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유머’ 인터넷 게시판 경쟁 2라운드

일반입력 :2012/06/19 16:44    수정: 2012/06/19 16:49

정현정 기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천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모바일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따라 인터넷 공개 게시판 서비스 풍속도 변화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트 판’을 필두로 ‘다음 아고라’, ‘네이버 붐’ 등 포털사이트는 물론 ‘일베저장소’, ‘오늘의 유머’, ‘웃긴대학’ 등 인터넷 게시판 경쟁의 장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게시판은 기존 PC에 비해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으며 보다 유머 등 보다 소프트한 주제의 게시글이 주로 다뤄진다.

현재 인터넷 공개게시판 경쟁에서는 네이트 판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6월 첫째주 기준 네이트 판은 8천824만건의 페이지뷰(PV) 기록했다. 각각 3천737만, 95만7천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다음 아고라와 네이버 붐과 비교해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특히 네이트 판은 전체 트래픽의 60~80% 가량이 꾸준히 모바일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고라가 PC 트래픽의 10분의 1 정도만이 모바일에서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네이트 판이 보유한 콘텐츠가 모바일에서 소구력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 붐은 모바일 트래픽 집계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판의 인기는 네이트 애플리케이션 실행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랭키닷컴이 지난 4월 한 달 간 안드로이드 4만명 중 1회 이상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수를 집계한 결과 네이트가 다음을 누르고 포털 메인 앱 중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네이트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는 389만명으로 780만명을 기록한 네이버에는 198만을 기록한 다음을 2배 많은 수로 따돌렸다.

랭키닷컴 관계자는 “네이트 앱이 SK텔레콤에서 출시된 단말에 기본설치 앱으로 제공됐다는 점에서 다른 포털 앱에 비해서는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네이트 앱을 이용률을 끌어올린 것은 네이트 판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라고 분석했다.

네이트 판은 포털사이트 네이트에서 운영하는 개방형 게시판이다. 지난 2006년 네이트 닷컴의 개시판으로 개설돼 2009년 싸이월드 광장과 통합됐다. 문화, 뷰티, 리뷰, 여행, 요리, 동영상 등 다양하고 제한이 없는 주제의 게시물들이 공유된다.

다양한 전문 정보들이 제공되는 게시판도 있지만 현재 사용자들의 개인적인 사연이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게시판인 ‘톡톡섹션’이 가장 활성화돼 있다. 댓글, 공감, 조회수 등 다양한 수치를 활용해 선정되는 ‘톡’에 오른 게시글들은 언론에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화제를 낳기도 한다. 이른바 ‘판춘문예’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컴즈 관계자는 “사업자에 의해 정해진 주제만을 이야기 하는 타 게시판과 달리 네이트 판은 사용자 스스로 자유롭게 주제를 만들어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타 게시판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의 경우 정치, 경제, 베스트, 수다, 감동, 고민, 억울 등으로 카테고리가 단순 분류됐지만 네이트 판은 세상에 이런 일이, 남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 직장 여성들의 애환, 동물 사랑방, 헤어진 다음날 등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3월에는 남성과 동물 관련 카테고리를 생성하고 지난달에는 프로야구 열길르 반영해 야구야구 카테고리를 새로 추가하는 등 주제를 확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터넷 공개게시판의 킬러콘텐츠로 꼽혀온 유머 콘텐츠도 모바일 환경에서 가벼운 읽은거리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더 큰 폭발력을 보이고 있다.

일베저장소, 오늘의 유머, 웃긴대학 등 대표적인 유머게시판의 경우 이미 모바일 트래픽이 PC 트래픽을 앞질렀다. 6월 첫째주를 기준으로 이들 사이트의 주간 PC 페이지뷰는 일베저장소 660만, 오늘의 유머 799만, 웃긴대학 107만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 트래픽은 각각 1천116만, 1천564만, 712만으로 PC를 넘어섰다.

최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모바일 전용 공개 게시판 서비스 ‘네이버 뿜’을 내놓고 심기일전에 나선것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그 동안 네이버는 개방형 게시판인 네이버 붐을 운영하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존재감이 미약하다.네이버는 이용자들의 모바일 트렌드를 분석해 ‘아무 생각 없이 빵빵 배터지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와 ‘누군가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듯 가슴이 후련해질 수 있는 게시판’을 콘셉트로 들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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뿜에서 기존 붐 서비스와의 연관성을 찾는 이용자들도 있지만 네이버는 차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004년 오픈한 붐은 유머 외에도 연예, 동영상, 이미지 놀이터, 붐 그림판, 생활의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제공한다. 반면 뿜은 조금 더 소프트한 주제를 다루는 유머라는 카테고리에 특화시킨 게시판이라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두 서비스 모두 오픈형 게시판이라는 공통 분모는 갖고 있으나 네이버 붐은 PC에서 선보였던 서비스인 반면 뿜은 모바일 전용 유머 게시판 서비스”라며 “모바일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즐겁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