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무리 된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두고 어떤 방송업계 관계자는 “대참사”란 표현을, 방통위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만큼 디지털 전환 정책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체감온도는 차이가 크다.
시범사업 뿐 아니라 올 연말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디지털 전환 본사업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기 꺼려한다. 이는 전환율 수치에 집착하는 정부와 시청자들과 현장에서 부딪히는 실무진과의 괴리가 그 만큼 크다는 얘기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전국 디지털방송 미전환가구는 50만3천세대로 추정된다. 가정에 디지털TV를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구 중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거나 디지털 컨버터를 설치하지 않은 세대가 이에 해당된다. 이는 전체 1천734만가구 중 2.9%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2010년 10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가구 수는 95만5천가구로 전체가구의 5.6%를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방통위는 지난 1년 여 사이 ▲정부지원 ▲아파트 공시청 설비 개보수 ▲디지털TV나 컨버터 구매 ▲유료방송 가입 등을 통해 약 45만가구가 디지털 전환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방통위의 이 수치를 전체 가구수 대비 1% 내외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치상으로 앞으로 남은 10개월 동안 30만가구만 전환 시키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나머지 1%에 해당하는 국민들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일정기간 시청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경제적인 문제로 유료방송 등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정보소외계층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한 지상파 관계자는 “방통위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면 수치상으로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사업이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날로그방송 종료 이후 길게는 몇 달 동안 TV를 시청하지 못하는 일부 미전환 가구의 시청자들은 호소할 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 인지율과 디지털 방송 수신기 보급율만을 조사해 온 탓에 구체적인 지원대상 가구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때문에 방통위는 인지율을 높이는 대중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전체 디지털 전환 홍보예산 58억 중 신문·방송·지하철·버스 등 매체광고에만 40억이 책정된 이유다.
지난 1월 아날로그TV를 보유한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 가구를 대상으로 시작된 자막고지 역시 인지율을 높이기 위해 택한 고육지책이다.
다만, 지난달부터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7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 공동으로 면대면 홍보를 시작했다. 이마저도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직접 접근이 아니라 이들과 접촉 가능성이 높은 마을이장과 독거노인 돌보미 등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국 1천359개 읍·면 지역별로 총 17개 홍보지원단을 꾸려서 3만5천명이 넘는 마을 이장을 비롯해 장애인협회 관계자와 독거노인 돌보미 등을 만나 디지털 전환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전국 취약계층을 훑는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을 미끼로 고가의 디지털 상품에 가입을 유도하는 유료방송의 허위·과장 영업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디지털 방송 콜센터에는 이 같은 민원이 올해 들어서만 지난달 말까지 639건이 접수됐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상파와 방통위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필사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노력만큼, 지상파와 방통위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을 해왔느냐는 물음이다.
지상파는 법적으로 디지털 전환 책무를 위임받은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디지털 전환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서 왔다. 아울러,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증대를 위한 난시청 해소 책무도 유료방송에 기대 게을리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 방송업계 전문가는 “지상파도 지상파지만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전국 10% 정도 되는 직접 수신세대에 컨버터를 나눠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면대면 홍보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시켜 미전환 가구를 저인망식으로 훑는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시작했어야 한다”면서 “특히 정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 시각에서 이들의 고충을 어루만지려는 세심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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