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보기⑤] 토종게임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
* 규제 속 韓게임, 외풍에 산산조각
* 아이들과 소통해보셨나요?
* 오바마식 게임 프렌들리…한국은 없다
이명박 정부의 게임 산업 정책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게임을 스포츠 대중문화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닌텐도와 같은 포터블 디바이스 개발에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젠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게임 산업 규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게임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문화부와 타 부처인 여가부, 교과부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게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여가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에 이어 문화부의 선택적 셧다운제, 여기에 교과부는 2시간 뒤 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쿨링오프제와 게임과몰입 치료를 목적으로 한 기금안을 내놓는 등 게임산업 옥죄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다. 게임과 학원폭력의 연관성이 없음에도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교과부는 학원 폭력의 원인을 게임으로 전가해 마녀사냥식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게임 순기능 살피기도
이명박 정부가 처음부터 게임 산업을 배척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 사례로는 e스포츠 육성 움직임이다. 지난 2009년부터 대통령배 e스포츠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 대회는 문화부가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이하 KeG)’가 대통령배로 전격 승격됐다.
이는 정부가 아마추어 게임 선수 육성을 비롯해 e스포츠의 정식스포츠 종목화 등 체계적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 게임도 하나의 스포츠로 성장시키기 위한 발판을 제공키 위해서였다.
e스포츠 업계도 정부가 e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글로벌 위상 강화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해왔다. e스포츠가 축구 농구와 같은 건전한 게임스포츠로 인식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프로게이머 육성과 복지 개선에 힘써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죽어가던 국산 게임포터블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도 표했었다. 일본 대표적 게임기인 닌텐도를 부러워했던 이 대통령이다.
지난 2009년 2월 4일 지식경제부 과천청사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무역정책관에게 수출입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서 깜짝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고 한 명이 사면 따라 산다고 하더라. 이런 것들을 개발해 볼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이후 문화부는 다 죽은 국산 게임포터블 디바이스 개발 지원에 나섰다. 대한민국 최고의 통치권자이자 권력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문화부가 스스로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여가부와 교육부, 일부 매체는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을 잠재적 범법자로 규정하고 ‘게임=폭력’ ‘게임과몰입=마약중독’으로 치부하고 있다. 문화선진국이자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의학 및 전문가조차 게임과 폭력성은 무관하고 게임과몰입을 강제적 규제를 통해 해결하기보다 교육 당국의 올바른 정책과 부모의 양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지난해 12월 美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과는 “게임과 폭력성은 관련이 없다”면서 “폭력적인 게임이 게임 이용자를 폭력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폭력적인 게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해하다. 오히려 게임은 인간의 시각적 집중력 및 통계적 추측력을 함양시킨다”고 밝혔다.
또 패트리샤 반스 미국게임등급위원회(ESRB) 의장은 지난 1일 콘텐츠산업 미래전략포럼에 참석해 “미국에선 게임과몰입을 양육의 문제로 인식한다. 의학적인 의미의 중독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미국에선 게임중독을 의학적 문제로 보는 과학자나 의사가 많지 않다. 일부 게임중독을 의학적인 중독으로 다루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긴 하지만 주류 학계에서 다루는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e스포츠 및 업계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게임 산업을 육성하려는 모습은 없고 게임 산업 죽이기에 모두 동참하고 있다”면서 “과학적 근거도 없이 게임의 부정적 면을 강조해 규제안을 쏟아낸 현 정부는 줏대 없는 정책의 표본이고, 이명박 정부의 실체 아니겠느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대통령 “게임의 공해적 측면 살펴야”
업계관계자 대부분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게임의 긍정적 면을 살펴봤을 때를 그리워했다. 불과 2~3년 사이 게임 산업 육성 보다 규제로 뒤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직접 “게임의 공해적(부정적)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선 배신감을 느꼈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113차 비상경제대책회의 겸 포스트 무역 1조 달러 전략회의에서 “게임과 현실을 착각해 사람을 해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폭력적인 게임 때문에 게임이 나쁘다는 공감대가 생기면 게임 산업에도 국제적 규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세계 모두 (게임을) 규제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전제하고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학원폭력 때문에 게임 산업에서는 억울한 점도 있겠지만,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 아름다운 스토리의 게임도 만들고 같이 노력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 대통령이 교과부의 게임 산업 규제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게임업계는 오바마 미 대통령은 공교육 개혁의 목적으로 게임과 교육의 융합을 지원하고 게임 산업의 기를 살려주고 있는데 반해 이명박 정부는 이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오바마식 게임 프렌들리 정책이 대한민국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은 현 정부가 집권 초기처럼 게임 산업발전을 도모하고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 노력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게임업계는 게임의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 피로도 시스템, 부모 게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차례로 적용하고 있다. 또 이미 1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게임과몰입 예방 방지에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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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의 게임 산업 정책은 큰 로드맵 없이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만 흔들리고 있다”며 우려하면서 “이 정부가 게임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역기능만 강조해 아쉽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스스로 걷어차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의 자정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또 다른 돈(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규제 폭탄을 던진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오마바식 게임 프렌들리가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