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800여만건에 이르는 KT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등에 카페를 개설하고 참여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2일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등에는 KT 집단소송과 관련된 카페가 수십 개에 이른다. 관련 카페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집단소송 쉽지 않아…이것저것 따져봐야
집단소송 카페에 사람이 몰리고 있지만 변호사들은 소송에 참여하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킹 사건의 경우 정보 유출에 따른 사업자의 과실과 피해사실이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데다 최근 이를 악용한 신종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재판비용, 변호사 비용 등을 감안하면 만약 승소한다 하더라도 기대했던 만큼의 배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백상 정관영 변호사는 “정보유출 사고의 경우 사업자의 보안기술이 당대에 요구하는 수준에 미달해야 이를 과실로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고의로 직원이 유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안, 기술적 부분과 비밀유지 의무 등을 따져봐야 하는데 사실상 승소한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옥션, GS칼텍스 등 해킹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사업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업자의 과실을 입증할 수 없으며 사업자 역시 해커로부터 피해를 당한 일종의 피해자라는 해석이다. 지난 4월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 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가입자에게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첫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는 했지만, 현재 SK컴즈가 항소한 상태다.
KT 정보유출과 관련해 ‘100원 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평강 최득신 변호사 역시 “유감스럽게도 사법부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배상책임 인정에 인색하다”며 “책임주의 원칙을 내세워 대기업의 과실을 요구하고, 대기업 역시 피해자라는 이유로 원고 패소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그는 “KT 집단소송 역시 그리 쉬운 소송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사법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점차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집단소송을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소 차이가 있는 의견도 있다. KT의 정보를 빼간 TM 업체를 완전히 이통사와 관계가 없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창조 김학웅 변호사는 “TM 업체가 KT 자체는 아니지만 아예 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게다가 관계가 있는 곳에서 정보를 빼내갔는데 5개월 동안 까맣게 몰랐던 점을 감안하면 사업자의 과실이 밝혀질 확률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액수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집단소송에 참여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큰 금액의 배상액을 기대하기보다는 액수와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집단소송을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잘 따져봐야 할 것이 소송에 참여하려면 비용을 내야하는데 패소를 하면 이를 그냥 날린다고 쳐도, 승소할 경우 재판비용과 승소보수금 등을 제하게 돼 실제 배상금은 얼마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집단소송 같이해요”…상업적 카페도 ‘주의’
아울러 금전적 이득을 노린 일부 카페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일반인이 카페를 개설한 후 수천명에 이르는 소송인단을 모아 변호사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일부 카페들에는 “소송을 빌미로 회원 수를 늘리거나 상업 활동을 펼칠 목적으로 개설된 카페가 있으니 가입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문이 게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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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 해킹 사건 때도 공식 카페 운영자와 소송을 추진한 변호사 사이에 갈등이 생겨 상당기간 소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당시 소송을 맡은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운영자가 ‘뒷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으며, 운영자는 “돈을 받은 적도, 요구한 적도 없다”며 맞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모인 이용자들이 금전적 목적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서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단소송에 참여할 때는 카페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