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또 하나의 편집국이다. 헐값에 많은 매체의 기사를 사들여 도매급으로 전시한다는 불만을 떨칠 수 없다.”(언론사)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노출된 비슷비슷한 낚시성 제목과 기사에 들어가 있는 선정적 광고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독자)
“뉴스캐스트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언론사와의 상생모델로 시작됐고 또 궁극적인 솔루션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NHN)
한국언론정보학회와 NHN이 12일 공동으로 주최한 ‘뉴스캐스트의 전망과 과제’에선 이 같은 의견이 연이어 쏟아졌다. 이날 세미나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지난 2009년 1월 시작된 뉴스캐스트는 네이버 메인 화면에 각 언론사별로 노출되는 뉴스 박스를 말한다. 현재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정식제휴를 맺은 언론사는 96개사에 달한다.
뉴스캐스트는 그동안 네이버가 독점했던 트래픽을 언론사에 배분하는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언론사들의 트래픽 확보를 위한 과다 출혈 경쟁을 낳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언론사들은 네이버 뉴스캐스트로부터 유입되는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뉴스캐스트의 혁신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 역시 언론사의 자정 노력과 함께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서 NHN의 책임있는 자세를 일관되게 요구했다.
서정아 머니투데이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유닛장은 “뉴스캐스트는 일차적으로 언론사에 편집권이 있지만 사실상 그 위에 또 하나의 편집국으로 네이버가 군림하고 있는 구조”라면서 “NHN과 언론사가 갑과 을이라는 관계를 깨고 공생하려면 뉴스캐스트를 운영하는 NHN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아이뉴스24 글로벌리서치센터장은 “뉴스캐스트를 둘러싼 갈등은 언론사 규모나 지향점에 따라 입장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NHN과 언론사라는 이분적 구조로만 볼 수 없다”면서도 “뉴스캐스트가 명실공히 대표적 뉴스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공적인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낚시성 혹은 선정적 제목에 대한 모니터링은 어떤식으로든 필요하나 지금처럼 네이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참여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장도 “모니터링을 시민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차라리 뉴스캐스트 제휴사들의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따라 패널티나 인센티브를 주면 자정기능이 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뮤즈어라이브 대표는 NHN과 언론사에게 보다 적극적인 공조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로부터 비롯된 일부 황폐된 저널리즘에 관해 도덕적 책무를 질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발행하는 구글에게 ‘디지털 뱀파이어’라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사례를 거론했다.
이 대표는 “당시 구글은 탐사보도나 특종, 깊이 있는 오피니언 등을 오랫동안 노출시켜주는 ‘구글 스포트라이트’를 신설하는 등 노력을 펼쳤다”며 “네이버도 뉴스캐스트라는 모듈 안에서 언론사들이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연하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교수도 “언론사에 편집권을 이양했다고 해서 네이버가 사회적 책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낚시성 기사 등은 언론사 신뢰도 저하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포털 뉴스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포털, 언론사의 공동책임 모델이 정립돼야 한다”고 했다.
NHN은 이날 나온 제언들을 바탕으로 추후 합리적인 개편안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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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석 네이버 뉴스팀장은 “뉴스캐스트가 언론사와의 상생모델로 시작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언제부턴가 트래픽 창출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로 인해 뉴스 게이트키핑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질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NHN 윤영찬 미디어서비스실장은 “주제별보기, 옴부즈맨 등 나름의 고육지책을 꾸준히 도입하고 있지만 언론사들이나 사용자들의 피로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미 마련된 생태계를 없애기 보다 앞으로 언론사, 사용자들과 더 밀착해서 개선안을 만드는데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