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논란 방송까지 번지나

일반입력 :2012/05/08 19:35    수정: 2012/05/08 22:15

정현정 기자

방송업계가 망중립성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나서면서 망중립성 논의 구도가 방송영역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한국방송학회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망중립성 정책과 전통 미디어 산업’ 세미나를 열고 망중립성 정책이 방송의 공공성과 국내 방송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인터넷 환경에서 모든 서비스가 IP를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T(기기) 간 사업자들의 경계가 애매해져 다양한 사업자들이 망중립성 논의에 참여해야한다는 주장이 비통신진영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얻었다.

발제를 맡은 최영묵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인터넷 환경에서 방송사업자들 역시 콘텐츠사업자(CP)로 분류될 수 있는 만큼 표현의 자유 문제가 인터넷 시대에는 망 접근성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면서 “네트워크 독과점이나 새로운 시장질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만큼 기존 망중립성의 양 당사자를 비롯해 규제당국, 이용자, 전통미디어가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종호 NHN 이사는 “올아이피(All-IP) 환경에서 전통미디어가 점점 새로운 통신환경으로 들어오면서 핵심적인 플레이어인 콘텐츠 사업자의 목소리를 논의에 반영하고 싶었다”면서 “새로운 산업 환경에서 통신과 인터넷 산업 환경 규제의 틀을 어떻게 만들지를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망중립성 논의에서 배제돼 있었던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모든 서비스가 차별없이 제공돼야 한다는 비통신진영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반면 통신사업자들은 방송사업자까지 포괄한 다자구도로 확장돼 미디어 공공성까지 논의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통신사 관계자는 망중립성과 미디어의 공공성을 연관시킨 프레임워크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기존 망중립성는 논의는 이용자 입장에서 인터넷 트래픽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도록 허용을 해줘야 하는가 일정 제한을 가할 것인가의 문제로 미디어 공공성, 알권리, 표현의 자유 등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애플이나 구글 등 OS를 제공하는 사업자나 포털 등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차별문제 등 플랫폼 중립성 문제를 망중립성과 분리해 따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사업자임에도 자체 망을 가진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고진웅 씨앤앰 부사장은 “사용량에 따라 트래픽을 제한하거나 서비스의 제공형태 별로 트래픽을 제어하는 등 망에 대한 다양한 트래픽 관리 기법이 있다”면서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누군하는 책임을 지고 해야할 일에 대해 최소한의 규칙을 가지고 관리한다면 모든 주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밖에 넷플릭스나, 훌루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OTT)들의 국내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망중립성 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이나 미디어 산업에 진출한 통신사가 자사 서비스와 제3자의 서비스를 부당하게 차별할 가능성 등이 중요한 포인트로 지적됐다. 트래픽 관리를 위한 통신사들 패킷감청기술(DPI, Deep Parket Inspection) 활용도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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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통신사들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라는 명분으로 DPI를 시행하면 특정 콘텐츠가 제한되거나 추가과금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서 “DPI를 통해 트래픽의 총량 뿐만이 아니라 내용까지 볼 수 있다면 콘텐츠가 수용자에게 전달될 때 게이터 키퍼 역할을 통신사가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태철 전무는 “DPI는 콘텐츠 내용을 보는 기술이 아니라 디도스나 해킹 등 통신망에 위해가 될 수 있는 기술을 걸러내기 위해 콘텐츠 형식을 보는 기술”이라면서 “통신사가 DPI를 가지고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면서 지배력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