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돈 벌려면?

일반입력 :2012/01/30 11:17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값 이동전화’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MVNO 서비스가 최근 기업시장에서도 화두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2천만을 넘어서면서 기업들이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비즈니스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다.

특히, 모바일과 친숙하거나 궁합이 맞는 금융·보험·교육·물류·엔터테인먼트·게임 등의 분야에서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때문에 일반 소비자(B2C)를 대상으로 한 MVNO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업(B2B)을 대상으로 한 MVNE(Mobile Virtual Network Enabler)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MVNO가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가로 빌려 일정 이윤을 남기고 소매사업을 하는 것이라면, MVNE는 망을 빌려 여기에 모바일에 특화된 비즈니스 플랫폼을 결합, 일반 기업이 모바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통신, 공짜로 줄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고가의 요금제를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저렴한 MVNO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도 MVNO는 자사 가입자 증가추이를 공개하기 꺼려한다.

망을 이통사로부터 빌려야 하는데, MVNO의 가입자 증가는 결국 기존 이통사 가입자의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 포화된 시장에서 가입자의 증가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MVNO와 같은 영역에, 동일한 사업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든 인스프리트가 스스로를 ‘MVNE’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스프리트의 MVNO 사업을 총괄하는 김완주 상무는 “MVNO는 레드오션이지만 MVNE는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한다.

“MVNO의 사업은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노년층 등 통신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기존 이통사와 경쟁해야 하는 레드오션 시장입니다. 반면, MVNE는 MVNO와 다른 시각으로 시장을 봅니다. 수익이 될 만한 콘텐츠를 통신과 묶어 서비스합니다. 콘텐츠 수익이 담보만 된다면 통신은 무상으로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가입자 타깃을 통신이 아닌 콘텐츠에서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금경쟁과는 멀어졌다. 대상 고객군도 외국인·노년층보다 넓어져 리스크도 그만큼 줄었다.

■모바일 신천지, 기업들 ‘호시탐탐’

MVNO가 기존 이통사처럼 유통망을 꾸리고 머니게임을 해서 성공하기 어렵지만, 소비자의 요구가 큰 콘텐츠를 편리한 새 디바이스에서 제공한다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김 상무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종이 학습지를 동일한 가격에 태블릿PC까지 제공하고, 인터넷만 연결시키면 채점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피드백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 통신상품이 결합되는 형태다.

“요금만 싸다고 시장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동전화 재판매 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가 기득권을 가진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경쟁하면서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특히 이 같은 상품은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어서 리스크가 적고,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과 공동 마케팅도 가능하다. 또 콘텐츠 보유 기업도 모바일로 사업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스마트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이 오프라인과 웹 기반의 사업을 모바일과 연계시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면서 MVNE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초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94.1%가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모바일쇼핑 경험자는 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스마트폰을 통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접촉해오고 있고 함께 사업모델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모바일로 먼저 옮겨 선점하기를 원합니다. 다만, 지금 준비한다면 후발업체들과 많은 차이가 날 것을 알면서도, 기존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구심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인스프리트는 여느 MVNO와 마찬가지로 통신품질과 단말확보에 집중하면서도 컨설팅에 집중, 고객사가 MVNO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제4이통사 참여 ‘검토 중’

“모든 MVNO 사업자가 단말 때문에 힘들어하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우리는 모바일 단말 자회사인 앤스퍼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죠. 고객사가 전용 단말을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한 마케팅이 가능합니다.”

기업에서의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태블릿이나 이보다 큰 단말이 필요한 데 내부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같은 MVNO인 CJ헬로비전이 CJ그룹의 콘텐츠를 모바일 서비스와 결합·제공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경우다.

이 같은 인스프리트의 장점은 지난해 제4이동통신사 진출을 원했던 컨소시엄의 정책, 전략과도 유사하다. 실제 인스프리트는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도 했다.

“제4이통사에 다시 참여할지 여부는 전사전략이라 답하기 곤란하지만 검토는 또 할 것입니다. 만약 참여하게 된다면 가장 최적화 된 전용단말을 공급할 능력도 있습니다.”

현재 종량제 기반의 데이터 도매대가로는 MVNO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도 제4이통사 참여의 고려사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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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빠르게 LTE로 넘어가고 있는데 현재의 데이터 도매대가 구조에서는 MVNO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원가 그대로 제공한다고 해도 기존 이통사와 비교하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 도매대가만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스마트워크·스마트오피스 구현에 인스프리트가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타 MVNO와 달리 콘텐츠와 부가서비스 차별화를 꾀한다는 인스프리트, 향후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