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N스크린 경쟁 '활활'

일반입력 :2012/06/09 12:07    수정: 2012/06/09 12:41

정현정 기자

방송사, 통신사, 인터넷 포털까지 가세한 N스크린 경쟁이 달아오른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지상파방송까지 직접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장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MBC와 SBS가 만든 합작법인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통합 N스크린 서비스 준비가 막바지인 가운데 KBS도 아시아 방송사들과 손잡고 오픈형 N스크린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콘텐츠연합플랫폼이 만드는 N스크린 서비스 ‘푹(pooq)’은 7월 서비스를 목표로 서비스 구축을 진행하며 현재 가격정책을 고심 중에 있다. 당초 참여를 망설였던 KBS도 지분 참여 없이 자사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7월부터는 푹을 통해 MBC, SBS, EBS, KBS의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푹은 월정액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이용요금을 결제하면 실시간 방송 시청과 홀드백 없는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라이브채널패키지’, ‘VOD 패키지’, ‘실시간+VOD 통합패키지’ 등 3개의 상품을 계획 중이다. VOD 상품의 경우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페이퍼뷰(PPV, Pay Per View)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실시간 상품에는 지상파 실시간 채널과 계열 유료방송 채널을 포함한 20여개 채널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음악, ‘무한도전’, 한류 등 자체 편성 5~10개 채널이 함께 제공된다. 앞서 제휴를 맺은 케이블TV 방송사 씨앤앰과 티브로드가 저작권을 보유한 PP채널도 추가된다. VOD 서비스는 최신작부터 지난해 방송분 정도를 시작으로 전체 아카이브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구체적인 서비스 요금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지상파 VOD 서비스나 선발 사업자 보다 낮은 수준에 제공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 홀드백 없는 VOD를 제공하며 기존 N스크린 서비스와 차별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플랫폼 측은 1단계로 PC와 모바일 기기로 월정액형 상품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출시하고 씨앰앰 및 티브로드 등 케이블 방송사와 연계한 결합상품도 함께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OTT(Over The Top) 셋톱박스나 스마트TV 서비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

MBC와 SBS가 합작법인으로 손을 잡은 가운데 KBS는 아시아 방송사들과 연합한 개방형 플랫폼인 ‘오픈스마트플랫폼(OSP)’을 들고 나왔다.

현재 셋톱박스 개발이 마무리 단계로 하반기 중 셋톱박스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예정된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ABU) 총회에서는 각 나라별 시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OSP는 기존 KBS가 추진하던 코리아뷰(K-View)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상파 다채널과 실시간 해외채널을 비롯해 유튜브 같은 오픈 플랫폼까지 제공해 구매욕구를 자극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지상파 채널을 독점공급하는 폐쇄형 방식이라면 OSP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셋톱박스까지 포괄한 오픈 디바이스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KBS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여러 방송사에 멀티호밍(Multi-homing)을 제안했고 많은 동감과 호응이 있었다”면서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 나라의 작은 방송사가 직접 전 세계를 커버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각 국 방송사들과 연계한 해외 비즈니스 잠재력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당초 지상파 방송사들이 함께 통합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나섰을 때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지상파3사가 뭔가를 같이 한다는 얘기는 곧 안 된다는 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3사 간 주도권 싸움을 벌인 일이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3사가 함께 만든 합법 다운로드 사이트 ‘콘팅’ 역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MBC가 지난해 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SBS와 채널 교환을 시작하며 협력에 물꼬를 텄다. 하지만 이 역시도 중복투자 문제와 신규 서비스 구현 제한 등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MBC와 SBS는 아예 합작법인 설립을 택했다. 이를 통해 N스크린 서비스에 대응하고 콘텐츠 협상력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서비스가 통합되면서 이용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방송 플랫폼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콘텐츠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배경으로 작동했다. 플랫폼 사업자들끼리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 요금을 낮추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콘텐츠 대가 역시 낮아졌다는 판단이다. 이에 직접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합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직접 고객 접점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가격 통제권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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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상파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 원가는 매년 올라가는데 플랫폼에 제공하는 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서 “콘텐츠가 왕이라는 말이 있지만 플랫폼이 없는 콘텐츠는 왕이 아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N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지상파 방송이 가진 단방향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그 동안 지상파가 그저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CP) 역할에만 머물렀다면 직접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점점을 가진 플랫폼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