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팀 쿡 애플 CEO가 20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이같이 말했다. 올해 애플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제품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아이폰5, 아이패드3 그리고 애플TV다. 아이폰5나 아이패드3는 기존 iOS 기반으로 하드웨어의 상당한 개선이 예상되는 반면 애플TV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윤곽도 잡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셋톱박스 형태로 출시된 애플TV는 그저 재미있는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다. 애플 역시 취미 수준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2세대 애플TV 역시 아이튠즈나 비디오 스트리밍과 같은 몇 가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차라리 아이폰을 HDMI 단자로 TV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보다도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가격이 99달러(한화 약 11만 1천원)라는 점이 위안거리다.
과연 애플TV는 우리에게 어떤 혁신을 가져올까. 또 그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애플의 행보와 기술력을 감안해 몇 가지 그럴 듯한 주장을 모아봤다.
■32인치에서 40인치 중반대 ‘유력’
대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애플 제품으로는 올인원PC의 대명사인 ‘아이맥’과 별도 판매되는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가 있다. 이중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의 최대 크기는 30인치, 아이맥의 최대 크기는 27인치다.
그러나 거실에 놓일 TV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 32인치 이상 돼야 한다. 현재 TV업계에서는 32인치와 40인치 그리고 40인치 후반대 라인업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이와 같은 크기로 부품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여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애플TV는 이 세 가지 크기에서 라인업을 결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호주의 한 IT 외신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TV가 32인치에서 55인치에 이르는 3가지 스크린 사이즈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기능 뿐만 아니라 화질도 관심 대상이다. 과거부터 애플의 화질에 대한 욕심은 대단했다.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단적인 예다.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 역시 뛰어난 화질로 인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군에서 인기가 높았다.
따라서 애플TV의 각종 혁신적인 기능도 기능이지만 무엇보다 화질도 빼놓을 없는 기대 포인트다. 다만 TV는 모니터와 달리 방송신호를 수신하는데 특화돼 있기 때문에 영상처리 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샤프와 손을 잡은 이유가 단순히 디스플레이 공급에만 있지는 않아보이는 이유다.
해상도 역시 범용성을 감안하면 풀HD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애플리케이션을 화면 왜곡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이패드가 가진 1024x768 해상도의 가로 세로 각각 두 배인 2048x1536 해상도 채택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애플이 16대 9 화면에 어떻게 4대 3 비율의 콘텐츠를 적용시킬지가 관건이다.
■“음성으로 내맘대로” TV판 시리 탑재
애플은 매번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다른 기업은 흉내낼 수 없는 혁신적인 조작 방식을 선보여왔다. 아이팟은 ‘휠’ 키를 비롯해 아이폰의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맥북의 터치패드 등이 그것이다.
LG전자 한 임원도 애플TV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언제나 그랬듯 획기적인 조작 방식과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애플TV에 탑재될 것으로 보이는 가장 유력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음성 인식 조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아이폰4S에서 ‘시리’를 통해 선보인 바 있는 음성 인식 조작이 애플TV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아이폰4S는 대부분 조작을 터치스크린으로 하고 운동이나 운전 중과 같은 상황에서 ‘시리’가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반면, 애플TV는 이러한 음성 인식이 탑재될 경우 리모컨보다 편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선보인 ‘시리’의 활용성을 본다면 애플TV는 음성으로 단순히 채널이나 음량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 수백가지 채널 중 추천 방송을 제안 받는다거나 혹은 예약녹화와 같은 각종 복잡한 조작도 음성으로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음성 인식 조작은 이미 삼성전자가 올해 CES에서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플TV의 음성인식 탑재가 유력한 상황에서 먼저 치고나간 성격이다. 관건은 인식률이다. 만약 오류가 잦다면 사람들은 주저없이 리모컨을 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시리의 성능을 보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TV는 스마트폰과 달리 원거리로 사용하는데다가 주변 소음도 변수다.
■2천달러 넘으면 가격경쟁력 상실
그간 애플의 가격 정책을 보면 언제나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경쟁사가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정책을 들고나올 때도 한번 정해진 가격을 바꾸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애플TV 역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제품과 달리 TV는 기본적으로 패널 가격을 비롯해 제품 원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내 판매되는 32인치 LED 백라이트 TV의 경우 현재 500달러 전후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 애플이 TV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애플TV가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어도 32인치 제품 가격이 이에 두 배인 1천달러를 넘지는 않아야 한다.
40인치 제품 역시 사양에 따라 700달러에서 스마트나 3D 기능이 탑재된 고급 사양 제품이 1천달러 전후에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애플이라도 가격이 2천달러를 넘을 경우 경쟁력이 급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최초로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달리 TV는 애플이 후발주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으로 승부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받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 가격이 취미수준에 불과한 99달러라는 점도 이와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든든한 콘텐츠 생태계, 어떻게 구현될까
애플이 매번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언제나 성공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그 배경에 깔려있는 강력한 콘텐츠 생태계 때문이다. 애플TV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이미 스마트폰 및 태블릿으로 구축된 강력한 콘텐츠 생태계의 뒷받침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일 애플이 확대 발표한 아이튠즈U야 말로 아이패드와 함께 향후 애플TV를 염두에 둔 서비스라는 분석이 강하다. 아이튠즈U는 전 세계 유수의 대학에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다. 이는 마치 국내 인터넷 동영상 강의와도 맥을 같이 한다. 무엇보다 교육 콘텐츠의 경우 대형 화면을 갖춘 TV와 만났을 때 더욱 파괴력이 생긴다.
아이튠즈의 ‘팟캐스트’ 서비스가 라디오 콘텐츠라는 빈틈을 파고들어 성공한 것과 달리 동영상은 ‘유튜브’라는 걸출한 동영상 콘텐츠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애플은 교육이라는 세분화된 콘텐츠 전략으로 승부를 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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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적용이 유력하다. 특히 게임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별도의 가정용 콘솔 게임기기 필요없을 정도로 방대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또한 애플TV가 카메라를 장착할 경우 기존 카메라 관련 앱도 그대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해결해야 할 장애물은 터치 스크린 조작에 최적화된 이들 앱을 어떻게 TV로도 조작할 수 있을 것인가로 귀결된다. 동작 인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멀티 터치의 세밀한 조작감을 구현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에 따라 애플이 TV만을 위한 독자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