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레드 기술 유출' 삼성-LG 날선 공방

일반입력 :2012/04/05 13:28    수정: 2012/04/05 14:37

송주영 기자

삼성SMD AMOLED TV 기술을 빼돌리려고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전 SMD 연구원과 이 연구원 영입을 제의한 LG디스플레이 임원 등 1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고 5일 경기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가 발표했다.

이날 기술 유출과 관련한 경찰청 발표에 대해 삼성, LG 양사는 각각 상대방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하라”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경기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전 SMD 수석연구원 조모씨 등에 대해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연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씨를 도운 SMD 전현직 연구원, 이들에게 영입 제의한 LG디스플레이 임원 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혐의를 적용, 불구속 입건했다.

조씨는 대형 AMOLED TV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하다가 지난 해 말 연봉 1억9천만원, 임원급 자리 등을 제의받아 공정 관련 기밀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초 약속과 달리 임원급 영입이 무산되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도 기술을 유출하려는 혐의도 함께 받았다.

불구속 입건된 SMD 연구원 B씨 등도 경쟁사 입사, 문자메시지 등으로 제조공정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연구원 영입, 기술을 제공받는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 임원 등 4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삼성, “기술격차 줄이려는 조직적 시도” 비난

삼성, LG 양사는 하반기 AMOLED TV 경쟁을 본격화하기 전 불거진 기술유출 사건에 즉각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CES에서 시제품을 발표했을 뿐 시작도 하지 않은 AMOLED TV 시장에서 올 초 각기 다른 기술에 대한 논란이 한차례 지나간 후 불거진 일이라 양사의 신경은 더 곤두섰다. SMD는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즉각 “LG는 겸허하게 범죄사실을 인정하라”며 최고 경영진의 성의 있는 사과, 부당 스카우트 인력에 대한 퇴사 등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철저한 추가 수사로 관련자 전원을 발본색원해 엄벌에 처하라고 요청했다.

SMD는 “이번 기술유출 사건은 글로벌 기업인 LG의 경영진이 기술력 부족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삼성의 기술과 핵심인력 탈취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며 맹비난했다.

OLED 양산에 애를 먹던 LG가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대신 ‘기술 훔치기’를 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SMD는 “현재 97%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기술유출로 시장의 1/3을 잠식당한다고 가정해도 피해 규모가 5년간 최소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LG가 건전한 기업가 정신을 하루 빨리 회복해 기술개발, 품질향상에 더욱 매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LG, “경쟁사 이력이동은 관행일 뿐”

LG디스플레이도 이어 입장발표를 통해 기술 유출은 없었고 경쟁사로의 인력 이동은 관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업체가 LG, 삼성밖에 없는 상황으로 어느 정도의 인력 이동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현실을 무시할 경우 우수 인력이 대거 해외로 유출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쟁사로 전직한 연구원 숫자는 30여명 이상이다. 2000년 이후 누적 80명 이상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는데 삼성이 이직을 갑자기 문제 삼은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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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양사간의 인력 이동을 문제 삼는다면 LG디스플레이도 이를 좌시할 수 없으며 연구원의 이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경쟁사와 유사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삼성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덧붙여 자사의 기술은 화이트OLED 방식으로 삼성의 RGB와는 달라 경쟁사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입수한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디스플레이는 SMD를 향해 “분사와 합병 등으로 인한 내부 문제 단속을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