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 모바일 운영체제(OS)에 담은 한글 글꼴이 기존 서체보다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아이패드 전자책 환경을 위한 보완이 더 필요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사용자경험(UX)에 집착하는 애플의 완벽주의도 국내 시장 환경에선 빈틈을 보이는 모양새다.
최근 공개된 iOS5.1은 국내 업체가 만들어 애플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쓰게된 '애플SD고딕네오' 폰트를 탑재했다. 지난달 중순 나온 OS X 10.8 '마운틴라이언' 역시 애플SD고딕네오를 기본 서체로 채택했다.
국내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앞서 쓰인 기본 한글 서체 '애플고딕'보다 가독성이 좋다며 이 변화를 환영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단순히 새 글꼴이 갖다준 시각적 우수성뿐아니라 애플이 보여준 특정 언어권 문자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인상적으로 받아들이며 추켜세웠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불만도 불거졌다. iOS 기반 전자책 환경에서 한국어 콘텐츠 서체가 충분치 않아 여전히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애플이 올초부터 아이패드 기반 아이북스를 유력한 전자책 플랫폼으로 제시했는데도 국내 시장은 찬밥신세였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비친다.
■없은지 오래, iOS용 명조체
지난 8일 iOS, 맥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민트기술의 왕수용 대표는 iOS5.1 업데이트후 애플SD고딕네오 들어간 건 정말 좋은데 명조체 계열 글꼴이 없다며 아이북스에서 레티나(디스플레이)로 책을 좀 보고 싶어도 모두 고딕(체)으로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애플고딕은 애플SD고딕네오로 대체되기 전까지 iOS5 이하 버전과 맥OS X 환경에서 기본 시스템 글꼴로 쓰인 한글 서체다. '애플명조'는 애플고딕과 한 짝인 글꼴이지만 iOS에는 아이폰 출시 때부터 없었다.
즉 iOS에선 모든 한글 글꼴이 애플SD고딕네오로 표기된다. 이 점은 다양한 로마자 서체를 지원하는 영미, 유럽권 시장에 비해 전자책 제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자책 환경에서는 고딕체보다 명조체 계열 글꼴을 읽는 것이 출판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X)측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애플명조는 글꼴 분류 기준가운데 출판물 본문에 잘 쓰이는 '세리프(Serif)' 서체에 해당한다. 세리프는 자획 끝에 더한 '삐침'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를 통해 글자 가독성을 높이고 미려함을 더한 것이다. 애초에 '명조체'라는 이름이 세리프 서체의 다른 이름이다.
반면 애플SD고딕네오와 기존 애플고딕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딕체' 계열 글꼴이다. 고딕체를 다른 말로 '산세리프(Sans-Serif)' 서체라 부른다. 자획 끝에 '세리프가 없다'는 뜻이다.
현재 디지털 환경에선 본문용 서체로 고딕체도 흔히 쓴다. 그러나 아날로그 출판인쇄물의 경우 한 면에 많은 글자를 담는 본문용 서체는 명조체로 쓰는 게 업계 상식이다.
■아이북스를 위한 한글은 아직…
아이북스에 올라오는 영어 등 다른 언어권 콘텐츠도 세리프 서체로 표시된다. iOS5.1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문자들은 기존대로 세리프 서체와 산세리프 서체가 함께 탑재돼 있어서다.
결국 아이북스에서 한국어 콘텐츠를 보려는 사용자들은 영미권이나 유럽권 콘텐츠와 달리 산세리프체인 애플SD고딕네오만으로 표시되는 전자책을 봐야 한다. 애플의 세심함이 국내 시장에 최적화된 전자책 사용자 경험(UX)을 갖추는 데까지 미치지 못한 셈이다.
애플이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새 글꼴로 한국어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 가독성을 높여줬지만 '반쪽짜리' 개선이라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자책과 오프라인 서적으로 앱개발 강의 콘텐츠를 출판 준비중인 링고스타의 윤성관 대표는 9일 앱북 형태로 만든 책에는 시스템에 없어도 원하는 글꼴을 집어넣을 수 있지만 애플 저작도구(아이북스아서)는 iOS 기본 글꼴만으로 콘텐츠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며 애플이 아이북스 전자책에 외부 글꼴을 삽입할 수 있게 해주든지 명조체 계열 한글 글꼴도 담아주지 않을 경우 한국어 콘텐츠 표현에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애플은 전세계 교육용 콘텐츠 제작도구 시장을 겨냥해 아이북스2 플랫폼을 선보였다. 아이패드 단말기 성능과 UX를 살린 양방향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담아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공략하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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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내 출판업계 실무자와 현업 담당자들은 애플의 유통 플랫폼과 '아이북스 아서'라는 콘텐츠 저작도구에 관심을 보였다. 애플이 국내 디지털교과서를 비롯한 전자책과 아이패드 기반의 양방향 콘텐츠 시장에 얼마나 기대를 걸었을 것인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일단 애플이 '애플SD명조네오'같은 한글 명조체를 제공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애플SD고딕네오 글꼴의 기반이 되는 서체를 제공한 국내 폰트개발업체 S사는 해당 서체와 짝을 이루는 명조체 글꼴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고딕체 계열 글꼴에 대한 사용권 계약만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