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팔던 20대男, IT업계 열광 러브콜 왜?

일반입력 :2012/05/08 08:36    수정: 2012/05/15 11:02

봉성창 기자

수 년 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모조품 이른바 짝퉁 장사를 하던 한 젊은이가 있다. 불법인 줄은 알았지만 돈이 된다는 말에 혹해 겁도 없이 무작정 중국으로 날아갔다.

그는 한국에 값싼 중국 짝퉁을 팔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어 제품 사진을 찍어 올렸다. 최대한 짝퉁을 진짜처럼 보이도록 찍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주문이 물밀 듯 밀려왔다. 그렇게 찍은 짝퉁 사진만 무려 5만여장이 넘는다. 덕분에 젊은 나이에 돈도 적잖게 벌었다.

그러나 옳지 않은 일은 오래할 수도, 그렇게 쉽게 번 돈이 쌓일리도 없다. 판매가 잘된다는 소식을 들은 현지 범죄조직과 이권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그는 얼마 정도의 푼돈을 손에 쥐고 귀국해야 했다.

그렇게 일장춘몽이 끝이 난 그는 짝퉁 사진을 찍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진짜 사진을 찍기로 결심한다. 바로 국내 주요 가전 및 IT기업의 제품 사진을 도맡아 찍고 있는 스튜디오 이펙터 문성민 대표 이야기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가짜도 진짜처럼 보이도록 찍는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물건을 사고싶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현재 스튜디오 이펙터는 국내 주요 가전 및 IT기업의 신제품 촬영을 대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 호텔과 명품 업체 등과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 짝퉁을 찍던 젊은이가 지금은 진짜 제품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 대표의 실력은 점차 입소문을 탔다. 처음 회사를 창업할때만 하더라도 촬영보조 한 명이 전부일 정도로 영세했지만 이제는 80평의 스튜디오와 4명의 전속 사진작가를 보유한 제품 사진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매일 하루도 안빼놓고 촬영일정이 있을 정도로 요즘 많이 바쁩니다. 예전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보람된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제품 사진을 찍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특히 가전이나 IT제품은 사용법을 익히는 것 조차 어려웠다. 도시가스 전용 가스레인지에 LNG가 아닌 LPG를 연결해 화재가 날뻔하기도 하고 400~500kg에 달하는 업소용 냉장고를 옮기다가 다치기도 했다.

“표정이 다양한 사람보다 오히려 움직이지 않는 제품을 찍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만족할만한 사진 한 장을 찍기위해 수 일이 걸릴때도 있죠.”

문 대표는 사진 찍기 가장 까다로운 제품에 대해 의외로 밥솥을 꼽았다. 모양이 동그랗고 반짝거리기 때문에 조명 처리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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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진작가로서의 실력 뿐만 아니라 남다른 사업수완도 발휘했다. 대부분 제품들이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판매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제품 디자인페이지를 만들었다. 단순히 사진 뿐 아니라 동영상 효과 등을 넣어 보다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한번 일한 기업과 계속 같이 일할 수 있는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매출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저는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애플과 같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만족할만한 신제품 사진 한 장을 얻기위해 수많은 기획 회의와 반복적인 촬영을 하는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