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iOS6, 1세대 아이패드 버린 이유는

일반입력 :2012/09/13 13:38    수정: 2012/09/13 20:59

애플이 12일(현지시각) 미국서 아이폰5 출시를 알리며 오는 19일 iOS6 업데이트 배포를 예고했다. 업데이트 대상에 든 아이폰3GS는 이번을 끝으로 해도 3년 이상 최신 운영체제(OS)를 제공받는 셈인데, 그보다 늦게 출시된 '1세대 아이패드'는 오히려 iOS6를 쓸 수 없을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폰3GS는 지난 2009년 6월 연례기술컨퍼런스 세계개발자대회(WWDC) 현장에서 '아이폰OS(현 iOS)' 3.0 버전과 함께 첫선을 보였다. 7월 전세계 출시, 11월 국내 출시된 이래 지난 3월 iOS5.1 업데이트까지 지원받았다. 그에 대한 지원이 당시 2년9개월째 이어진 셈인데 이달 iOS6 버전까지 받으면 3년5개월째 업데이트란 계산이 나온다.

애플이 이미 지난 6월 WWDC2012 현장에서 iOS6 지원 대상에 아이폰3GS를 포함하는 반면 1세대 아이패드를 제외키로 밝혔다. 이는 1세대 아이패드 첫 출시가 아이폰3GS 등장보다 늦은 지난 2010년 4월 이뤄졌음을 볼 때 뜻밖으로 비친다. 애플이 늦게 출시한 제품에 대한 소프트웨어 기술 지원을 더 일찍 끊었단 얘기라서다. 당시 iOS4 버전을 품고 나온 1세대 아이패드는 iOS5.1을 받은 지난 3월까지 1년11개월가량, 지난 5월 나온 소규모 보정판 iOS5.1.1까지 계산해도 2년1개월간 지원받은 셈이다.

애플이 첫 아이패드 모델에 대한 업데이트 지원을 일찍 끊은 사실에 따라붙은 해석은 다양하다. 후속 기종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하드웨어 때문에 최신 OS를 돌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과, 아이패드의 제품수명주기 자체가 아이폰과는 달리 설정돼 있어서라는 시각이 분분하다.

■iOS6, 왜 아이폰3GS만?…성능과 수명주기

우선 1세대 아이패드는 아이폰3GS는 물론이고 그 4배인 아이폰4와 아이폰4S보다도 해상도가 높다. 그런데 메모리 크기는 아이폰3GS와 동일하다. 다만 프로세서 성능은 아이폰4보다 나은 것이 탑재됐다는 평가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iOS6가 요구하는 사양은 프로세서 성능보다 메모리에 의존적이라 (메모리가 부족한) 1세대 아이패드에 최적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아이폰3GS는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1세대 아이패드와 같은 메모리라도 최적화가 가능한 수준이었을 거란 얘기다.

그러나 다른이들은 이와 동일한 사실을 바탕으로 애플이 1세대 아이패드용 iOS6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컴퓨팅 파워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애플이 지난 6월 iOS6 지원 대상에 아이폰3GS를 포함하면서도 프로세서, 메모리, 해상도가 동일한 '3세대 아이팟터치'를 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사실 3세대 아이팟터치는 아이폰3GS와 달리 후속 기종인 4세대 아이팟터치가 나오면서 단종됐다.

따라서 하드웨어 사양이 업데이트 개발계획에 영향을 줬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제품의 수명주기에 달렸다고 보는 게 알맞다는 평가다. 아이패드의 수명주기가 아이폰과는 달리 설정됐기에 업데이트 지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는 분석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모델 출시 간격은 매년 비슷하지만 최신 아이폰은 보통 2년짜리인 통신사 약정을 통해 판매되기 때문에 기존 단말기의 수명을 더 길게 잡혔을 수 있다.

실제로 1세대 아이패드는 애플이 지난 2011년 3월 중순 '아이패드2'라 불리는 2세대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단종됐다. 재고는 일괄적으로 인하된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다. 애플은 또 그 1년뒤인 지난 3월 중순 '새 아이패드'라 불리는 3세대 단말기를 출시하며 2세대 32GB, 64GB 모델을 단종시켰다. 2세대 16GB 모델만이 3세대 아이패드와 함께 생산, 판매되고 있다.

아이폰3GS가 최근까지 팔렸기 때문에 당장 업데이트를 끊는 게 전략상 좋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애플은 아이폰4S 출시후 아이폰3GS를 지난해 11월까지 미국 통신사 AT&T를 통해 2년 약정 '공짜폰'으로 공급했다. 캐나다 통신사 텔루스, 로저스, 벨, 피도솔루션을 통해서도 3년 약정 공짜 단말기로 풀렸다. 단 이는 사용자들이 출고가를 내야 했던 16GB, 32GB 모델이 아니라 공짜폰 전용 8GB 모델 얘기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5 등장과 동시에 아이폰3GS 8GB마저 단종을 선언했다는 점은 이 해석마저 석연찮게 만든다. 회사는 이제 아이폰3GS 대신 아이폰4 단말기를 공짜폰으로 풀 계획이다. 앞서 2년 또는 3년 약정에 가입한 아이폰3GS 사용자들이 계약기간을 다할 때까지 iOS 업데이트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아이폰4 공짜폰 사용자들은 iOS6 이후 등장할 신기능도 얼마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은 '긴장'-태블릿 영역은 '여유'

결국 애플이 iOS6를 먼저 출시한 아이폰3GS에 아슬아슬하게 지원하고 늦게 내놓은 1세대 아이패드를 배제한 결정적 이유는 표면상 하드웨어 성능이나 제품 수명주기라 볼 수 있지만 그 기저에는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의 상이한 경쟁 구도가 애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투자를 집중시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애플에겐 기존 제품의 사후지원에 무게를 둬야 시장이 태블릿보다는 스마트폰 영역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태블릿 사용자 비중이 커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주류 모바일기기는 스마트폰이다. 아이폰 이외에도 시중에는 수많은 단말기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여러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플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왔지만 플랫폼 점유율로는 안드로이드에 밀린다. 독점적인 상황이라 보기 어려운 것이다.

반면 태블릿 시장은 아직까지 애플에게 평화롭다. 아이패드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협적인 안드로이드OS가 태블릿 시장으로 넘어오면 맥을 못 춘다.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는 저가 공세의 전형을 보일 뿐 아이패드 태블릿 사업에 직접 타격을 주지 못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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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예견된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보면 애플 입장에서 삼성전자같은 제조사가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맹렬한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견제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 연합의 윈도폰8 등 후발 플랫폼 진영의 추격도 예고됐다. 애플에 대한 이들의 메시지는 '여러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사양, 디자인, 가격대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즉 애플도 디자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이 높다고 점유율을 잃어도 괜찮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껏 경쟁이 덜했던 태블릿은 아직 다양한 가격권의 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만큼 '고객세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향후 태블릿시장에 iOS를 위협할 플랫폼이나 아이패드를 무너뜨릴만한 제조사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애플이 무리한 업데이트를 제공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