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사장, LG전자 살림 챙기더니...

일반입력 :2012/06/26 10:15    수정: 2012/06/26 11:23

남혜현 기자

직원들과 포장마차에서 야식 먹는 사장님. 이영하 LG전자 사장은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 부문장 시절 직원들과 포장마차를 찾는 것으로 유명했다. 함께 야식을 먹으며 사기를 북돋우고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그의 '눈높이 리더십'은 효과가 컸다. 한 번 1등 사업자가 정해지면 좀처럼 순위가 바뀌지 않는 보수적 가전 시장에서 LG전자 세탁기와 냉장고는 지난해 판매금액 기준 각각 글로벌 1위와 2위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들어 얻은 아이디어를 생산 현장에 곧바로 도입한 혁신과 추진력이 원동력이 됐다.

이영하 사장에 대한 LG전자 내부평가는 '혁신과 추진력'으로 수렴된다.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2004년부터 냉장고와 세탁기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생산현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LG전자 '10초 생산라인'도 이 사장의 작품이다. 제품을 10초 안에 만들도록 생산라인을 바꿔 원가절감과 경쟁력 향상을 꾀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LG전자 살림 전반을 챙기는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개월간, 그의 '눈높이 리더십'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달에 한번 진행하는 사업 성과 보고다. 팀 별로 성과를 수치화해 평가하고 이달의 목표를 세워 업무 방향을 점검하도록 했다. 이 사장은 발표가 진행되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서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직원들과 야식을 즐길 정도로 소탈하지만, 발표 내용을 챙길 때는 작은 수치 하나까지 모두 기억해 직원들을 당황시킬 만큼 꼼꼼하다. 20개 팀이 발표하는 내용을 모두 외웠다가, 각 팀별로 조율해야 할 부분이 생기면 곧바로 지적한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부문장이 서서 발표를 듣는데다, 내용을 모두 기억하기 때문에 긴장해서 보고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성과를 계량화 하는덴 어려움도 있지만, 전반적인 업무 역량을 평가하고 다음달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찬 줄여 기부하기' '재능 나눔 일일찻집' '예비 사회적 기업 무이자 대출 지원' 등 LG전자가 수행하는 사회공헌(CSR) 활동 역시 이 사장의 몫이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사회 보고사항에 포함시킬 정도로 CSR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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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사장은 LG전자가 차세대 먹을거리로 지목한 수처리 사업도 담당한다. LG전자는 올해 초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수처리 합작회사인 'LG-히타치 워터 솔루션'을 설립했다. 수처리 사업은 공공 상·하수처리 및 재이용과 산업용수 공급, 산업폐수 처리 및 재이용 관련 설비와 시설 기획, 설계, 설치, 시공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사장은 향후 10년간 5천억 이상을 수처리 사업에 집중 투자해, 합작사를 오는 2020년까지 매출 7조원대의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전국에 흩어진 수처리 사업장을 수시로 드나드는 이유도 이같은 목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