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민심’, ‘선거 인증샷’, ‘계정폭파’, ‘소셜분석’, ‘SNS 소통지수’...
4.11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 회자된 말들이다. 불과 몇 해 전 선거풍경과 비교해도 신조어에 가깝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전면 허용된 후 치러지는 첫 전국 규모 선거로 기존 선거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과 유세방식이다. 각 후보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서 너개의 SNS 계정을 운영하며 유권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일부 적극적인 후보자들은 위치기반서비스(LBS)와 동영상과 결합된 SNS까지 동원해 유세에 활용하고 있다.
SNS는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SNS가 그 동안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도 끌어들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후보자의 면면을 파악하는데도 직접 소통채널인 SNS가 도움을 주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지난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및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4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8~54세의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85.1%가 SNS가 선거의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한 정치 참여활동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도 국민 3명 중 1명 이상(39.4%)이 SNS를 통해 정치 참여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정치인의 공약이나 정책관련 자료를 검색함’이 전체 응답자의 28.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다른 이용자와 토론을 함(19.0%),’ ‘유명인의 정치, 사회글을 RT 함(15.3%),’ '정치인의 SNS를 정기적으로 구독함(13.4%)’이 그 뒤를 이었다.
최원석 닐슨코리아 사회공공조사본부장은 “이번 선거는 투표 인증샷 등 SNS를 통한 선거 운동이 합법화된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SNS가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며 “다수의 유권자가 SNS를 통해 공약과 정책 관련 자료를 접하고 있는 만큼, SNS를 통해 국민과 얼마나 진솔한 소통이 이뤄졌는지가 이번 선거 결과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SNS에 대응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총선을 앞두고 꾸린 특집 페이지를 통해 SNS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었다.
네이버는 SNS 전문 분석 기관 소셜메트릭스와 제휴를 통해 SNS 상에 선거 관련 여론 흐름을 시간대별로 분석해 인포그래픽으로 제공한다. 이 밖에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후보 10인을 소개하는 ‘화제의 후보자 TOP10’, 새로운 친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후보자 순위를 공개하는 ‘SNS 친구 플러스’, 후보자들이 등록한 글의 개수로 SNS 활동량을 집계한 결과를 보여주는 ‘후보자 SNS 소통 랭킹’ 등 메뉴도 SNS 분석을 활용한 사례다.
다음도 자체적으로 트위터 게시글에 언급된 후보자명을 분석해 이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보여주는 ‘SNS 맵’과 SNS 상에서 화제가 되는 지역구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격전지’ 등을 통해 표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는 기존 선거와 달리 모바일과 SNS를 활용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큰 차이점”이라며 “특히, 이용자들이 이동 중에 모바일을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확인한다는 사실이 많이 확인된 만큼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고민했다”고 말했다.SNS는 선거 여론을 읽는 중요한 분석도구로도 떠올랐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언급되는 후보자에 대한 키워드와 전파되는 정보량, 여론을 주도하는 대상층 등을 종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정확한 선거 결과 예측이 가능해진 것.
정치인, 정당, 총선과 대선 예비후보, 정치평론가 등의 트위터 팔로어 순위를 보여주고 올라오는 메시지에 대해 일, 주, 월간 인기도를 분석하는 ‘소셜와칭’이나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및 기타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산되고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솔루션인 트렌드믹스 데이터를 활용해 총선 민심을 살펴보는 ‘4.11 총선 SNS 민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새로운 선거 풍속도도 등장했다.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전면 허용되면서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만 해도 적법성 논란이 일었던 ‘선거 인증샷’이 젊은이들 사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SNS가 20~30대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해소시키고 정당 영향력이나 자금력에 기댔던 기존 선거문화를 뒤집어 여론에 기반한 공정선거를 이끌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 급속도로 불어닥친 SNS 열풍의 순작용 만큼 그에 다른 부작용 역시 대두되고 있다. 자칫 SNS 공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정당에서 트위터 활용도 등 SNS 역량지수를 공천에 반영키로 한 이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에 후보자들이 돈을 주고 SNS 계정을 사들이거나 인위적으로 팔로어 수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해 제기됐다. 소통이 본질인 SNS 활용 실적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해 줄세우려는 시도가 이러한 부작용을 만들어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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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르는 ‘트위터 계정폭파’ 논란도 심심찮게 등장한 소재다. 계정폭파란 특정 트위터 계정에 대해 집단적으로 스팸 신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계정이 트위터 시스템에 의해 자동 차단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트위터 본사 시스템에 장착된 스팸 자동 방지 장치의 기능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 본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방침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해당 후보의 계정이 누구에 의해 폭파됐는지, 특정한 세력의 소행인지, 계정폭파라는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SNS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