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준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일반입력 :2012/03/05 13:12

김동현

휴대전화와 게임에만 빠져 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어느 순간부터 키워준 아들이 나를 멀리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만큼 섭섭한 일이 또 어디겠는가. 그렇다고 무작정 아들이 돌아봐주길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고 혹자들은 말한다.

1년 52주 동안 한 주에 한 그루씩 그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다가올까? 그리고 이를 이야기하는 두사람 있고, 그 대화의 상대가 전문가와 독자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책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아버지와 아들의 함께 쓰고 그린 나무 관찰 기록 52편’에는 나무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한 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무에 대한 지식은 물론 여기서 묻어나는 솔직한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런 관찰 기록 책은 대부분 유명 지역이나 고산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소재로 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이 집과 학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를 골라 함께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엮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책은 아들 ‘허예섭’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일화로부터 시작된다. 아들이 아파트 현관 앞 나무 이름에 대해 아버지에게 물어봤지만 이에 대한 답변 대신 인터넷 검색 등을 하라고 말한 것.

10년 넘게 과학기자로 지낸 아버지는 아들에게 나무 한그루 조차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는 모습에 스스로 충격을 받고 아들과 함께 나무들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부자(父子)의 비밀 프로젝트는 8년간 이어진다.

이 책에는 자작나무부터 호랑가시나무까지, 계절에 따라 52그루의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마가목은 나무에 관심을 갖게 해준 연결고리가 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던 나무지만, 무슨 나무인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다가 아들의 질문으로 그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은 2가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아들에게 제대로 된 학교 밖 교육을 해줄 수 있다는 점과 낯설게만 느껴지는 과학에 대한 접근을 쉽고 부드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개는 모든 부모들이 힘들다고 인식하는 부분이다.

책을 쓰는 동안 아들은 글을 체계적으로 쓰는 방법과 사물을 좀 더 맛깔나게 표현하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우게 됐다. 대부분 멀리하는 부분을 가장 빠르면서도 착실하게 배울 수 있었던 것, 그것도 아버지에게서 말이다.

과학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은 요즘 부자 사이에서는 찾기 어려운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에 대한 접근은 명쾌하고 손쉽게 해결했다.

책 속에는 마가목부터 회양목, 주목, 측백나무, 향나무, 산수유, 앵두나무, 목련, 치자나무, 백당나무, 중국단풍 등 다양한 나무가 등장한다. 이 나무들은 아버지와 아들이 주로 다니는 출근길이나 학교, 집 주변에 있는 것들이다.

관찰 기록이지만 반대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나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부터 나의 실존(實存)에 대한 질문, 그리고 나는 왜 여기에 있고,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관련기사

책장의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나무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담은 이 책이 결국은 올바른 가족애와 작은 것에 소중할 줄 아는 깊은 성찰력을 갖게 해주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의 관심사를 통해 매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과학에 대한 접근을 명쾌하게 풀어냈다는 것. ‘사랑하는 보이는 나무’ 책이 독자에게 주고 싶은 진정한 이야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