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쟁력 있는 UX 어떻게 만들까? Part 2

4인4색 UX를 말하다 – 10 :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UX 디자인

이동석입력 :2012/01/10 11:07

이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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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칼럼인 ‘경쟁력 있는 UX 만들기 Part 1’에서는 UX 조직의 활동과 인적 물적 자원 활용의 중요성을 다루었다. Part 2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상품 경쟁력 향상과 연결되기 위한 조건을 논의하고자 한다.

얼마 전 경쟁 서비스의 UX(사용자경험) 담당자를 만났다. 필자가 이 담당자에게 “(우리는 만들지 못한) 이런저런 기능도 만들고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으니 참 부럽다”고 했더니,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쪽 서비스야 말로 새로운 시도도 하고 시장에서의 포지셔닝도 잘했다”면서 우리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이런 대화는 경쟁관계인 여러 회사의 지인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오간다.

이는 임원급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들은 경쟁사의 장점을 따라잡을 것을 실무진에 요청한다. 즉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엄친아’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비교 대상이 소위 TGIF(Twitter, Google, iPhone/iPad, Facebook)일 경우, 이 회사들의 UX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상품 경쟁력 = 기획 X 디자인 X 개발 X 마케팅/운영

상품 개발 프로세스는 크게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운영으로 나눌 수 있다(제품일 경우 마케팅이, 서비스일 경우 운영이 상대적으로 중요). UX 디자인은 이 단계에 모두 관여하는 몇 안 되는 역할 중의 하나이며, 고객 경험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부서와 협업을 한다.

실패한 상품이나 과제들의 원인을 이 프로세스 상에서 보자면 크게 4가지로 말할 수 있다. ▲상품 자체 경쟁력이 부족한 기획 (이거 누가 사지?), ▲상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지 못한 디자인 (이거 뭔지 모르겠다), ▲디자인 안을 충실하게 구현하지 못하는 개발 (이거 저거는 일정 안에 못 만든다),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못하거나 경쟁제품에 밀리는 마케팅/운영 미비로 고객 평가 좋지 못함 (잘 만들었는데 안 팔리네?).

이 4가지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할 경우 상품의 경쟁력에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상품 경쟁력은 이 4가지의 곱하기로 (더하기가 아님) 표현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은 이 4가지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즉 UX 조직에서 아무리 사용성 문제를 고치고, 차별화 요소를 발굴하고, 혁신 아이디어를 창출해도 프로세스의 앞뒤에 있는 기획과, 개발, 마케팅/운영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상품 경쟁력에 기여하기 어렵다.

최근 UX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UX 조직을 만들고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것이나, 단지 UX 활동 만을 강화하는 것으로 상품 경쟁력은 향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기획, 개발, 마케팅/운영의 개별적인 강화도 직접적인 상품경쟁력 향상을 가져오기 어렵다.

■주요 사용자 경험을 가장 우선적으로… (Put Key Expereince First)

한 회사가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운영의 4가지를 모두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좀더 범위를 넓히자면 여러 플랫폼 간의 대결 구도인 현 상황은 이것들을 모두 잘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애플만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생태계를 이끌어나가며,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벤처기업이나 개인 개발자들도 시장에서 성공하는 서비스들(예. Netflix, Instgram, Dropbox, EverNote, 카카오톡, 편한가계부 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의 성공사례가 적은 것은 왜일까?

필자의 경험으로 보자면, 사용자에게 전달되어야 할 상품의 가치가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의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손실을 입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기획이라 하더라도, 디자인 단계에서 의미가 달라지고, 개발 단계에서 기능 구현의 어려움으로 제외되고, 마케팅/운영에서는 고객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접하게 된다.

