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시장을 달궜던 열쇳말 가운데 하나는 스마트워크다. 그 성공여부의 가늠자로 효율적인 협업과 운영환경 통합이 꼽혔다. 이를 위해 벌어진 싸움이 설치기반 사무용 솔루션과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벗어나 웹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으로 번졌다. 최근 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365'와 구글의 '구글 앱스'가 종종 국지전을 벌이는 소식을 접한다. 아직까지 전면전을 벌이진 않는 가운데, 이 시장에 늦게 발을 들인 구글은 기존 지분이 큰 MS 시장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공세를 키워가는 모양새로 비친다.
MS는 이전부터 오피스와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포털, 메일시스템을 다뤄온 대기업과 더불어 중소중견기업(SMB)까지 아우를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을 오피스365로 제시하며 안정성과 운영노하우를 무기로 쥐었다. 구글은 유사한 기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배포방식 등으로 시장을 흔든다. 이런 가운데 한국MS가 구글을 누르고 자사 클라우드 협업 솔루션을 공급한 사례가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말까지 꾸준히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성과를 내온 국내 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오피스365를 전사 스마트워크 플랫폼으로 채택한 것이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의료영상을 실시간 조회, 진단하는 시스템을 만든 회사다. 본사를 국내에 두고 29개국에 영업사무소를 둔 회사는 이달말까지 오피스365를 전지역에 도입할 계획이다.
오피스365 '링크 온라인' 기반 해외 담당자들과의 실시간 의사결정, '셰어포인트 온라인'과 '익스체인지 온라인' 기반 지사간 정보공유, 스마트폰과 연계 기능을 통한 영업사원 업무 효율화를 기대중이다. 생산성 이외에도 단일로그인으로 기존 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오가는 보안체계, 업무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운영안정성이 이점으로 꼽혔다.
회사는 효과분석을 통해 오피스365를 도입시 기존 그룹웨어 대비 40% 비용 절감을 예상했다. 3년간 그룹웨어 총소유비용(TCO)대비 60% 수준으로 전사 활용을 기대할 수 있을뿐 아니라 변화관리에 따른 부담이 없다는 장점을 도출했다.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의 과제, 조직간 '화학적 결합'
당초 인피니트헬스케어는 해외 법인 증가와 비즈니스 생태계 확장을 위한 관련 기업 인수로 인해 다양한 조직 문화 통합과 업무 협업을 추진해야했다. 당초 본사 그룹웨어로 해외 법인, 사무소, 관계사까지 통합하고 지원하려다 그 비용과 운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전세계 어느 곳이건 소통과 협업 환경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동시에 기술지원 역시 원활히 받을 수 있어야 했다. 더불어 지사나 관계사가 늘때마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찾아 나섰다.
그에 앞서 본사 그룹웨어에 인수 업체 한 곳을 시범사례로 통합해 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독립적인 조직이 자원을 공유하는 멀티테넌트 구조를 갖추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한 회사를 합치기만으로도 부담이 커 모든 관계사로 시스템을 확장시 투자비용 부담을 감당키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회사는 해외법인 10개사를 운영하며 TI 메디컬시스템즈, 제론헬스케어 등 계열사를 보유했다. 조직 안팎으로 인력 충원과 인수합병을 거듭한 상황이었다.
과거 본사는 전사 자원 관리(ERP)를 중심에 둔 기간계 시스템과 그룹웨어 등 IT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편입한 관계사는 플랫폼이 다르거나 조직이 작아 수기 업무를 처리하는 등 상이한 IT수준과 환경이 협업과 소통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시 인피니트헬스케어 변시섭 부장은 “관계사로 편입된 회사지만 업무차 해당 업체 담당자와 연락할 일이 생겨도 누가 책임자인지 몰라 몇 번의 문의를 거쳐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본사와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을 바라기에는 소통의 벽이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구글 앱스, 제안요청 했더니 2달 걸려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주요 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 제안 설명을 받으며 정보수집에 나선 결과 ‘다국어 지원’, ‘글로벌 기술지원 용이’, ‘웹 접근 속도’ 3개 원칙을 세우고 서비스간 장단점을 구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 오피스365와 구글 앱스를 놓고 세부 평가를 거쳤다. 결과적으로 오피스365를 채택한 이유는 글로벌 기술 지원 부문에 오피스365가 보여준 신뢰성과 파트너망 때문이었다.
변 부장은 “구글측에 구글 앱스 제안 설명을 받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더니 두달 가까이 지나서 한국에 있는 파트너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구글 서비스를 쓰다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 똑같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당시 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구글측의 느린 대응은 인피니트헬스케어가 본사는 차치하더라도 해외법인과 사무소 등이 각 지역에서 제때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의심케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회사측은 오피스365가 국내외 어디서나 균일한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조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에 오피스365 도입을 결정하고 새해 본사부터 계열사 법인으로 소통과 협업 채녈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는 오피스365를 통해 690명이 넘는 임직원이 글로벌 단일 그룹웨어 환경을 다루며 스마트워크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또 홍경진 한국MS 일반고객사업본부 전무는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오피스365 도입은 국내외 지사를 둔 기업들이 클라우드서비스로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장점…구관이 명관?
인피니트헬스케어 본사가 구축한 그룹웨어는 MS 솔루션 기반이라 오피스365와 연계가 매끄러웠다. 기존 자료와 애플리케이션을 당장 이관하지 않고 당분간 유지하면서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더불어 오피스365가 제공하는 웹오피스는 익숙한 설치형 오피스 생산성 도구와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별도 학습 비용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변 부장은 “기존 그룹웨어에는 표준 규격을 벗어나는 우리 회사만의 자료나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아 클라우드로 100% 이관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MS 솔루션 기반으로 개발된 기존 그룹웨어와 오피스365를 매끄럽게 연계해 단일접속(SSO)으로 두 서비스를 오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글 앱스를 선택했을 경우 기존 자료가 필요할 경우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해질 뿐아니라 한번에 모든 시스템을 이전해야 하는 부담도 뒤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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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는 지난해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가 학내 전산망에 구글 앱스를 도입해 학생, 교직원 대상 메일과 일정관리 시스템을 제공키로한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UC버클리는 인피니트헬스케어와 마찬가지로 운영예산 절감을 목표로 두고 사용자들을 위한 생산성도구 혁신을 꾀했다.
다만 UC버클리 사용자들은 이미 구글 메일시스템을 익숙하게 다루는 사용자들이었고, 기존 학교 인프라와의 통합성 측면에서도 구글 서비스가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서도 오피스365가 구글 시스템에 비해 더 높은 보안성 점수를 얻었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