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 재송신, 망중립성, 와이브로, 디지털 전환….’
청와대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계철(행정고시 5회, 73세)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내정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사퇴한 지 18일만이다.
지난 9일 불거진 삼성-KT 스마트TV 차단 논란과 같이 방통위에 중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공백기다.
더욱이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에 이어 최시중 위원장이 각종 측근 비리 의혹으로 물러났고, 방통위 조직개편설이 기정사실화 되는 터라 방통위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후임 인선을 마무리 짓기 위해 최대한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고, 고심 끝에 이 전 차관을 내정했다.
■혹독한 신고식 예고
올해 방통위원장으로써 이계철 내정자의 행보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첫 관문은 인사청문회다. 최 전 위원장이 측근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탓에 혹독한 신고식이 예상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용경 의원은 “정통부 차관 출신으로서 이 후보자가 위원회 조직을 운영할 준비된 철학이 있는지, 방통위의 산적한 현안과 못 다한 숙제를 제대로 이행할 역량과 구상이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임 방통위원장의 과오와 방통위의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식해 방통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최 위원장이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3일 최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은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총선 코앞, 공정방송 첫 과제
청문회를 거쳐 위원장에 임명돼도 이 내정자의 앞길은 고행길이다. 코앞에 닥친 총선과 연말 대선에서 공정 방송을 구현하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방통위원장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가올 정치적 압박도 견뎌야 한다.
아울러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요구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과제다. 벌써 여권에서는 ‘통신비 20% 인하’가 선거공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올 한 해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아날로그TV방송 종료와 디지털 전환 정책은 이 내정자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때문에 업무현황 파악과 추진을 동시에 해야 하는 강행군이 예상된다. 다만, 이 내정자가 정통부 차관 출신의 정통관료라는 점은 강점이다.
■IT업계 ‘기대, 그리고 또 기대’
이밖에도 임시 봉합된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 개선이나 스마트TV로 불거진 망중립성 정책 마련, 와이브로 정책 결정은 올해 이 내정자가 반드시 풀어야 될 숙제다.
제도 미비로 사업자 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재송신은 연말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있어 시급한 현안이다. 또 100만대가 보급된 스마트TV는 그 추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통신-인터넷·콘텐츠 업계 간 분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와이브로의 경우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 맞물려 방통위가 LTE(Long Term Evolution)와 와이브로 간 4G 정책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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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독임제 행정기구였던 옛 정보통신부 차관과 5년간 한국통신의 사장을 지냈던 이 내정자의 경험과 관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강직, 청렴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 내정자가 업계 간 분쟁을 효율적으로 잘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동안 방송·언론 중심의 상임위원 구성으로 소외됐던 ·IT업계의 기대를 채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