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공공정보화 수행시 과도한 하도급을 막고 전문성을 갖춘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정부와 기관들은 서비스용역에 의존하기보다 패키지SW를 구입하고, 개발업체들이 상용화된 클라우드기반 서비스형SW(SaaS)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장려하라는 제안이 이어졌다.
카이스트 김진형 SW정책연구센터 소장은 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공공기관 SW구매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국내 SW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이같이 제시했다.
김 소장은 우선 이제는 SW를 사서 쓰는 게 아니라 빌려 쓰는 개념인 SaaS 형태로 수급형태가 변화하는 추세라며 사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도 좋고 빠른 성장도 기대돼 인터넷 인프라를 잘 갖춘 국내 업계가 서둘러 진출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내 패키지SW 업체들이 기존 보유 기술로 이미 상용화된 글로벌마켓에 SaaS를 개발해 올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정부가 기존 태도처럼 업계 화두인 기술요소나 특정 인프라를 국산화하려는 시도는 성공 가능성이 낮을뿐아니라 불필요한 낭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조언은 국내 패키지SW 업체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벗어날 하나의 타개책이다. 김 소장의 발제에서 국내 SW패키지 시장은 당장 순수 제품 매출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묘사된다. 우선 대부분 사업자가 갖춘 패키지SW는 실제 매출비중에 16.1%를 차지하며, 패키지SW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는 회사가 30여곳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공공 발주부터 바로잡아야
김 소장은 원가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부문 IT서비스산업 구조상 기업들이 패키지SW 개발과 공급을 통한 유지보수 대가를 인정받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품질보다 가격이 중시되는 공공발주의 폐습들이 민간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황폐해졌는데 공공부문 구매 발주 담당자들이 언짢게 들을지 몰라도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SW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발주 전문성 없음'은 진작부터 공공발주 문제제기의 단골소재였다. 김 소장은 발주기관이 전문성을 갖추게 하려면 순환보직 담당자에게 맡기지 말고 이를 전담할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사업과 동시에 산업육성 의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법을 개정해 ISP 선행사업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이 활용할 패키지SW를 미리 조사해 구입을 예고하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순환보직 돌다가 '재수없어 걸린' 자리가 발주담당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공공에 전문성이 없는 게 최대 문제라며 반드시 ISP를 선행하고 패키지SW 구매 수요도 예고해 기업들이 준비하게 하는 한편 사업예산 부풀려 잡고 발주하면서 깎아냈다고 칭찬받는 풍토를 근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적은 예산을 갖고 사업을 강행하는 행태도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발주 당시 요구사항이 불명확해 실제 수행비용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최종 예산은 발주 당시 시점보다 낮게 책정돼 수행사업자에 부담이 가중된다.
김 소장은 사업 예산이 줄면 59.9%가 가격 할인 방식을 취하는데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게 맞다며 적정 유지보수 비용을 예산에 반영하고 SW시스템과제 예산심의를 위한 민간 위원회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가입찰방식이 아니라 가격을 고정하고 기술과 품질 중심으로 평가할 것, 발주기관이 요구사항 변경시 개발비 추가지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할 것, 인력투입이 연중 하반기에 쏠린 공공발주 시기를 다년도 사업화해 균등화할 것, 과도한 하도급을 지양하고 정규직 직원 참여비중을 사업평가에 반영해 수행기업이 사업경험을 쌓도록 유도할 것, 공정거래감시를 강화할 것 등 방안이 제안됐다.
■국내 SW산업 '총체적 난국'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SW 산업생태계 문제는 우선 선진국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SW 활용도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한국SW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보면 SW 활용도만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도 그만한 시장이 발생하며 산업별 발전을 통해 GDP 16조원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나온다.
