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2차 전지, 일본 제치고 세계1위 기염

일반입력 :2012/04/25 11:37    수정: 2012/04/25 11:56

손경호 기자

국산 2차 전지업체들이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작년부터 소형배터리 부문 전통강자인 산요·파나소닉과 소니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LG화학은 오는 3분기부터 글로벌 소형배터리 업계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IT가 발간한 보고서 내용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삼성SDI가 지난 해 처음으로 일본 기업을 제치고 세계1위를 차지하고, 올 3분기에 LG화학이 2위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으로 ‘빠른 대응력’을 꼽았다. 보고서는 “일본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전략적인 영업·제품개발·투자를 판단하는 사업전략 부문에서 뛰어나다”며 “특히 삼성·LG그룹 모두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제 3자의 입장에서 전지 부문의 성능과 업계에서의 위치를 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외부시각으로 냉정하게 평가하고 전략 수립

일본 기업들이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나 여건에 맞게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스마트기기의 등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폴리머 전지에 대한 투자에서 드러난다.

소니는 지난 1997년 폴리머 전지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했으나 당시는 용량이 낮아 같은 크기로 더 높은 용량을 사용할 수 있는 각형전지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당시 소니는 비디오 카메라인 TR-1에 폴리머 전지인 NP-500을 탑재했으나 그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소니 이후 기존 각형 전지에 비해 시장이 개척되지 않았던 폴리머 전지에 집중했다. 소형은 물론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과 같은 대형 셀 분야에서도 주목도가 높아 올해 전체 수량으로 10억셀 이상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IIT는 재작년 산요가 수량에서 SDI에 뒤처졌을 때 “폴리머를 제외하고 여전히 산요가 톱”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들어 일본기업들이 시장을 오판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폴리머 전지는 리튬이온전지의 한 종류로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젤타입의 고분자(폴리머)를 사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휴대기기의 구조에 맞춰 더 적은 면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0년 전 국내 기업들이 원통형·각형·폴리머 등 모든 제품에 집중한 반면 일본 기업들은 노트북·전동공구 등에 쓰이는 원통형·각형에만 집중했다. 그 뒤 지난 2007년 이후 애플이 리튬폴리머전지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시장상황이 급변했다.

■일 업계, 트렌드 못읽고 폴리머 등한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DI는 소형 배터리 부문에서 9억9천400개의 셀을 출하했다. LG화학은 6억9천만개를 생산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출하량은 16억8천400만개로 일본 주요기업 생산량인 13억2천900만개를 앞서고 있다.

올해부터 새롭게 출범한 통합 파나소닉의 작년 출하량은 9억5천300만개이며, 소니는 3억7천600만개를 생산했다.

올해 삼성SDI는 2억1천만 셀을, LG화학은 1억6천800만 셀을 생산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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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석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형 배터리 부문에서 한번도 리콜이 발생한 적이 없다”며 “그만큼 안정성이나 기술면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작년 지진 영향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도 있고, 기존에 해오던 대로 (폴리머 전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