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프로토콜 인피니밴드가 이더넷 천하에서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엑사데이터를 위시한 어플라이언스 시대에 현존 통신프로토콜 중 가장 빠른 속도란 점을 앞세워 이더넷 시장을 잠식할 기세다.
지난 10일 방한한 멜라녹스테크놀로지의 마크 슐츠바우 월드와이드세일즈 부사장은 대형화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와 빅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인피니밴드의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밝혔다.
멜라녹스는 인피니밴드 프로토콜과 관련된 칩셋과 네트워크 어댑터, 스위치 시스템, SW 등을 보유한 이스라엘계 회사다. 멜라녹스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전년도 1년 매출에 육박할 정도다. 지난해 2억5천930만달러 매출을 냈던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2억2천2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 5억달러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전년 대비 100% 성장이다.

이같은 멜라녹스 매출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고성능컴퓨팅(HPC) 서버 클러스터 연결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는 인피니밴드다. 세계적으로 HPC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피니밴드 수요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목록인 ‘톱500’에 오른 상위권 HPC 대부분이 인피니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서버 및 스토리지업체들의 어플라이언스 제품에 인피니밴드가 인터커넥트 기술로 각광받은 점도 또다른 이유다. 오라클 엑사데이터가 멜라녹스의 인피니밴드를 채택한 대표 사례다. 최근 IT분야에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은 어플라이언스가 출시 봇물을 이루며 성능향상을 위해 인피니밴드가 주목받고 있다.
인피니밴드의 강점은 무엇보다 속도와 성능이다. 인피니밴드는 물리적 네트워크와 애플리케이션이 직접 통신하기 때문에 이더넷보다 월등히 빠르다. 레이어2(L2)부터 레이어7(L7)까지 총 6단계를 거쳐야하는 이더넷과 달리 중간과정이 없다.
멜라녹스 인피니밴드의 대역폭은 지난해 40Gbps에서 56Gbps로 향상됐다. 이제 막 10Gbps에서 40Gbps로 향상되는 이더넷 네트워크보다 빠르며, 최신 파이버채널(FC)인 16Gbps의 3배 이상이다.

마크 슐츠바우 부사장은 “CPU와 메모리가 빠르게 성능을 높여왔지만, 네트워크의 대역폭은 더디게 발전해 병목현상을 초래했다”라며 “인피니밴드는 CPU, 메모리, 네트워크의 균형을 맞춰 데이터센터 전체의 성능을 높여준다”라고 설명했다.
CPU, 메모리, 스토리지 사이의 I/O 연결이 빨라지지 않으면 전체 성능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터커넥트 과정에서 일어나는 I/O 병목현상은 서버 클러스터의 확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여러 서버를 묶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경우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데이터의 길목이 막혀 시스템 성능개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려면 높은 대역폭의 인터커넥트 기술이 필요하다.

멜라녹스는 인피니밴드의 이런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SW를 이용한 데이터 가속 솔루션을 강조한다. 멜라녹스의 리모트다이렉트메모리액세스(RDMA)란 SW다.
RDMA는 물리적으로 다른 여러대 서버의 메모리를 가상화시켜 하나의 거대한 메모리 풀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메모리와 서버 사이의 여러 중간 홉을 없애 직접 통신하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가상머신(VM) 마이그레이션, 데이터웨어하우징(DW), 분석 등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다.
마크 슐츠바우 부사장은 “멜라녹스 기술을 사용할 경우 HPC 환경의 성능은 10배 향상되고, 확장성은 무한대로 늘어난다”라며 “하둡 적용 시 2배, 멤캐시 성능이 13배 개선되며, DB 적용시 10배의 쿼리 성능 향상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멜라녹스는 RDMA와 함께 UDA(비정형데이터가속)이란 솔루션으로 빅데이터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UDA는 하둡 프레임워크의 맵리듀스를 지원하며, 오는 4분기 중 하둡파일시스템(HDFS)까지 지원하게 된다.
인피니밴드의 시장 확대를 위해 멜라녹스가 택한 방법은 빅데이터를 지렛대 삼은 이더넷 시장 침투다. 이더넷과 인피니밴드를 상황에 맞게 혼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멜라녹스의 이더넷 네트워크 장비 ‘스위치X’는 한 하드웨어에서 이더넷과 인피니밴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이더넷을 사용하면 10G/40G 대역폭을, 인피니밴드를 사용하면 56GB 대역폭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피니밴드 프로토콜에 FC 프로토콜을 올리는 FCoIB(파이버채널오버인피니밴드)로 스토리지 네트워크도 연결가능하다.

멜라녹스 스위치 장비의 장점은 초저지연시간(LawLatancy)이다. 장비의 레이턴시가 0.5마이크로초 수준에 불과하다. 속도싸움에 민감한 증권사 온라인거래시스템 등에 강점을 나타낸다. 빅데이터 분석 속도도 더 빨라진다. 패킷의 처리 시간이 짧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접속이 몰려도 장애가 거의 없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마크 슐츠바우 부사장은 “파이낸셜 서비스에서는 멜라녹스는 레이턴시가 가장 낮은 장비를 갖고 있다”라며 “실행시간이 62% 향상되며, 초당 메시지 처리량이 42%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장비의 포트수는 1RU 당 64포트를 지원한다. 일반적인 이더넷 스위치 장비보다 월등히 많은 수다. 여러 장비를 한곳에서 지원하고, 빠르고 큰 대역폭을 갖기 때문에 서버-서버, 서버-스토리지 등 데이터센터 패킷의 75%를 차지하는 동서형 트래픽 처리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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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슐츠바우 부사장은 “멜라녹스는 3년마다 그 속도를 2배씩 높여 제품을 출시해왔다”라며 “올해 56Gbps를 내놨고, 현재 연구소에서 100Gbps급 기술을 테스트중으로 내년 후반쯤 제품으로 출시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HPC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웹2.0과 포털, 클라우드 서비스, 금융권 시장에서 많은 기회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