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은 지금부터다.”
서울 강남역을 중심으로 교보타워까지 약 200m에 걸친 사거리. 30일부터 이 지역의 SK텔레콤 LTE 속도가 두 배 가까이 빨라진다. 기존에 서비스 중이던 LTE 주파수 대역이 2배 확장되서다. 쉽게 말하자면 제2의 LTE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다.
SK텔레콤은 30일 강남역 근처 강남마케팅팀 사무실에서 LTE 멀티캐리어 시범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멀티캐리어는 동일 커버리지 내에서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사용하는 네트워크 기술이다.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사용 중인 800MHz 대역에 지난해 하반기 확보한 1.8GHz 대역을 추가로 사용한다. 상∙하향 20MHz 대역폭을 추가해 총 40MHz 대역폭을 활용해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LTE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실제 고객이 체감하는 LTE 속도가 2배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이날 800MHz 대역만을 활용했을 때와 1.8GHz를 함께 썼을 때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멀티캐리어 기술이 적용됐을 때 약 2배에 달하는 속도가 나왔다.권혁상 SK텔레콤 네트워크부문장은 “(네트워크 관점에서) 지금 강남역 근처는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다”며 “이 지역에서 다양한 기술을 시험해 본 후 운영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시범 서비스를 거친 후 오는 7월부터 멀티캐리어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다. 연내 서울 전역 및 부산 지역까지 멀티캐리어를 적용하고, 내년 초까지 광역시 및 수도권 주요 도시 등 전국 23개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멀티캐리어, 미래 트래픽 폭증 위한 기술”
이날 SK텔레콤은 멀티캐리어가 ‘미래를 위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하기 때문이 아닌 올 연말, 내년 초 LTE 트래픽을 대비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이 멀티캐리어 조기 상용화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내년 초 상용화를 계획했지만 LTE 가입자 급증으로 인해 일정을 앞당겼다. 현재 SK텔레콤 LTE 가입자는 약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올 연말에는 6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종봉 SK텔레콤 네트워크전략본부장은 “LTE 어드밴스드로 진화하는 LTE의 진정한 기술은 멀티캐리어부터 시작”이라며 “지금 멀티캐리어 서비스를 하는 것은 미래에 닥쳐올 트래픽 부하를 미리 해소하자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멀티캐리어의 핵심기술로는 핸드오버와 로드밸런싱을 꼽았다.
핸드오버는 단말이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전파환경에 따라 최적의 주파수 대역을 선택하고 끊김없이 접속한 주파수를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로드밸런싱은 특정 주파수 대역에 네트워크 부하가 편중되지 않고 각 주파수 대역에 트래픽을 분산시킴으로써 품질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강종렬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멀티캐리어는 핸드오버와 로드밸런싱이 구현되지 않으면 상용화의 의미가 없다”며 “SK텔레콤은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시범망에서 최적화를 해나가는 노하우가 있어 경쟁사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멀티캐리어 지원 단말기, 하반기부터
그렇다고 해서 아무 LTE폰에서나 멀티캐리어 기술을 체험할 수는 없다. 기존에 출시된 SK텔레콤 LTE폰은 단말기 자체에서 800MHz만 수신하기 때문이다. 현재 멀티캐리어 기술이 적용된 단말기는 팬택의 베가레이서2 뿐이다.
이 본부장은 “멀티캐리어 상용 서비스의 포인트 중 하나가 단말기로 이미 제조사와 협의 중”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출시되는 SK텔레콤 LTE폰의 대부분은 멀티캐리어 기술을 탑재한 단말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가입자는 1.8GHz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쓸 수 없지만, 트래픽으로 인한 불편은 없을 전망이다. 향후 추가되는 가입자를 로드밸런싱 기술을 통해 1.8GHz 대역으로 분산 수용하고, 기존 800MHz 대역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하는 투자도 지속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두 개의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쓰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기술은 내년 하반기에나 구현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칩이 내년 5월경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후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 구현 등의 과정을 거친 후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추가 주파수에 대한 욕심도 밝혔다. 현재 국내 LTE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주파수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권 부문장은 “이미 지난해 1.8GHz 주파수를 할당 받을 때부터 멀티캐리어 기술을 염두에 뒀다”며 “워낙 비싸게 할당받아 내부에서는 ‘다이아몬드 주파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계속 다른 주파수를 받을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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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K텔레콤은 84개시 LTE 전국망을 구축한 상태다. 이달 말에는 읍, 주요 관광지역의 LTE 서비스를 개통하고 내달 말까지 커버리지 관점에서 최외곽까지 커버하는 전국망을 완성할 계획이다.
권 부문장은 “세계 최초로 도입한 멀티캐리어 서비스로 경쟁사 대비 빠르고 안정적인 LTE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말 그대로 LTE를 LTE답게 쓸 수 있도록 서비스의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