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클라우드와 국산 하이퍼바이저

일반입력 :2012/04/25 13:56    수정: 2012/04/25 14:07

“현존하는 하이퍼바이저 중엔 퍼블릭 클라우드를 위한 게 없어요. 공유스토리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확대했을 때 성능이 떨어지죠. 그래서 퍼블릭 클라우드를 위한 우리만의 하이퍼바이저를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010년말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하겠다고 불쑥 나섰다. KT, SK텔레콤 등 굴지의 국내 통신사들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IaaS)를 한창 준비중이던 무렵이었다. 그리드, HPC 등의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던 이 회사는 작년초 IaaS 서비스를 공개했고, 올해 그 두번째 버전을 공개했다. 대기업의 놀이터에 겁없이 뛰어든 이노그리드다.

이노그리드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잇’은 올해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며 2.0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서비스 개선 정도에 2.0을 붙이는 게 의아할 수 있다. 그 비밀은 클라우드 인프라 환경의 뿌리인 가상화 하이퍼바이저의 대대적인 변경이었다.

성춘호 이노그리드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체 하이퍼바이저를 개발해 올해부터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잇1.0은 당초 오픈소스 젠서버를 가상화 하이퍼바이저로 사용했다. 이를 기초적인 뼈대만 남기고 대부분의 모듈을 직접 개발했다는 것이다.

“1.0을 내놓을 때는 젠서버로 만들었다가 베어메탈 하이퍼바이저만 남기고 새로 짰습니다. 독자적인 가상화 솔루션으로 내세워도 괜찮을 정도라고 자신합니다”

왜 굳이 하이퍼바이저 대부분을 개조해야 했을까. 작년 중순쯤 이노그리드가 자체 하이퍼바이저를 개발중이란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이다. 기초 플랫폼 개발에 시간을 투입하다가 시장흐름을 놓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VM웨어와 시트릭스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서 쓰기엔 아주 잘 만들어진 솔루션입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대규모 퍼블릭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느냐는 고민해봐야 해요. 요즘 뜨는 오픈스택도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맞춰져 있죠. 이를 그대로 쓰면 성능이 너무 안나옵니다. 지금 세계에서 퍼블릭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하이퍼바이저를 제대로 쓰는 사업자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존정도죠.”

성능. 성 대표가 밝힌 자체 하이퍼바이저 개발의 이유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는 스토리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존 하이퍼바이저들의 문제는 공유스토리지입니다. 공유 스토리지를 사용하게 되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공유스토리지가 장애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웹서비스를 보면 공유스토리지를 사용하지 않는 구조인 게 확실해요. 그래서 우리도 공유스토리지를 다 걷어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도 오픈소스 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트릭스가 아마존을 고객사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마존이 어떤 젠을 쓰는지는 베일에 쌓여있다. 하지만 서버 내장 디스크를 사용한다는 건 거의 확실시된다. 이노그리드 역시 이를 따랐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웹서비스의 스토리지 서비스하면 심플스토리지서비스(S3)를 떠올리는데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사실 구현하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다워진 것은 일래스틱블록스토어(EBS) 때문이에요. 네트워크 상에서 하드디스크처럼 VM을 마운트해 유연하게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이걸 내놓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이노그리드는 EBS와 같은 콘셉트로 ‘네트워크블록스토리지’라 이름붙여 개발했습니다.”

그는 AWS의 EBS, 혹은 이노그리드의 네트워크블록스토리지가 퍼블릭 클라우드에 맞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공유스토리지를 사용하지 않고 내장 하드디스크를 사용해야 구현가능하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퍼블릭 클라우드를 위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개발하면서 서비스 안정성엔 문제가 없었을까 싶다. 성 대표는 중요한 장애가 일어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단언했다.

“잔잔한 장애는 있을 수 있지만, VM이 죽은 경우는 기억에 없습니다. 요즘 보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중에 로드밸런서 문제나 공용스토리지가 죽어서 VM전체가 죽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죠. 우리는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어요. 안정성에선 자신있습니다.”

요즘 뜬다는 오픈스택과 클라우드스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꼼꼼이 따져보면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구현 절차가 복잡해요. 모듈 중 일부는 좋은 게 있지만, 그렇다고 그거 하나로 다 되는 것처럼 생각할 수는 없죠. 오픈스택이나 클라우드스택 역시 프라이빗 크라우드를 위한 것이지 퍼블릭 클라우드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설계철학이 다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을 밝혔다. 국내 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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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 솔루션이 우리나라에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하이퍼바이저 국산화 지금 안하면 늦어요. 지금 하지 않으면 5년 후에 수조원을 또 쏟아부어야 합니다. 정부가 운영체제(OS), 장비 등등 뒤늦게 국산화하려다 실패한 게 얼마나 많습니까? 시장이 알아서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어요. 클라우드는 외국과 수준차가 더 많이 납니다. 정부가 공공분야에서 수요를 계속 키우고,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커가는 시장을 만들어가야 해요. 국내 수요를 많이 만들어 국내기업에게 기회를 주도록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더 강력히 해야 합니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얼마나 빨리 내놔서 수익을 빨리 거두느냐가 중요한 시대. 국산 하이퍼바이저를 만들어 보이겠며 사업에 속도를 내기보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쪽을 택한 이노그리드. 그들의 선택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지금은 섣부른 예측을 유보할 때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