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격변기, 하드웨어 유통업체의 생존법

일반입력 :2012/02/10 12:35    수정: 2012/02/10 14:42

IT유통업체는 단순히 하드웨어만 팔아선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서버 가격은 내려갔고, 유통 마진도 줄어들었다. 고객들은 비싼 물건보다 값싸고 질 좋은 물건에 주목한다.

이에 IT유통업체가 택하는 길은 박리다매에 집중하거나,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보하는 것 정도다. 이 가운데 LG엔시스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가의 유닉스 서버 판매가 줄어들고, 저가의 x86서버 판매는늘어나는 상황이 작년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동형 LG엔시스 시스템마케팅팀장은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이 가속화돼 확산기로 가는 지점에 있다”며 “지난해 벤더들의 예상은 파이프라인 120개였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5배 정도 늘려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과거 유닉스를 도입하던 당시의 인물들이 기업 IT부서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x86서버 채택이 늦어진 감이 있다”라며 “하지만 국내 IT부서들도 비용절감과 합리화의 압박에 처했기 때문에 올해 유닉스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유닉스가 x86로 순식간에 대체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x86서버의 성능은 이미 유닉스를 많이 따라잡았지만, 여전히 고객들의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완만하게 x86이 유닉스를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팀장은 올해 IT인프라 시장에 대해 지난해 1조 3천억원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업계에서 x86이 5%, 스토리지가 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유닉스는 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가 국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작년 KT의 퍼블릭 클라우드 진출이었다. 이 당시 KT는 서버업체의 제품보다 주문형 제작서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화이트박스가 서버업체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이 팀장은 “화이트박스가 서버업체의 시장을 잠식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안정성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화이트박스는 서버업체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박스를 ‘유사휘발유’라며 “화이트박스는 도입 후 더 많은 비용부담을 유발한다”라며 “또, 서버업체는 대규모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제품가격이 화이트박스보다 더 싼 경우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가능성도 엿보이지만, 유통업체로서 고민은 여전하다. 낮은 마진율이다. 단순 박스판매를 통해 거둘 수 있는 마진은 여러 중간사업자를 거치며 0에 가까울 정도로 줄어든다.

이 팀장은 “점차 유통업체들도 양극화를 걷고 있다”라며 “서버업체나 유통업체나 마진이 낮아 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운을 띄었다.

그는 “하드웨어에 애플리케이션을 심어서 함께 공급하거나,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개념이 필요하다”라며 “LG엔시스가 HP와 진행하는 ODP사업은 이의 일환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LG엔시스는 HP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사업의 ODP(OEM Development Partner) 파트너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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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의 OEM사업은 우수한 SW업체의 솔루션을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에 최적화시켜 하나의 자체 어플라이언스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LG엔시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작업, 기술지원뿐 아니라, 소수의 물량을 가진 고객들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가격을 낮추는 역할도 맡는다.

LG엔시스는 어플라이언스를 또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 이 팀장은 “차별화된 니치시장 아이템을 찾고. SW사업 진출기회를 타진하는 식으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라며 “벤더의 어플라이언스 SW에 대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만큼, 이를 회사 전략에 녹여내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