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살린다던 홈앤쇼핑, 실상은...

일반입력 :2012/09/10 17:15    수정: 2012/09/10 19:10

김희연 기자

홈앤쇼핑의 상품편성을 두고 업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기존 홈쇼핑업체들과 상품 차별성이 없는 데다 대기업 상품 비중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앤쇼핑 실효성을 두고 중소기업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 방송 편성 비율을 80% 이상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사업자 승인을 받았으나, 이같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홈앤쇼핑의 최근 방송편성을 보면 개국 취지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지난 8월10일부터 9월10일까지 홈앤쇼핑이 한달간 방송편성한 제품은 총 480개로, 이 가운데 타사와 동일한 상품 편성이 96개 정도다. 어떤 날은 평균 방송되는 16개 제품 중 7개나 대기업 상품을 편성한 경우도 있었다.

기존 홈쇼핑이 가진 문제를 홈앤쇼핑이 그대로 답습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골드채널 경쟁 과열에, 중소업체들에 지우는 수수료 부담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 아울러, 홈앤쇼핑이 숨은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해 판로확대에 나서기 보단 기존 홈쇼핑사들이 판매한 이른바 '돈 되는' 중소기업 상품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홈앤쇼핑의 중소기업 판로확대라는 당초 취지가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홈앤쇼핑 개국 당시에 늘 비슷한 것만 파는 대형 홈쇼핑 채널들과의 차별화를 두겠다고 했지만 결국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기존 홈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현재 상황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A업체 관계자는 “당초 개국 당시 입장과 달리 기존 사업자들과 판매 수수료 역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면서 “또한 판매업체에게 별도의 배송비, 무이자할부 등의 비용 역시 부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홈앤쇼핑이 개국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향후 상황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홈쇼핑 채널과 경쟁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향후 중기제품 판매를 안정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선 기존 홈쇼핑사의 인기 판매제품을 다수 편성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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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앤쇼핑 측은 “기존 홈쇼핑사도 중소기업 제품을 많은 비중 판매하고 있으며, 먼저 홈앤쇼핑에서 론칭한 후에 다른 홈쇼핑사에서도 판매를 시작해 판로를 확대한 경우도 많다”면서 “또한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찾는 입장에서 타사와 상품 선별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겹치는 상품들이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B업체 관계자는 “홈앤쇼핑 역시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과도기 단계에 있겠지만 처음부터 차별화를 두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