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가 서버 영역 침투를 시도했다. 서버와 스토리지간 입출력(I/O)을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개선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웠다. 침투 지점은 x86서버부터고, 향후엔 유닉스 서버까지다.
EMC는 최근 서버용 플래시 메모리 ‘VF캐시’를 출시했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데이터를 캐싱하는 DRAM캐시의 확장을 추구했다. 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해 속도를 대폭 높이면서, 서버와 스토리지 간 입출력(I/O)을 줄인다는 것이다.
VF캐시는 서버에 장착되지만, 스토리지의 자동계층화솔루션 FAST의 제어를 받는 장치다. 스토리지에 저장된 데이터 중 빈번하게 읽히는 것을 끌어와 저장하게 된다. 서버는 데이터 읽기 작업 시 VF캐시부터 시작하게 된다.
EMC의 전략이 맞아떨어진다면 다른 스토리지업체들의 서버영역 침투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공을 전망하기에 앞서 EMC VF캐시의 의문점을 정리해본다.
■유닉스 지원은 언제쯤?
VF캐시는 서버 진영의 경계를 침투하는 스토리지 솔루션의 모습으로 보인다. 스토리지업체로선 첫 시도다. 이에 성공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적지 않다. EMC는 당장의 큰 성공을 확언하지 않았다. 시작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MC의 VF캐시는 스토리지 소프트웨어가 서버 영역의 일부분을 대신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캐시제품과 차별화된다. 퓨전IO의 플래시 메모리는 캐시가 아닌 데이터 저장용이다.
현 시점에서 VF캐시의 가장 큰 약점은 플랫폼 지원범위다. VF캐시는 현재 MS 윈도서버2008·R2·R2 SP1,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5.6·5.7, VM웨어 V스피어 4.1·5.0 등을 지원한다. 유닉스인 IBM AIX, HP-UX, 솔라리스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EMC 측은 자체테스트 결과 처리량이 300% 이상 향상됐고 지연시간이 60%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SAP ERP,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구동실험결과에 따른 주장이다.
문제는 DB, ERP 등 애플리케이션이 국내서 대부분 유닉스 환경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x86서버용 운영체제만 지원하는 VF캐시가 당장 국내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서버OS에 별도 드라이버를 설치한다?
VF캐시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드라이버를 서버OS 커널에 설치해야 한다. 서버OS를 건드리므로 OS업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MS, 레드햇, VM웨어 등은 하드웨어 장사를 하지 않는 회사다. 어느 회사 하드웨어건 x86시장의 저변확대를 높일 수 있다면, EMC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하지만, 유닉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IBM, HP 모두 서버를 판매하는 회사다. 유닉스와 x86 서버 모두 IBM과 HP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서버업체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스토리지 솔루션을 달갑게 보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두 회사는 자체적인 스토리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이다. 유닉스서버업체들이 EMC의 영역을 외장형 스토리지에 가두려는 전략을 택한다면, 유닉스를 지원하는 VF캐시는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EMC는 하반기에 유닉스 지원 VF캐시 드라이버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주 한국EMC 통합마케팅본부 이사는 “고객이 유닉스 플랫폼에서 VF캐시를 쓰고 싶다고 선택하려는 것을 서버업체가 막을 수는 없다”라며 “EMC의 파워패스가 이미 유닉스 서버업체에게 잘 받아들여졌듯 지원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션크리티컬 시장은 조금 천천히 가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EMC는 유닉스 지원여부를 크게 보지 않는 듯 했다. 이는 유닉스에서 x86으로 넘어간 IT하드웨어 트렌드 변화에 따른 판단이다.
허 이사는 “미국은 SAP나 오라클이 x86 환경에서 돌아가는 비중이 50%를 넘었고, 국내처럼 유닉스를 선호하는 시장은 별로 없다”라며 “MS와 리눅스는 국내서도 갈수록 늘어나는 플랫폼이고, 국내 금융권 고객이 이미 VF캐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에선 서버OS를 건드려야 하는 만큼 안정성을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경쟁사 측에선 과거 SAN에서 EMC의 독자 드라이버가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던 전례를 들었다.
