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홍수 'NO'…2D 무협 게임의 역습

일반입력 :2011/12/17 09:02    수정: 2011/12/17 09:25

김동현

“사실, 예전에 그 맛.. 지금은 없잖아요? 보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봅니다.”

무협 온라인 게임이 대중화되던 2000년대 당시만 해도 2D는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때 개발력의 한계도 있었지만 90년대부터 연결되던 2D 무협 게임의 연계선 상에서 보더라도 3D 그래픽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손이 많이 가는 2D 그래픽 대신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3D 그래픽이 무협의 대세가 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3D 그래픽이 아니라면 젊은 층의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당연하게’ 외면당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6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위버인터렉티브의 ‘고수 온라인’은 이 같은 생각을 정면으로 거부한 게임이다. 당연한 3D 그래픽 대신 2D의 쿼터뷰 방식의 그래픽과 시점을 선택했다. 마우스 하나만으로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조작성도 눈에 띈다.

기자 입장에서 사실 3D를 버린 이 게임이 눈길을 끌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내다봤다. 고수 온라인의 서비스를 준비한 김현주 이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 이사는 고수 온라인을 시작을 위해 자신이 하던 일을 박차고 위버인터렉티브로 입사한 인물이다.

■2D 그래픽은 무협지를 만화가 아닌 소설로 읽는 느낌

“향수죠. 향수. 최신 기술도 좋고 멋진 그래픽도 좋지만, 이 게임들에서 느낄 수 없는 그때의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 것 있잖아요. 부드럽지는 않지만, 고전 게임이 가진 긴장감이나 특유의 흥미진진함 같은 거요. 그런 걸 추구하고 싶었어요.”

지금 30~40대 이용자들에게 무협은 유행을 넘어선 일종의 문화 코드였다. 거창한 이름의 작가들부터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성장기, 코믹스럽지만 가슴 찡한 남녀의 로맨스까지 무협 속에 모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때 당시 젊은이였던 그들은 이 책 하나에 울고 웃으며 밤을 지새웠다. 김현주 이사는 지금은 어느 정도 명맥 정도만 유지되는 무협의 향수를 고수 온라인으로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 대표 개발 및 유통사 완미세계에서 이 작품을 처음 공개했을 때 열성적으로 고수 온라인의 국내 출시를 타진하기도 했다.

“이 게임을 딱 보는데 예전에 무협지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왜, 무협지는 만화보다는 소설로 읽어야 진짜 재미를 안다는 그런 말도 있잖아요. 고수 온라인의 2D 그래픽은 우리가 그리워하던 무협지의 종이 냄새처럼 느껴졌습니다.”

■2D 무협 MMORPG 고수 온라인, 도대체 무슨 게임?

김현주 이사가 소개한 고수 온라인은 중국의 무협 게임 열풍을 주도한 선두 업체로 인정 받고 있는 완미세계의 최신작이다. 주선, 불멸, 무림외전 등의 여러 무협 게임을 통해 다져진 경험과 특유의 기술력, 기획력이 더해져 만들어져 출시 전부터 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 중국 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단숨에 동시 접속자 50만 명을 돌파했으며, 지금까지도 중국 온라인 게임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넷북에서 무리 없이 돌아가는 낮은 사양도 한몫했지만 그래픽이 아닌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성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수 온라인에는 시공을 넘나드는 방대한 임무, 3대 문파와 6개 직업, 그리고 초한시대를 시작으로 후한 몰락 후 들어간 삼국시대, 위진남북조 시대 등 실제 중국 역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 이용자에게 사랑 받는 삼국시대와 게임에서 만날 기회가 없던 위진남북조 시대가 등장한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손꼽힌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중국의 역사에서 위진 시대와 남북조 시대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삼국 시대 위나라 이후 약 2백년간을 뜻한다.

여기에 확대, 축소가 가능한 요소와 각종 편의 요소, 방대한 임무와 실제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 진행 과정 등은 이용자에게 뛰어난 몰입 감을 선사, 고전 무협 게임이 가진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김 이사가 말한 무협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30~40대가 편하게 올 수 있는 무협1번지, 그런 곳 되고 싶다

김현주 이사와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김 이사는 위버인터렉티브가 가진 강점이 하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용자들에게 ‘솔직하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개발력이나 서비스, 아님 운영 측면이 뛰어나다고 자랑부터 하기 마련인데 다소 다른 답변이라 놀랐다.

“위버인터렉티브도 8년 넘게 온라인 삼국지를 서비스했고, 고수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이용자분들을 만나고 있지만 이것저것 다 해봐도 결국은 솔직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거창한 말보다 솔직히 할 수 있는 건 하고, 못하는 건 죄송하다고 하는 것 말입니다.”

운영을 강조했다, 한국형 서비스를 하겠다는 말은 쉽지만 이를 오랜 시간 지켜오는 것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게임 콘텐츠를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솔직히 말한 후 이용자들이 추구하는 다른 측면을 살려주자는 입장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것 때문에 운영 팀하고 옥신각신했던 것 같아요. 24시간 운영을 하자는 것이 시간이나 돈, 인력 등 여러 측면에서 정말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거든요. 근데 비공개 테스트 기간 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서 이걸 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고수 온라인 문자를 받은 한 이용자가 새벽쯤에 전화를 한 것. 문자를 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는 그는 운영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운영자 역시 문파 가입부터 게임 이것저것에 대한 문의에 계속 답변을 했고 1시간 넘게 둘의 통화가 이어졌다.

“사실 이메일로 무언가를 주고받고 하는 일이 번거롭잖아요. 당장 저도 싫은데 서비스라는 핑계로 이용자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더군요. 그래서 그냥 전화로 답변을 다주자, 그게 새벽이든 아침이든 이용자가 원하면 해주자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공개 시기 겹치면 안좋아.. 오히려 걱정해주는 이용자 늘어

이렇게 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용자들의 반응도 남달랐다. 그냥 고맙다는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라 “공개 서비스는 언제냐, 다른 게임 나오니깐 빨리하는 것이 좋겠다” “홍보모델 중요하다. 요즘 내 친구들이 이 모델이 참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하더라” 등 전화로 걱정해주고 격려 해주는 이용자들이 생겼다.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어떻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게임 중 하나인데 일일이 걱정도 해주시고, 여러 조언을 해준다는 점 말이에요. 이게 다 솔직하게 대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요즘 고수 온라인 서비스 준비 기간 동안은 이용자분들에게 하루하루 배우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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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이사는 게임이 잘되면 더없이 좋겠다는 입장도 보였지만 그전에 향수를 찾아온 중, 장년층 이용자분들이 솔직한 마음으로 예전 고전 무협 게임이 준 재미를 느끼시길 바란다는 말을 더했다. 솔직히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느끼는 이 게임에 대한 감정이 알고 싶어서다.

“저도 무협지를 보고 자란 사람인데 그분들에게 거짓말하는 건 제가 저한테 그러는 것과 같잖아요. 솔직하게 서비스하는 고수 온라인을 솔직하게 즐겨보시고 어떤지 알려주셨으면 해요. 서비스를 서비스답게 하는 것이 저희들이 목표입니다. 많은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