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네 죄를 알렸다"...IPO 한달 이후 향배는?

일반입력 :2012/06/18 18:18    수정: 2012/06/19 08:33

이재구 기자

페이스북,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페이스북이 뉴욕 나스닥 기업공개(IPO) 한달 만에 IT업계에 최대 민폐를 끼친 공적이 돼 버렸다.

지난 달 18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업체 페이스북의 떠들썩한 기업공개 한달이 지났지만 SNS업체들을 비롯한 모든 IT업체들을 심각한 페이스북 IPO 후유증에 빠져 들었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죄악은 이 회사 IPO이후 한달동안 단 한건의 IPO도 없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베팅하면서 이 회사의 IPO가 새로운 IT업체의 IPO물결을 가져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IPO를 예정했던 동종 IT업계의 상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발길을 멀어지게 했다는 점이 최대 죄악으로 꼽힌다. 정작 페이스북은 오히려 동종 업계에 피해를 끼친 채 실제보다 과다 계상된 IPO를 통해 확보한 현찰로 미래 잠재력을 확보해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페이스북 한달을 되돌아보면서 페이스북의 IPO과정에서의 잡음에 따른 파장이 이처럼 IT업계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리면서 파장과 후유증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페이스북 어려움의 어려움은 미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유럽경제위기 같은 거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페이스북의 IPO 이후 한달동안 아직까지 한건도 없는 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도 하다고 낙관론을 폈다.

한편 이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페이스북의 IPO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투자자들의 투자실패원인을 고객니즈를 바라보기 보다 다른 사람들이 투자하는데 따라 투자한 부화뇌동에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 “페이스북의 IPO는 재난”

보도는 페이스북의 IPO가 지난 2004년 구글의 경우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면서 IT업계에 긍정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페이스북의 IPO는 기업 키우기(bump up)이 아니라 추락(dump)이었다면서 페이스북 IPO한달 만에 이 실패한 IPO의 후유증과 파장이 IT업계에 넓고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는 지오프 쿡 미트미 SNS CEO의 말을 인용, “페이스북의 IPO는 재난이었다.이는 IT분야에 대한 관심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며 “이는 사람들의 대화의 방향을 돌려 버렸다”고 부작용을 꼬집었다.

한 벤처CEO는 블로그에서 이처럼 냉냉한 분위기 속에 페이스북IPO를 신생벤처를 다 죽게 만든다는 의미의 ‘신생벤처 묵시록(start-up Apocalypse)’이라고까지 지적했다.

벤처기업 대상 자금지원회사인 그는 이 글에서 “페이스북에 의한 시장 냉각 부작용은 통해 초기 신생기업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망스런 페이스북의 IPO는 IPO의 꿈을 가졌던 많은 신생기업들이 꿈을 접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올해만 해도 29개 회사가 그들의 기업공개 꿈을 접었으며 이는 지난 2010년보다는 53% 증가한 것이지만 지난 해 수준과 비슷한 것이다.

S&P푸어스캐피털 IQ의 리처드 피터슨은 “사람들은 페이스북 IPO가 많은 기업들로 하여금 IPO대열에 끼어들게 만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반대로 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IT업계 IPO 계획 줄줄이 연기

부작용은 그뿐만이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IT에 대해 겁을 내기 시작하는 우려스런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

러시아 여행검색회사 카약SW와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SNS업체 가운데 하나인 부콘탁트는 페이스북의 실망스런 IPO결과가 나오자 재빨리 IPO를 연기해 버렸다.

그레그 쳉 SNS CEO는 “페이스북의 IPO는 SNS업계의 구글이 등장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는데 그처럼 나쁜 결과가 되면서 너무나도 놀라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만일 당신이 페이스북을 38달러에 IPO에 올려 28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미친 짓이라고 했을 것이다..이는 결국 이 업계 전체에 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IPO를 희망하던 기대주들은 줄지어 계획을 접고 있다. 지난 달 11개업체만이 IPO신청을 했는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히 66%나 줄어든 것이며 지난 2009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미지근해진 IPO환경은 구글,애플, 아마존처럼 IPO를 통해 갑작스레 돈이 많아진 보다 큰 회사에 인수되길 희망하는 다른 신생기업의 계획도 짓뭉개버리고 있다.

