가지로 조직 운영을 효율을 높이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기술적 방안을 제시하는 거다.
회사 입장에서 한국은 SAP가 사상 최초로 'DB분야 넘버2'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장으로 간주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대우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번에 방한한 이유는 DB 사업 관점에서 새 DB로 마이그레이션하거나 SAP 테크놀로지를 적용중인 고객사를 만나려는 차원이다. 파트너들과도 함께해 고객과의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 도전과제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지원하려 한다.
-국내 DB시장에서 2위 사업자가 될만큼 경쟁상대를 제칠 '비장의 카드'라도 있나
현재 SAP는 한국 DB시장에서 사이베이스와 HANA 사용자 비중을 포함해 4위다. 선두권 사업자를 직접 겨냥해 특정 벤더에 맞서 공략하겠다는 생각으로 DB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다. 기존 경쟁자들의 입지에 나름대로 장점이 있겠지만 SAP가 충분히 '차별화 가능한 영역'이라 보고 진출을 결심한 것이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SAP의 고객들이 그간 써온 분석, 애플리케이션, 애널리틱스 역량의 경험을 DB수준까지 체감하지 못해왔다. SAP가 활동 안 한 DB 시장에서 충분한 혁신이 없었단 얘기다. DB 아키텍처는 오랫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고 업계가 말하는 '실시간 분석' 시나리오도 개선 여지를 많이 보였다. 이건 SAP ERP를 쓰든 애플리케이션을 쓰든 어느쪽도 쓰지 않든 마찬가지다.
특정 아키텍처를 상정해 놓고 레이어마다 특정 제품을 결부시키는 식으로 종속된 상황에서 값비싼 메인터넌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현 상황엔 혁신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 기존 애플리케이션에 '실시간 분석'을 연결해 쓰려는 수요가 있다 쳐도 DB는 그대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선택권이 제한적이다. DB계층에 얽매여온 고객들을 자유롭게 하는 게 혁신이다. SAP는 이를 근거로 성장기회를 바라본다.
-쓰던 기술을 속편히 바꾸는 게 혁신일 수도 있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DB 마이그레이션은 '대공사'다
고객들이 원하는건 비즈니스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다. DB같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해법을 구현하기에 필요해서다. 기술이 비용을 넘어선 가치를 제시해 준다면 기존 인프라의 DB를 유지할 건지 바꿀 건지, 고객이 판단한다. 어떤 곳은 타사 DB를 마이그레이션해 사이베이스ASE를 구동시 DB관리자, 서포트, 메인터넌스 등 포함해 전체비용을 3분의2가량 줄일 수 있었다. 이를 지원하는 기업이 리스크 절감 역량이 뛰어난 SAP라는 점도 안심할 만한 부분이다.
또 SAP 실시간 DB테크놀로지의 핵심은 HANA지만, 사이베이스의 역량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거쳐가는 로드맵도 있다. 사이베이스ASE의 미션크리티컬 고가용성 기능과 사이베이스IQ의 고압축 빅데이터 역량이 HANA 플랫폼으로 들어올 것이다. ETL 용도를 원하는 고객이 SAP 기술을 즉시 도입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모든 구성요소를 SAP 것으로 채울 필요도 없기에 고객 반응들은 긍정적이다. SAP가 그간 기업시장에 발휘해온 역량으로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 비중있는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이 SAP 기술이었기에 그런 회사가 DB계층까지 맡는다는 사실만으로 신뢰를 얻는다.
-그렇게 믿음직스럽다면 적극 공개해야 될텐데, HANA를 보면 해외는 좀 있지만 국내는 알려진 사례를 찾기 어렵다
해외도 APJ든 글로벌 시장에서든 사업이 잘 되고 있지만 구체적 성공사례를 밝히긴 어렵다. 가동에 들어간 HANA 시스템 사용기업은 100개사를 넘었지만 알리길 꺼린다. 실사용을 통해 경쟁우위를 점했기에 외부에 알리기 싫은 거다. 밝힐 수 있는 해외 사례는 고객을 세분화해 CRM이나 과금에 활용하는 미국 통신사 T모바일, 재무분석 등 시나리오에 쓴다고 언급한 P&G 정도다.
