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선거를 축제로…영향력은 ‘글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 됐다. 이번 총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전면 허용된 후 치러지는 첫 선거여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SNS의 위력은 이번 총선에서도 발휘됐다. 많은 후보자들이 SNS를 이용해 선거 유세 일정을 중계하고 이를 전략적 발표에 활용하기도 하는 등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안철수, 김제동, 김미화, 진중권 등 유명인사들이 투표전부터 SNS를 통해 일정한 투표율을 넘어설 경우 파격적인 공약의 이행을 약속하며 바람몰이에 나선데다 투표 당일에도 많은 연예인들과 일반인들의 ‘투표 인증샷’ 행렬이 이어지면서 오후 투표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투표 마감 결과 투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SNS가 실제 투표율 제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막바지까지 불법 민간인 사찰과 막말 파문까지 이슈를 확대 재생산 한 것도 SNS였지만 각 지역별 이슈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총선에서 제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 축제” 즐기는 투표 문화 자리잡아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SNS의 공로는 투표를 국민적 축제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만 해도 투표 인증샷의 적법성 문제가 대두됐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전면 허용되면서 연예인들을 비롯한 일반 유권자들도 하루종일 투표 인증샷을 공유하며 즐기는 투표 문화를 보여줬다.

지역 기반 SNS 저스팟(Juspot)에는 이날 하루 동안 다양한 유형의 투표 인증샷이 올라왔다. 이른 아침에는 선거일에도 출근하는 회사가 많음을 보여주듯 ‘투표 후 출근’ 인증샷이 주류를 이뤘다. 새벽 6시 30분에 투표 인증샷을 올린 이용자 ‘동군’은 “동장님이 젊은 사람이 이 시간에 처음 왔다고”대견해 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자녀들과 함께 투표장을 방문해 인증샷을 찍어 올린 이용자들도 많았다. 아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최연소 투표장 방문객’ 이라며 좋아하기도 했고 초등학교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교육을 위해 함께했다는 글을 많이 올렸다. 젊은이들은 투표 도장을 타투처럼 손바닥에 찍은 이색 인증샷으로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지만 고향에 가서 투표해야 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이용자 ‘룡쿤’은 “무려 천안까지 와서 투표”라는 글과 인증샷을 함께 올렸다. SNS 인증샷을 통해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용자들끼리 투표 후 번개를 가졌다는 후속 포스팅이 올라와 호응을 얻기도 했다.

■SNS 영향력≠선거 민심?

이러한 열기를 바탕으로 SNS가 20~30대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해소시키고 정당 영향력이나 자금력에 기댔던 기존 선거문화를 뒤집어 여론에 기반한 공정선거를 이끌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동시에 SNS 열풍이 실제 투표율이나 당선 결과와는 상관관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표에 미치는 SNS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총선의 최종 투표율은 54.3%로 역대 최저인 지난 18대 총선이 46.1% 보다 8.2%포인트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투표율이 60.6%에 달했던 17대 총선에는 못 미치는 결과였다. 때문에 SNS 열풍이 그대로 투표율 제고로 이어진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는 견해가 많다.

SNS 상에서의 영향력이 당선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지 않았다. SNS 여론을 선거 민심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홍보회사 미디컴과 웹서비스 전문업체 유저스토리랩이 SNS 분석 솔루션 트렌드믹스를 통해 SNS 영향력 지표 중 하나인 ‘버즈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NS 여론은 60% 이상이 야권에 기울어 있었다. 정당별로는 민주통합당이 54%, 새누리당이 37%, 통합진보당이 9%를 차지했다.

이를 총선 주요 후보자를 대상으로 적용한 결과 역시 야권 성향 후보들이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1위에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올랐고 정동영 후보와 문재인 후보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강력한 SNS 실제 활용 기간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 기간에 2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며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하는 후보자로 떠올랐다.

반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얻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강력한 SNS 영향력을 가졌던 후보 중 하나였던 민주통합당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는 막말 논란으로 선거 막바지 최대 이슈로 떠올랐을 때도 SNS를 통해 사퇴 압력을 극복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각 포털사이트에서 SNS 화제의 후보에 단골로 꼽힌 정동영, 문성근, 손수조, 홍준표, 천정배 후보 등도 SNS 상에서 인기를 당선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대부분은 이번 총선이 SNS의 영향력과 한계를 모두 보여줬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SNS가 총선을 앞두고 투표율 상승과 여론 형성에 일정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일부 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된 이용자들 사이에서만 논의가 이뤄지면서 다양한 여론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