김성태 한국넷앱 부장은 “서버OS 업데이트와 HBA 드라이버와 VF캐시용 드라이버의 펌웨어 업데이트 때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300G 카드 1장에 서버 한대 값
VF캐시의 첫 제품은 300G 용량이다. EMC는 오는 2분기 중 700GB 제품도 내놓을 것이라 밝혔다. 문제는 가격이다.
VF캐시는 카드에 CPU 역할을 하는 칩을 갖고 있다. 여기에 고가의 SLC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다. 이는 x86서버 한대 가격과 맞먹는다는 게 한국EMC의 설명이다.
스토리지인프라 측면에서 플래시 카드의 1장의 가격은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다만, 인프라가 커질 때 VF캐시는 여러 개를 추가해야 하는데, 그때의 부담은 적지 않다. 서버에 끼우지 않고, 스토리지에 장착하는 테라급 캐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토리지업체들은 이점을 공격한다. 스토리지에 장착하는 SSD가 가격과 효율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EMC, 넷앱 등이 사용하는 SSD 스토리지를 사용해도 성능에 별 차이없다는 지적이다.
EMC는 여기에 속도와 성능 개선에 따른 효과가 구매가격을 상회한다고 반박한다. 10배의 성능향상을 거둘 수 있는 만큼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허 이사는 스토리지업계에서 티어1 SSD 채택을 이끈 것은 EMC다라며 스토리지의 SSD와 서버의 VF캐시를 혼합했을 때 속도나 성능 개선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쟁사들은 VF캐시는 위치만 서버에 있을 뿐 성능개선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아무리 스토리지 계층화 솔루션의 제어를 받고, 자체적인 중앙처리장치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데이터 위치를 판단하는 서버 CPU 리소스를 잡아먹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허주 이사는 “펌웨어 중 플래시 매니지먼트를 서버 커널에 설치하지만, 처리는 VF캐시의 CPU가 직접 수행한다”라며 “서버 자원을 잡아먹지 않을 뿐 아니라, DRAM을 확장시킴으로써 서버 메모리 여유를 늘려 더 많은 가상머신(VM)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라고 답했다.
■가상화 환경에서 고가용성 보장은?
EMC가 발표한 공식자료에 따르면 VM웨어 V스피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고가용성(HA)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외신 중 일부는 “V모션이나 DRS와 같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MC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는 VM웨어 V스피어의 V모션과 V센터 분산자원스케줄러(DRS), 사이트리커버리매니저(SRM) 등을 사용할 수 없다고 적었다. VF캐시가 VM 상에 할당되는 리소스가 아니라, ESX 서버 상의 독립적인 로컬 자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자료는 V모션 등을 사용하려 할 때 VF캐시를 제거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일단 허 이사는 “자회사인 VM웨어 기능과 통합은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라며 “VF캐시는 하반기에 서버-서버 간 V모션을 지원하게 되며 향후 서버-스토리지의 V모션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고가용성 기능의 적용가능 여부는 고객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계속해서 통합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트릭스젠이나 MS 하이퍼V, 레드햇 KVM과 호환여부도 관건으로 보인다. 서버 가상화 영역에서 VM웨어의 위치가 독보적이지만, 조금씩 가상화 솔루션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VF캐시는 VM웨어만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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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사는 “지원 운영체제의 숫자는 계속 늘려갈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VM웨어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먼저 지원하는 것이고, 향후 MS와 시트릭스를 지원하는 순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픈소스인 젠은 어렵지 않게 지원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EMC는 그동안 제품 출시 전에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VF캐시는 향후 로드맵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라며 그만큼 VF캐시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자신있게 약속한다는 의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