일본의 한 유통업체도 처음엔 OK 했다가 나중에 입장을 뒤집었다. 그곳은 오라클DB, SAS분석기술, 테라데이타 제품을 한꺼번에 HANA DB로 갈아치운 사례라 아쉽다. SAP HANA 닷컴 웹사이트에 시스코, 인텔, 레노보같은 IT업계 고객사례도 많지만 역시 상세수준까지 밝히지 않았다. 그중 기존 재무분석이나 공급망관리같은 업무프로세스 자체를 확 바꿔 기술적 한계로 불가능했던 방식을 실현한 경우가 많다.
한국에선 손부한 SAP코리아 부사장을 통해 고객들을 설득중이다. 한국 고객들은 더욱 비밀스러운 편이라 쉽지 않겠지만. (편집자주 : 이미 지난달초 국내 매체를 통해 삼성이 그룹사 ERP등 핵심 경영시스템에 SAP HANA를 도입중이라 밝혔다. 지난 14일 컨퍼런스에서 HANA 기반 통합 ERP사례를 바탕으로 글로벌 ERP 프로젝트 구축 노하우를 제시하기도 했다. 여전히 삼성은 이를 널리 알리기 꺼린다.)
-HANA DB에 전사 ERP용 분석 또는 입출력 데이터를 통째로 담아 쓸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고객들이 HANA를 검토시 기존 ERP DB를 대체할 생각을 안 한다. 지금 수요론 사이베이스ASE로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 대응이 충분하다. 다만 장기적으로 HANA에서 모든 업무데이터를 돌리게 하는 로드맵이 있다. 일부 고객중 ERP모듈 일부나 전체 스위트 영역을 HANA에 올리려는 니즈도 나올만해 가능성을 보는 중이다. 현재도 기업에 따라 기존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가 작으면 HANA를 대체재로 쓸 수도 있긴 하다. 다만 헥사바이트, 페타바이트 규모라면 어려울 거고 기업들도 그런 용도를 원치 않는다. 현재 하둡처럼 전통적 DB의 부족함을 개선해 처리하듯 HANA가 그런 역할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HANA 고객 유형은 3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부서단위 분석업무를 위한 실시간DB 용도다. 이는 기존 분석용 부서별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과거 불가능했던 분석 로직을 가능케 만들어주는 보완재다. 다른 하나는 '액셀러레이터 솔루션'이라 부르는데, ERP 모듈이나 애플리케이션에서 하위 프로세스로 돌리던 업무를 HANA 기반으로 구동하는 것이다. 수익성분석, 재무나 비용회계 측정 등 기존 애플리케이션 활용시 한계였던 작업을 전혀 다르게 구동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애자일데이터'라 부르는 거다. 애플리케이션 자체를 HANA DB 데이터활용 목적으로 설계해, 기존 DW와 DB성능으로는 아예 구동조차 안 되는 로직을 구현하는 것이다. 단독 데이터마트로 사용하거나 기존 DW를 오프로드로 쓸 수도 있다.
-오라클DB가 ERP용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텐데, SAP에게 기회가 있긴 한가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사이베이스는 SAP에 인수되기 전부터 시장 잠재력이 높았지만 대규모 투자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SAP에 인수됨으로써 이를 강화할 수 있게 됐고 산업별 특화 역량과 광범위한 고객기반을 갖춘 SAP가 DB시장에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또 경쟁사들이 DB 퍼센티지 상당부분을 SAP 프로젝트로 확보해왔는데 쉽게 간과되곤 한다. SAP는 DB 없었던 과거 ERP프로젝트 하면서 타사 DB 영업까지 도운 셈이었다. 여전히 고객이 원하는대로 지원하겠지만, 남의 DB를 팔던 벤더가 직접 가진 DB를 팔게 되니 시장에 임팩트가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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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입장은 기존 고객사를 먼저 신경쓰고 신규 고객에겐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 기존 사이베이스 고객에게도 확실한 발전 로드맵을 제시한다. 일례로 사이베이스ASE DB가 올해 4월까지는 SAP 비즈니스스위트, 올인원 등 기술에 연결될 DB기술로 인증이 안 된 상태였다. 이제 인증돼 SAP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사이베이스DB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 또 모바일DB인 사이베이스SQL애니웨어로 보편화 추세인 정보소비 부문 성장도 기대할 만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DB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지난해 이맘때 출시한 HANA의 국내 성장세가 APJ와 세계 추세에 비해서도 앞섰기 때문이다. 기존 SAP 사용 고객이 아닌데도 HANA 도입하는 경우 많다. 전통적인 데이터플랫폼 설계 용도를 넘어 다양하게 쓰인다. SAP 제품과 연계 안 해도 HANA 플랫폼 사용시 이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