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오픈마켓, TV 홈쇼핑 등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PB(자사 브랜드) TV, 이른바 '반값TV'가 수요 대비 공급량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실제로 구매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반값TV의 1회 최대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최근에 반값TV를 선보인 옥션의 경우 준비된 수량이 고작 300대에 불과했다. 덕분에 1분만에 매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형 마트와 홈쇼핑 업체들이 선보인 반값TV도 평균 500대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반값TV를 최초로 선보인 오프라인 대형 마트의 경우 초기에는 수천대 규모의 물량이 준비됐다. 이마트의 경우 5천대, 롯데마트는 2천대 가량의 물량이 준비됐다. 옥션 역시 지난해 2천대 규모의 32인치 LED TV를 내놓은 바 있다.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반값TV 준비 수량이 고작 수백대에 그치는 이유에 대해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TV 제조사의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TV 제조사 역시 “디지털TV 전환에 따른 보급형 TV용 소형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높아져 원하는 수량만큼 수급받아 TV를 제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체에 TV를 납품하는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이마트가 대만산 패널을 사용한 TV를 내놓은 후 경쟁사들이 모두 국산 패널을 강조하면서 패널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단순히 패널 수요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제조사들이 유통사 PB 상품으로 제품을 납품하면 마진이 극히 적기 때문에 향후 자체 판매를 위해 대량 공급을 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TV 제조사들은 유통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을 때 단기적인 매출 증가도 고려하지만 무엇보다 마케팅 효과를 노린다. 이 때문에 낮은 판매 가격에 따른 낮은 마진에 불구하고 유통업체와 협력해 반값TV를 내놓는 것.
이 때문에 가격 역시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천편일률적이다. 반값TV 가격은 특정 제품을 제외하면 모두 49만9천원.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담합이 아니라 최저 가격 50만원에 1천원을 빼 40만원대 제품으로 만든 것”이라며 “반값이란 이름을 붙이고 아주 적게라도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기능이 크게 빠지는 것이 아니다보니 원가 절감에도 한계가 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내놓는 스마트TV의 인터넷 연결이나 3D 기능은 없지만 기본 기능은 갖추고 있다”며 “화질 처리 엔진이 다소 차이가 날 뿐”이라고 말했다. 49만9천원에서 1천원도 양보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언제나 공급이 모자른 반값TV 인기 덕분에 오히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 TV 판매량이 늘었다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반값TV 덕분에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된다는 것을 알게 된 소비자가 많다”며 “중소기업이 내놓은 저가TV와 비교해보고 AS망이나 신뢰도 때문에 대기업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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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LED백라이트 등 국내 평판 TV 월별 판매량은 약 23만대로 추산된다. 반면 반값TV는 백대 단위로 한정 판매되기 때문에 최근 인기와 비교한다면 실제로는 극히 적은 분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반값이란 가격 타이틀이 갖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수요에 못미치는 판매 준비 수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