이 가운데 IT서비스산업에 대한 문제로 품질보다는 가격이 우선시되는 공공시장의 경쟁풍토, 사업범위가 불분명한 상황에 계약과 내용 변경에 따른 대가는 반영되지 않는 점 등 폐습이 민간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SI 업체는 매출비중 상당량을 해외서 발생시키는데 우리나라 SI업체의 해외 매출비중은 극히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SW패키지 산업 문제도 이와 맞물린다. 일단 공공부문에서 패키지 구입보다 대기업계열SI를 통한 IT서비스 용역 개발을 선호한다. 불분명한 요구사항때문에 구매자가 필요한 패키지SW를 고르기도 어렵다. IT서비스형 사업으로 SW매출은 늘지만 내용상 패키지SW 매출은 위축되는 구조다. 대기업 제조업체의 내장형SW는 자체생산하는 추세다.
그래서인지 국내 패키지SW 시장은 전세계 0.9%에 불과하다. 선진국대비 높은 불법복제율, 외국계 경쟁사보다 열악한 SW 유지보수요율, 미약한 해외진출동력도 기운을 뺏는다. 이런 불안정한 시장과 SI 종속적 거래구조가 그룹웨어를 만들던 핸디소프트, 워드프로세서 만들던 한글과컴퓨터 등 경쟁력있는 패키지SW 개발업체를 휘청이게 했던 요인이다.
또 SW를 활용하는 쪽에서도 혜택은 보면서 정작 투자는 소극적이란 평가다.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1위지만 지난 2009년 공공SW사업 실적 및 관리실태조사 기준으로 그 참여업체들 계약 금액은 원가계산액대비 91.1% 수준, 공공부문 프로젝트별 이익률은 -5%정도 적자다. 민간에서 전산시스템 도움이 절대적인 병원 쪽도 법인 매출대비 투자율은 2~3%에 그친다. 만연한 패키지SW 불법복제나 미흡한 SW인력 보상체계도 딸려오는 얘기다.
더불어 주로 대기업에 해당하는 얘기로, 조직내 환경이 공유와 협력보다는 경쟁을 조장한다는 점도 SW의 본질과 맡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다. 업계 관행으로 창의적 중소 전문기업이 성장할 경로는 막혀 있고 새로운 인재 영입이 줄다보니 인력부족, 우수인재기피, 해외유출 현상도 나타난다.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에 SW와 SW산업에 부족한 이해도도 꼽혔다.
한편 그가 발제한 '정부의 SW구매, 현황과 개선방안'으로 다룬 IT서비스 산업 특성 사례를 보면 응용분야 전문성이 필요해 담당기업들이 많은 직원을 고용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 발주자들이 일을 맡기는 국내 대기업계열 SI회사들은 해외 동종업계 조직에 비해 적은 인력만을 유지하면서 더 높은 1인당 매출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IT서비스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SW를 만들어주는 서비스용역을 가리키는 용어다. 업무특성상 분석, 설계, 개발, 품질관리 능력이 요구되는데 발주처의 응용분야별 전문성이 필수적이라 많은 직원을 고용하는 게 당연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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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로 제시된 표에 따르면 타타컨설턴시서비스가 직원수 24만명에 매출 100억(1인당 4만2천)달러, 캡제미니가 직원수 12만명에 매출 110억(1인당 9만2천)달러, 액센츄어가 직원수 25만명에 매출 250억(1인당 10만)달러, IBM이 직원수 43만명에 매출 1천69억(1인당 24만9천)달러로 나타난다. 그런데 국내 기업은 직원수 대비 매출이 이들 보다 높다. 일례로 한 국내 기업의 경우, 직원수 1만3천명에 매출이 40억(1인당 30만8천)달러 수준이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인현 공간정보통신 대표는 1만3천명 인력으로 40억달러라는 매출 실적이 가능한 이유는 하도급 과정에서 부당하게 가로챈 이익을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회사가 실제 필요한 인력을 정규 고용하지 않고 이윤을 남기고 하청이나 도급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해온 특성과 그 사슬안에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SW사업자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