즉 상품 개발 프로세스의 전반을 관통하는 가치가 명시되고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로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규모 있는 회사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벤처기업에서는 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벤처기업은 프로세스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결국 상품경쟁력을 최대화하는 것은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운영 프로세스에서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상품 가치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객에게 전달되는 경험 품질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UX 전략 서적들은 중요 사용자 경험 (Key Experience)의 관리를 제안한다. 중요 사용자 경험을 선정하고 이것이 지켜지도록 모든 부서와 담당자들이 협업하고, 중요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팟(iPod)의 중요 경험은 모든 음악을 들고 다닐 수 있게 하고, 원하는 음악을 쉽고 빠르게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부피는 커지더라도 대용량 저장장치를 차용하였고, 비용이 비싸지더라도 다수의 음악 파일을 쉽게 재생하기 위한 디스플레이와 클릭휠(Click Wheel)을 장착했다. Netflix는 연체료가 없는 DVD 렌탈 서비스로, FEDEX는 비용이 비싸더라도 하룻밤 사이에 배달되는 서비스로 시장을 석권하였다. Flip은 동영상 촬영과 저장이 매우 간단한 제품으로, 편한가게부는 SMS를 복사하여 붙이는 방식으로 지출내역 입력을 편하게 했다.

■사용자 경험 경영 (Managing Experience)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디자인되고 개발돼서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와 사업가들은 기획과 디자인, 개발, 마케팅/운영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위해 제한된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모든 경영자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또 이를 위해 경영자는 상품이 전달하는 사용자 경험 차원의 관리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즉 UX는 디자인돼야 하는 성질도 있으나 경영돼야 하는 성질도 가진다. 이런 차원에서 스티브 잡스는 UX 경영을 가장 잘 수행한 CEO로 기억돼야 한다.

UX 디자인은 이러한 경영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상품 개발 프로세스의 거의 모든 과정에서 참여하는 UX 디자이너는 고객에게 전달되는 경험이 다른 요인에 의해 왜곡되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첨병일 수 있다.

구글의 UX VP인 마리사 메이어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구글의 홈페이지가 복잡해지지 않게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다. 또한 UX 디자이너는 고객에게 전달되는 주관적인 가치를 최대화하도록 어떤 경험 요소에 집중할지를 결정하고 WOW 요소를 넣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경영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UX 조직은 조직적으로 그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어댑티브 패스(Adaptive Path)의 브랜든 샤우어는 상품의 개발이나 홍보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보다 경험 경영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의 효용성이 더 큼을 서비스 디자인 학회에서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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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나의 이야기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애플의 가이드처럼 80%의 사용자에게 집중한, 80점짜리 상품이 있다고 가정하자. 대부분의 UX 조직은 이 상품을 99점이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사용자들이 가진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높아진 점수로 다른 회사의 상품과 경쟁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회사가 새로운 또는 개선된 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여 시장을 두 배로 크게 할 수 있다면, 그 상품은 160점짜리가 될 수 있다(마찬가지로 불만 요소로 인한 20% 손실을 감안하자).

한국 회사가 지배하던 MP3 시장을 석권한 애플 아이팟, 우체국/택배와 경쟁한 Fedex, 택시/지하철과 경쟁한 런던의 Heathrow Express, DVD 렌탈 지점을 많이 가진 BlockBuster와 경쟁한 Netflix, 한국/일본의 유수의 캠코더 제조사와 경쟁한 Flip은 이런 사례들이다. CEO라면 80점짜리 상품을 99점으로 올릴 것인지 160점짜리를 만들 것인지를 시장상황과 가용한 인적/물적 자원을 통해 결정해야 해야 하고, UX 조직을 포함한 회사의 부서와 구성원들이 이런 목표를 향해 일할 수 있게 경영해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석 IT컬럼니스트

전략적 핵심요소이자 혁신을 선도하는 UX를 추구하는 실무자. 10여 편의 국내외저널/학회 논문의 저자이며, KAIST에서인지공학/Interaction Design으로 학/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삼성전자에서디지털미디어기기의 UI Design과사용성 평가 업무를,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에서 UI Design, UX 전략 업무를수행하였다. 현재는 SK 텔레콤 UXCenter에서 혁신/전략 UX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