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1000, 100-1=0.'
이상한 셈법도 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분명 답은 101, 99지만 반도체 후공정 업체 세미텍 김원용 대표식 셈법이다. 산수와는 다른 김 대표의 셈법에는 그만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100에서 하나만 못해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하나를 더 하면 큰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작은 것 하나’를 강조한다. “실행을 철저하게 하고 생각해 미리미리 예방하자”. 세미텍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플래카드 내용만 봐도 그가 어떤 생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세미텍의 비결이 이 ‘작은 하나’에서 나온다. 이 하나를 잡아 내기 위해 김 대표는 특별히 생각하고 토의하고 성찰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경영철학은 직원 교육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세미텍 생산기술분야 엔지니어는 1개월에 한번씩 3일을 교육받는 데 투자해야 한다. 교육, 토론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성찰한다. 마지막날 2시간은 축구나 야구를 한다. 최근에는 복지동을 새로 개관하고 축구장도 만들었다. 인조 잔디도 깔아 주변 기업들로부터 임대 문의도 들어온다.
직원들에게 하나를 만들어 준다는 김 대표의 생각이며 하이닉스에서 6년 동안 공장장을 하면서 나온 노하우다.
김 대표는 작은 하나를 생각하는 습관을 전 직원에게 전파하고 있다. 세미텍의 하루는 전 직원 체조로 시작된다.
체조가 끝나면 15분 동안 개인과 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다. 김 대표는 이 시간을 ‘코어타임’이라고 부른다.
김 대표는 “뭘 모르고 뭘 아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알고 이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면 성장도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최근의 모바일 업체들의 명암에도 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고의 아날로그업체였던 모토로라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노키아에 왕좌 자리를 내주고 노키아가 다시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에 자리를 물려준 것이 모두 방향성의 부재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메타인지’를 강조했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게 성장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세미텍의 직원들과 대표의 방향,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노력 속에 꾸준히 성장했다. 2008년 키코 사태를 제외하고는 지난 2003년 김대표 취임 이후 큰 굴곡 없이 평탄하게 성장했다. 2010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천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15% 이상의 높은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의 투자가 마무리돼 영업이익률도 3%에서 6~9%로 높여 잡았다.
지난 2003년 김 대표가 취임하던 당시만 해도 75억원이었던 자본금은 8년만에 900억원으로 불었다. 이 기간 매년 공장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는 벤처 1천억 기업에도 선정됐다.
차세대 MCP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MCP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의 20%였다면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진천 미잠리 1공장을 패키징으로 신월리 2공장을 테스트 공장으로 이원화하는 작업도 마쳤다.
세미텍은 올해 패키징 공장 투자를 늘려 MCP 사업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투자 예산은 150억원 규모. 이미 60억원을 투자했고 남은 90억원도 3분기까지 투자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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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텍은 미래도 준비하고 있다. 세미텍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70종이다. 설립 후 최대 규모로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말이면 차세대 실리콘전통관극(TSV)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시장도 넓혀 일본 진출 2년만에 이 시장에서의 성과도 날 전망이다. 올해 3분기부터 음향기기센서업체 이오에스재팬의 센서 제품으로 일본업체 제품의 후공정 작업이 시작된다. 팹리스 등 일본 시스템반도체 업체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팹리스에서 메모리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