사태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페이스북만이 IPO투자자들만을 실망시키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징가,그루폰,옐프, 판도라 같은 회사들이 모두가 IPO당시 가격대비 30%이상 주가가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IPO기업의 35%가 그들의 예상 가격범위 아래로 떨어진 주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충분한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디스카운트에 의존해야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의 주가를 기록하는 업체들의 수는 지난 2010년의 29%, 지난 해의 24%보다도 더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만이 IPO의 유일한 수혜자

페이스북주가는 거래 첫날부터 시작해서 첫날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는커녕 가라앉기만 했다.

나스닥 전산망 장애 발생 건에다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구매가 과도한 가격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생각속에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상장전에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이어졌다. 나스닥은 투자자들에게 사과하고 첫날의 전산망장애를 사과했지만 사태는 여기도 그치지 않고 있다. 소송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로 여겨지는 페이스북의 나스닥 데뷔전 실패가 전체 IPO시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죽여 버렸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IPO 이후 단 하나의 IPO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아리러니하게도 페이스북은 SNS업체들의 시장을 약화시키고, IPO의 가능성을 죽여버렸음에도 정작 자신은 이 소란속에서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페이스북은 이 돈을 가지고 제품을 만드록 미래의 신생기업을 사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재정비할 수도 있게 됐다.

■페이스북의 장기계획은?

페이스북의 당면 과제는 주가가 아니라 장기계획에 있다.

페이스북은 자사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모든 써드파티앱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SNS생태계의 중심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존 엘벤크록 140프루프 CEO는 “페이스북은 지난 해 40억달러의 매출을 냈으며 타깃광고를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페이스북이 모바일 상에서 풍부한 인구분포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만큼 수십억달러의 광고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엘베크록은 “페이스북의 주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이 회사 사이트는 이메일이나 동영상보다도 더많은 활동을 보이고 있는 가장 활발한 사이트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IPO에서의 실패는 더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면서 “페이스북이 자사의 고객들을 자본화할 기회는 엄청나게 많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SW개발업체들은 페이스북에 고무되고 있다.

크리스티안 테일러 전자상거래 업체 페이브먼트의 CEO는 페이스북을 이용해 매주 1천500개의 중소기업 판매자가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는데, 이제 그 숫자가 16만 5천개업체에 이른다“며 페이스북 파워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의 전망은 맑은가, 흐린가?

페이스북의 전망이 잿빛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7일 페이스북의 자사의 앱센터를 열어 개발자들이 페이스북 회원들에게 앱을 찾아 볼 수 있도록 도우면서 페이스북에 기여할 명분을 찾을 수 있었다.

분명히 페이스북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해 미국내 페이스북 방문객은 전년도 대비 5% 증가에 그친 1억5천800만명이었다.

이는 지난 2008년 컴스코어가 데이터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빈약한 성장률이었다. 지난 해 성장률은 24%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작년에는 전년동기 대비 89%의 성장세를 보였을 정도였기에 이는 페이스북에게 상당히 실망스런 성적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존경받던 브렛 테일러 최고 기술 책임자(CTO)마저 신생기업을 만든다면서 회사를 떠났다. 이달 초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을 모바일에서 광고하기 더 좋은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바일상거래 신생기업 카르마를 인수하고 피서블 SW의 모바일 개발팀을 데려왔다.

제프리 데이비츠 솔라리앗 CEO는 “페이스북의 전례없는 규모, 기술과 마케팅 차원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이를 어떻게 다룰지 알 때에라야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리앗은 SNS에서 소셜콘텐츠를 필터링하는 것을 도와주는 회사다.

그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는 커다란 창문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했다.

■IPO후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프랜시스 개스킨스 IPO데스크톱닷컴 CEO는 IPO시장의 엇박자는 일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여름 기간 중 IPO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그는 수많은 강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있으며 IPO시장을 약화시키는 것은 유럽경제위기와 다가오는 대선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스킨스 CEO는 증시시장이 힘을 얻으면 최고의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다시힘을 얻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