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마이크론 보며 웃는다

일반입력 :2012/05/07 10:54    수정: 2012/05/07 17:51

송주영 기자

엘피다가 마이크론을 우선협상자 선정했지만 매각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채권단, 국민여론에 부딪힌 엘피다가 지난 2002년 하이닉스 사례처럼 순탄하게 협상 과정을 거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과정 속에 엘피다, 마이크론의 경쟁력 약화 등이 전망됐다. 마이크론이 인수할 경우 메모리업계 2위 자리를 내주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번 엘피다 인수건을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케이스로 꼽고 있다.

6일 외신은 엘피다가 마이크론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7일 도쿄지방법원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엘피다는 2차 입찰이 마감된 지난 4일 마이크론을 우선협성자로 선정하고 경영회의를 열어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엘피다를 2천억엔에 인수한 뒤 자회사 형태로 둘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장 운영, 고용 승계 등도 약속했다. 엘피다는 마이크론 인수 뒤에도 모바일D램 개발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마이크론은 향후 설비 투자 등을 고려할 때 3천억엔 미만의 지원금액을 엘피다에 조달하게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마이크론이 과도한 투자금 부담으로 인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의 재무상태 대비 인수, 투자금액이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협상 과정에서 마이크론이 차입금을 과도하게 삭감해달라고 할 경우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가근 연구원은 “부채 탕감 없이 마이크론이 엘피다에 4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마이크론은 지난 2002년에도 하이닉스 인수 협상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 탕감 등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순순히 엘피다 기업가치를 10조원까지 인정할지는 미지수”라며 “이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의 현금성 자산 등은 20억9천만달러 수준으로 엘피다 인수를 위해서는 최근 8억7천만달러의 CB발행 이외에도 추가 현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는 8월까지는 D램업계 4위 마이크론, 3위 엘피다가 협상 기간을 거쳐야 하는 만큼 D램업계 혼란 속에 D램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엘피다 파산신청 후 PC용 D램 고정거래가는 공급차질을 우려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는데 공급의 제한 현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음달까지는 PC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공급 제한 속에 D램 가격 전망은 낙관적이다.

마이크론의 엘피다 합병 후 점유율 하락도 예상됐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게 되면 D램 점유율이 2위로 올라서며 SK하이닉스를 따돌리게 된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3위로 다시 떨어지는 것과 함께 채권단 등의 반대로 인수 장기화 과정에서의 혼란도 에상됐다.

이세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D램간 합병은 1+1=2가 아닌 산업 특성상 구조조정에 따른 D램 공급 축소가 발생해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3위로 재하락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재무 리스크로 경영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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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다의 매각으로 한 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일본의 D램 산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분간 우리 D램업계의 경쟁력 강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매각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수 후에도 마이크론은 점유율 2위가 되는만큼의 경쟁력은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엘피다가 파산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점유율 때문도 아니었고 자금 때문도 아닌 기술력 때문이었다며 엘피다 인수는 공멸로 이르는 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