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게임 퍼블리시티권(초상권) 문제가 또 다시 수면위에 올랐다. 한국프로야구섭수협회(이하 선수협)은 기존에 게임사와 맺은 계약은 무효라며 계약 파기의 뜻을 굳히지 않고 있다. 선수협의 새로운 집행부는 로열티 상향 조정 등의 안건을 내세워 게임업계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수협과 NHN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협은 NHN과 맺은 5년간의 소속 선수의 초상권 계약이 불법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계약 파기의 뜻을 밝힌 것이다.
선수협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복수의 게임사에 뇌물을 수수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법상 엄무상 배임수재 및 횡령죄로 기소된 전임 사무총장과 이를 공모한 전임 회장의 업무는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협은 “(선수협이)NHN과 맺은 5년 장기계약은 NHN의 자회사 와이즈캣 대표가 선수협 전임 사무총장에게 수십억원의 뇌물을 제공하고 NHN이 이를 알면서도 이 자회사를 인수해 이뤄진 계약이기 때문에 잘못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임집행부에 뇌물을 제공한 일부 게임업체들의 행위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프로야구 선수들을 타락시킨 승부조작의 브로커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협 재정이 어려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불법적인 뇌물을 제공하고 현재까지 선수들간의 반목과 분열을 일으키고 사주한 게임업체에게는 절대 초상권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NHN은 선수협과 지난해 1월 5일 선수협 소속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초상권 사용 및 재판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 따라 NHN은 오는 2015년까지 국내외에서 모든 게임 플랫폼에서 개발되는 야구 게임에 대한 선수협 소속 선수의 초상권 사용 권한 외에도 재판매 권한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선수협 측은 이러한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선수협 및 일구회의 초상권 업무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선수협 및 일구회 통합 사용시 로열티는 ‘총매출의 10%’를 적용키로 결정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로열티는 기존 로열티 규모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선수협의 계약 파기 통보 문제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게임사는 선수협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 통보는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뇌물 수수 등 관련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해당 내용들은 NHN이 와이즈캣을 인수하기 전에 발생한 사태기 때문이다.
또한 뇌물 수수 등의 문제가 발생한 이후 진행된 NHN-선수협간 계약 과정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투명한 절차와 철저한 법무 검토를 통해 진행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선수협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 통보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무엇보다 선수협의 전임 집행부의 도덕성에도 큰 문제가 있었던 만큼 선수협이 이를 복수의 게임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책임 회피로도 보일 수 있어 우려된다. 자신의 잘못은 덮고 게임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0년 NHN과 선수협간의 계약 이전까지는 선수협이 선수협의 초상권에 대한 전권을 개인에게 위임했고, 선수협 재정고문이라는 직함까지 부여했으나 결과적으로 선수협은 이 재정고문으로 인해 뇌물 수수 등 부적절한 문제가 발생해서다.
한 업계전문가는 “NHN이 선수협과 초상권 관련 계약을 체결한 것은 뇌물 수수 문제가 발생되기 전으로, 이후 충분한 법적 검토 후 진행된 것으로 안다”면서 “뇌물 수수 등의 문제가 과연 게임사만의 문제인지 의문부호가 생긴다. 과거 선수협이 집행부를 구성하고 초상권 계약과 관련해 막강한 권력을 개인에게 넘긴 것이 이번 사태를 만든 것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결과에 따라 야구게임의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초상권 분쟁의 큰 피해자는 결국 야구를 좋아하는 게임 이용자란 점에서다.
■NHN, 어떤 선택을 할까
NHN은 선수협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 발표에 당황스럽다는 표정이다. 정당하고 투명하게 진행된 계약 과정이 자칫 불법적 계약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현재 NHN은 선수협 초상권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야구게임 총매출4~5% 로열티로 제공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2010년 선수협 로열티 비중이 1.35%로 3배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또 일본과 미국의 ‘구단+현역선수’ 로열티가 각각 6%, 5%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특히 NHN은 선수협의 새로운 집행부가 투명 운영하겠다는 변화된 정책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기존 계약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NHN 관계자는 “(선수협과의 초상권 및 재판매)계약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투명한 절차와 철저한 법무 검토를 통해 진행한 사항”이라면서 “부적절한 일들은 NHN이 와이즈캣을 인수하기 전에 발생한 것이므로 NHN과는 무관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최근 선수협에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 선수협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변화된 입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서로의 입장을 다시 살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NHN과 선수협의 입장이 엇갈림에 따라 시장은 법적 분쟁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NHN 측은 고객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선수협은 NHN과의 계약 파기를 강행한 이후 로열티의 재조정과 초상권 직접 판매 방식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