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지난해 스마트폰-LCDTV칩 모두 놓쳤다

일반입력 :2012/03/03 20:31

손경호 기자

지난 해 국내 반도체 팹리스 업계가 스마트폰 폭풍과 LCDTV불황의 양대 파고를 극복하지 못한 채 두자릿수 영업이익 감소라는 깊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까지 발표된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분석 결과 대다수 팹리스업체들은 지난 2008년 이후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온 스마트폰용 칩 대응부재, 액정디스플레이(LCD) TV 수요감소에 대응하지 못한 채 이익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모바일 D램을 주력으로 해 온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스마트폰 성장세에 힘입어 월등한 실적을 과시했다.

스마트폰 AP칩 시장 뚫지 못했다

대표적인 액정디스플레이(LCD) TV용 칩을 공급업체로 업계 1위인 실리콘웍스를 비롯, 아나패스·티엘아이 등의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실리콘웍스(대표 한대근)는 전년대비 17.2% 증가한 3천1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34.6% 감소한 254억원으로 나타났다.

아나패스(대표 조성대) 역시 매출이 전년대비 7.3% 증가해 1천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32.9% 떨어진 165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각각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에 타이밍컨트롤러 등 디스플레이구동칩을 공급하고 있다.

티엘아이(대표 김달수)는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35.6% 줄어든 523억원이었으며, 약 7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업황악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이후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급격히 넘어가는데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의 부진도 여전히 이어졌다.

피처폰 카메라용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 등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를 공급하던 엠텍비젼(대표 이성민)·코아로직(대표 서광벽)·텔레칩스(대표 서민호) 등이 스마트폰용 칩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매출이 720억원으로 전년대비 2.4% 감소했으며, 전년대비 10배에 가까운 46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국내 PMP·피처폰 매출 감소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다른 개발비용 증가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엠텍비젼·코아로직 등은 아직까지 실적발표치를 내놓지 않았으나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D램 등 주력한 스마트폰 유관 기업 호조

반면 피델릭스·이엠엘에스아이등 모바일D램을 공급하는 기업들과 하이닉스의 계열사로 지난 2002년 설립한 이래 200만 화소 이상 이미지센서 제품군의 성장으로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실리콘화일이 팹리스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피델릭스(대표 안승한)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구동하는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용 256Mb 모바일D램 부문이 주문량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170% 증가한 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 역시 843억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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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엠엘에스아이(대표 박성식) 는 “고객 다변화와 지속적인 로열티 수익을 통해 영업이익이 재작년에 비해 9.5% 증가한 14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바일D램의 거래처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51% 증가해 821억원을 기록했다.

실리콘화일(대표 이도영)은 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지난해에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7.4% 늘어난 778억원을 기록했다. 200만 화소 이미지센서 등 주력 제품군의 매출이 늘어났다. 회사측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판매확대로 매출이 증가했으며 고부가 제품의 판매 증가로 영업이익이 확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